오빠! 라면 먹고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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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 대구 /  Ricoh GR]

‘가난한 환자의 아침’

벌써 아침인건가! 아~~밤은 항상 낮보다 짧다. 이 나일 먹도록 아침은 왜 맨날 괴로 운거냐. 부스스 걸레 같은 몸을 변기에 널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밤새 별고 없나? 스마트 폰을 들어 단골 커뮤니티 장터를 확인하고 몇몇 샵들의 업데이트를 확인한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는 이미 손가락이 알고 있다. 오랜 습관은 뇌보다 빠르다. 물아일체! 입력된 프로그램마냥 자동이다. 또래의 아저씨들이 주식시황을 읽고 정치, 사회면을 둘러보면서 국가와 사회를 걱정할 때 난 카메라 장터를 뒤진다. 이런 아침이라서 좋다.

‘팟캐스트 영어방송을 틀어 놓고 밤사이 벌어진 경제시황들을 살피고 변화와 혁신관련 자료들을 검색하고 필요한 것을 찾으면 스크랩 해 둔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원래 계획은 이거였다. 그러나 변기에 앉는 순간 녀석이 속삭인다. ‘잠깐만 장터에 갔다가 시작해. 아직 정신도 안 돌아 왔잖아!’ 그 녀석의 말대로 잠깐만 아주 잠깐만 장터에 들렀다가 원래 계획대로 하자는 것인데 볼일을 다 보고도 아직 엉덩이를 떼지 못한다. 아직 장터스캔이 끝나지 않았다. 때때로 장터에 출몰한 귀인의 정보가 뇌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이 되지 않을 때는 구글링을 해야 한다. 덕분에 변비성 치질을 얻었다.

카메라병이 도진 것은 근래일이다. 말라 죽은 줄 알았던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자발적 반백수가 되면서부터 남아도는 게 시간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그놈의 회사를 때려치우면 살이 벅벅 찔 것 같더니만 걱정을 만들어 걱정하는 버릇은 개 못줬나 보더라. 스트레스에 넉다운에 되었다.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말라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슬그머니 다시 깨어났다. 고맙게도 녀석은 맘에 드는 카메라만 보면 침 흘리던 기억을 되살렸다. 난 사실 누드만큼이나 카메라 포르노가 좋다. 맘에 드는 카메라를 보면 엔돌핀, 도파민, 세로토닌 따위가 팡팡 생산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지고 싶던 카메라가 쌈빡한 자태로 출몰하면 탄호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정도면 환자다. 그런데 말이다. 병이라고 다 나쁜가!

 ‘오빠! 라면 먹고 갈래?’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

by PIU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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