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운 나쁜 밍크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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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 부둣가에서 얼음에 덮혀서 놓여진 고래 한 마리와 녀석을 잡은 배의 선장이 경매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바다의 로또’를 건졌다고 할 수 있는 선장님은 의외로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카메라를 든 낯선 이의 질문에 조근조근 잘 답변해주었다. 이 밍크고래는 전날 밤 통영 앞바다에서 물고기 그물에 걸려 죽은채 배에 끌어 올려졌고 통영항에 입항 후 불법 포획의 흔적이 없음을 확인받은 후 거래를 위해서 다시 포항으로 이동되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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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간이 다가오자 고래의 몸을 덮고 있던 얼음을 걷어내고 있다. 고래의 등과 배를 비롯한 곳곳에는 이미 칼집이 깊이 나 있었는데 운반과정에서 부패를 지연시키기 위해 피를 빼낸 것으로 통영에서 이미 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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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어느 정도 걷어지고 나면 양쪽에서 줄자를 잡고 길이를 잰다. TV에서나 보던 거대 포유류의 사체가 눈앞에 있음이 의외로 실감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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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미터!”

녀석의 길이는 5미터였다. 이 정도 크기는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생 쯤 되는 이른 바 청소년 수준으로 완전한 성체는 아니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짧은 생을 마감한 녀석이 참 안됐다는 생각에 왠지 마음 한켠이 짠해진다. 경험 부족한 녀석이 어젯밤 그물에 갇힌 물고기 떼를 쫓다 그리 된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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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을 든 아저씨 한 분이 담배를 물고서 녀석을 내려다본다.  “여기! 이 쪽에 베어내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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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짧은 연민의 감정 따위는 이 일이 생업인 이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간지러운 감상일 뿐이겠다. 고래의 몸 속 깊히 칼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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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쪽에도 칼을 그어 살점을 도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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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금속은 두꺼운 피하 지방 아래 고래의 붉은 속살을 도려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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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함으로써 고래 고기의 육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엄청 기름지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 달리 고래의 근육은 마치 쇠고기 안심을 보는 듯 기름기가 없고 아주 짙은 붉은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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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참가자들이 고래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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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인 만큼 사진을 찍는건 나 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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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샀는지도 모르게 경매는 금방 끝나버리고 다시 고래는 얼음으로 덮어졌다. 곧이어 어디론가로 이동되어 부위별로 해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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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이 없는 어류와 달리 눈을 감은채 죽은 고래를 보니 우리와 같이 허파로 숨을 쉬고 목뼈가 7개인 포유류라는 실감이 난다. 식탁 위에서 젓가락 한번 닿지 못하고 쉬이 버려지는 멸치 한 마리의 목숨과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비싸게 팔려나가는 밍크 고래 한 마리의 목숨이 다를 것이 무엇이겠냐만 붉은 피를 흘리며 소리내어 우는 포유류의 죽음에 보다 동정과 연민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고래 포획은 사실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으로 매년 ‘우연히’ 잡힌 고래의 수가 적지 않고 포항과 울산 등지의 고래고기 가게들은 성업 중이다.

 

 

2016.09.10. 포항 죽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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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이미지의 편린들이 깊숙이 찌르고 들어옵니다. 아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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