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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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 summicron 35mm 5th + 400TX / 2007, 문경]

좋은 사진을 말하려면 사진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한다. ‘사진’을 정의하지 않고 ‘좋은 Quality’을 말할 수 없다.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문헌자료나 유명인들이 나눈 말들을 찾아보면 마다마다 다름(진화라고 하기엔…)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담론에 공통적으로 담겨있는 것을 키워드로 농축시켜보면 사진은 ‘기록’이며 ‘소통’을 매개하는 강력한 권력이라는 지점에서 공명한다.

어린백성이 니르고져 홇배이셔도 마참내 제뜨들 널리 펴지 못하매 이를 어여삐 너겨 새로 스물여덟자의 글자가 맹글어졌듯이 소통의 결핍은 문명사적으로 새로운 수단을 강구하는 동인이 되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역사나 철학이라는 딱딱한 언어가 머릿속을 정연하게 쏟아놓은 것이라면 시, 그림, 음악은 가슴속 뜨거움을 쏟아놓은 것이다. 때문에 두 영역의 표현들은 독법이 달라야 한다. 문자가 사실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데 적합하다고 한다면 시, 그림, 음악 등은 가슴과 상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적합하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문자인가 그림인가 아니면 음악? 다행하게도 사진은 문자와 그림의 유전자를 함께 가진 듯하다. 음악 유전자도 사돈의 팔촌쯤 되는 것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사진은 역사나 철학이 되기도 하고 시나 그림 또는 음악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Quality’을 말하려면 내가 찍은 사진이 ‘어떤’에 대한 것인지도 전제되어야만 한다. 마다마다 독법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등짝이 가려운데 콧구멍을 후벼봐야 시원할 리 없다.

나는 평소에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 않고 ‘쓴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진은 ‘본다’가 아니라 ‘읽는다’가 독법이다. 잘 쓴 사진은 읽기에 좋다. 글은 단어의 조합이다. 글쓰기는 주제에 합당한 단어를 찾아 그 단어들이 들어갈 자리를 정하는 작업이다. 사진도 다르지 않다. 주제에 합당한 구성요소들을 찾아 배치하는 작업이 사진작업이다.

이런 전차로 좋은 사진에 대한 두 가지 기준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의 목적, 용도, 장르 따위에 관계없이 사진이라는 소통의 수단이 가지는 사진적인 문법을 준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준용이라 함은 어떤 틀에 대한 교조적 맹신에 대한 반성과 경고다. 표준으로 삼되 구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덧붙이자면 문법을 준용한다고 해서 그것을 제도권에서 배워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문법을 배우자고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닌것과 같은 이유다. 이렇게 배워서 김훈이나 백석의 글을 단 한 문장이라도 흉내 낼 수 있다면 난 기꺼이 파우스트가 되겠다. 제도권의 학습이 나쁠 것은 없겠으나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나는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빈약하다. 늦더라도 부딪히다보면 터득하게 된다. 그때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완고한 인식의 틀임을 알고 있다.

두 번째, 시가 문자적 제약과 구속을 뛰어 넘은 ‘문장의 정수’인 것처럼 사진도 사진적 제약과 구속을 뛰어 넘는 도약이 필요하다. 시는 문자로 이루어졌으나 문자적 구속에 갇히지 않는다. 사진은 압축적이고 은유적이며 상징적이다. 해석의 여지가 독자에게 전가된다는 측면에서 시와 닮았다. 게다가 문자적 한계가 없으므로 보다 포괄적이고 자유롭다. 때문에 문자로 그려낼 수 없는(혹은 긴 문장을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해서) 세계를 담아내고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때때로 사진에 달린 글에서 ‘자기만족’이란 단정을 종종보게된다. 옹색하고 비겁한 말이다. 일방통행은 독선이다. 그럴 생각이라면 소통채널에 탑재해야할 이유가 없다. 가벼운 공간이라하더라도 공유된 이상 독자의 눈을 피할 방도가 없다. 삼엄한 것이다.

잘 쓴 글은 담박하다. 화장하지 않는다.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술술 읽힌다. 좋은 사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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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뜨끔뜨끔한 내용들이 많군요^^
    잘 새겨듣고 수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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