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GR이었니? 2/3


물건에 대한 애정.

물건에 대한 애정(집착이라고 읽어도 좋겠습니다.)이 각별한 편입니다. 타고나길 아무것이나 아무렇게나가 안되고, 또 그렇게 내것이 된 후에는 아껴서 오래 쓰는 편입니다. 신발이나 옷, 가방 따위의 신변잡화들과 워크맨, 공구, 완구류 등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아직 쓰고 있거나 박제되어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이 제법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이제 단순히 사용적합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오래된 물건은 그것을 사용한 사람을 닮아있습니다. 물건에서 생명력을 느끼곤 할 때가 있는데 이지경이 되면 이제 그것은 물건 이상의 어떤 것이 되고 마는 것이죠. 물건 따위에게 지나치리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는 것이 벽으로 느껴져서 저어되기도 합니다만 어쩌리오.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요. 게다가 직업적 촉이 발달한 탓에 ‘잘’만든 물건에 대해 민감한 편이고 그런 것을 찾아내는 과정을 무척 즐거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잘’이라고 하는 것은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 특성들은 물론이려니와 이렇게까지 만들어낸 그들의 철학과 용기에 대한 찬사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기록’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

기록의 욕구는 인간에게 원초적인 것입니다. 자신의 정보를 유전자에 기록해서 다음세대에 전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을까요. 가족에게 고래잡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을 겁니다. 친구들에게 공룡 만나서 싸운 이야기도 해 주고 싶었겠지요. 물고기뼈를 다듬어 바늘로 쓸 수 있다는 것도 다음 세대에 알려주고 싶어다네요. 그래서 벽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만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었어요. 이번엔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이 글을 증거하고, 글이 그림을 설명하는 것은 이렇듯 태생적 숙명이었나 봅니다. 카메라는 문명이 만들어낸 진보입니다. 본 것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입니다. 직관적으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소통입니다. 그림, 글자, 사진이 가지는 본질(원형)이 작화(예술이라고 하는)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달, 소통이라는 기록의 원초적 또는 본질적 가치가 박리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가장 빛나는 삶의 기록

오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었습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세상과 내가 만드는 역사를 사진으로 씁니다. 글을 잘 썼더라면 펜을 들었지 카메라를 잡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프레임 안으로 담아내는 세상은 경이로움 말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찍은 것이 아니라 쓴 것이니 이 사진들은 ‘본다’가 아니라 ‘읽는다’여야 합니다. 잘 쓴 사진은 읽기에 좋습니다.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현란한 구성과 자극적인 피사체, 베일 것 같은 선명한 사진의 한계를 뛰어 넘습니다. 때때로 나는 카메라를 통해서 절정을 경험하곤 합니다. 대상이 프레임 안으로 투영되어 길어야 30분의 1초! 이 짧은 순간이 그대로 필름(CCD 따위를 아우르는 포괄적인)에 복제되는 순간, 시간을 박제한다는 것에 관해서…역사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다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즐거움이자 경이로움 이었습니다. 예술 할 생각은 애시 당초 없었습니다. 사진은 내게 놀이며 기록입니다.

왜 GR이었니?

이 녀석을 지난동안 한순간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습니다. 허세도 군더더기도 없습니다. 오직 사진가의 생각과 동선에만 부역합니다. GR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순간에도 기록의 본능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는 제법 ‘잘’ 만들어진 성실한 도구입니다.

다음 버전 GR은 이랬으면

파인더 하나 넣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게눈파인더를 무척 난감해 하는 사람으로써 이건 정말 좀 해 줬으면 좋겠네요. 게다가 노안이 와서 액정을 보면서 찍는 것도 힘들어요. 엉덩이 쭉 빼고 팔을 뻗어야 액정에 초점이 잡히는데 폼새가 말이 아닙니다.^^

풀프레임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상징인 것이지요. 진짜 28mm를 쓰고 싶습니다.

고감도 노이즈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촬영환경이 실내이거나 어둑해졌을 무렵이고 보니 노출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매끈한 고감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먼지털이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왕근이가 자주 끼네요.

내구성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지요?

마침 중국일정을 마치는 날 아침에 시작한 글이라 그간 중국을 드나들며 이 녀석으로 기록한 흔적을 나열해 봅니다.

[2013년 9월~10월 중국 산동성 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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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중국 운남성 곤명/ 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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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중국 산동성 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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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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