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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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 카렐리야공화국(Карьялан Тазавалла) 오네가 호수(Онежское озеро)를 한참 달려 비오는 키지(Кижский)섬에 도착했습니다.

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인 키지섬의 중심에는 예수변용교회(церковь Преображения Господня)가 있습니다. 못과 철물을 쓰지 않은 순수 목조건물교회를 짓는데는 4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오로지 도끼만으로 목재를 자르고, 다듬고, 맞춰 넣었기 때문이랍니다. (톱과 망치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러시아행을 결심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지만, 정작 눈앞에서 본 예수변용교회는 압도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수하느라 교회를 둘러싼 설비만 눈에 거슬렀죠.

그런데, 가이드북을 보니 이 보수공사라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오로지 도끼로만 지은 교회를 보수하는 것이니, 역시나 도끼로만 한다는 원칙을 세웠답니다. 덕분에 보수공사는 3년 째 계속되고 있고, (가까이서 본 소감으로는) 한 10년은 걸리겠다 싶었습니다. 도무지 진척되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회의 반대편으로 돌아갔을때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납득을 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40년을 지은 교회라면, 보수공사에 10년 쯤 걸리는게 오히려 정상이겠구나. 수백년 전 처음 지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공사라면 그게 맞겠구나 싶어진거죠.

문득 생각난 키지섬과 느릿함, 정통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이르쿠츠크에 있는 딸지(Taltsi) 민속 박물관에서 본 것 같은 형태의 건물들이네요. 시베리아나 북유럽 동토나 침엽수가 많기에 저런 형태의 목조 가옥들이 생겨난 것이겠죠?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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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양식인 것도 같고, 예전에 어떤 분이 바이킹들이 살던 땅에서도 저랬다라고 하시던데 러시아에서는 의외로 많이 봤었어요. 그러고보니 북극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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