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수요일, 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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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8 Street
여행에 있어서 나의 날씨 운은, 감히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드디어 올 것이 왔으니, 3일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뉴요커에게 우산 따윈 필요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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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y’s Luncheonette
친구들은 치즈크림 듬뿍 발린 Penn Station의 베이글에 열광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비가 오는 수요일 아침에는 빨간 핫 소스가 뿌려진 익힌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구글에서 숙소 근처에 있는 Diner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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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맨하튼 W25 Street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Johny의 에그 스크램블과 팬케이크로 당신의 뉴욕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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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곳은, 크림치즈 수렁에서 찾은 천국?
내일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메뉴 “킹콩을 꼭 먹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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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y, 정말 맛있게 먹었어.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될까?
좋아, 하지만 난 포즈 따위는 안취해. 무슨 말인지 알지?
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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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y’s Luncheo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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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계속 내릴 것 같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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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politan Museum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는 친구와 헤어지고, 남은 둘은 메트로폴리탄.
비오는 날을 위해 아껴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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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셔먼의 기운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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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의 사진 속에 내가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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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그 속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는 세상사 이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아픔을 곱씹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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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비는 더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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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 Shack
비오는 오후라면 간식이지.
미 동부를 평정했다는 Shake Shack 버거.
너무 무른 패티와 부드러운 빵이 오히려 식감을 떨어뜨렸다. 버거킹이 생각났다.
이런 저렴한 입맛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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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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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은 이번에도 역시 다가가기 힘들었다.
축축해진 옷, 난해한 전시, 무엇보다도 이미 메트로폴리탄에서 기진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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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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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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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기 위해서 들어간 Grand Central.
친구로부터 세미나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뭐 해? 맥솔리에서 한 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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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더 격력하게 폼을 잡고 있는 아저씨.
가을비가 뉴요커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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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혼자서 스타트를 끊은 친구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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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여기도 두 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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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안마시면 언제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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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니까 더 생각나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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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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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편자가 역사를 대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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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브루클린브릿지 아래에서 야경을 감상해야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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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브릿지 아래에서 분위기 있게 한 잔 더 하려고 했지만 점점 심상치 않은 날씨.
길을 잃게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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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뉴요커~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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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내리는 영동교, 아니 브루클린브릿지 아래를 한동안 배회했다.
그땐 낮에만 와서 몰랐는데…그래 이거였어.
비와 가을, 그리고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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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뉴요커에게 미치는 영향.
비 오는 야경에 느낌을 받은 우리는 이런 날 전망대에 올라가서 뉴욕을 봐야 한다며.
록펠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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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올라야 하는 록펠러센터 전망대.
한산하다. 이런 날에 와줘야 한다고 봐.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런 날에는.
아마도 그것은 가을비에 몽롱하게 번진 불빛의 향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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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날에 Top of the rock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은하철도999에 나오는 차장과 비슷하게 생긴 경비아저씨의 환영인사와 함께 우리를 기다린 것은.
비오는 날의 전망대.
2m 거리 시야 제로.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의 마지막 부분에, “사방이 너무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라비크의 독백이 떠올랐다. 칼바도스가 마시고 싶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여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또다른 몽환적인 느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왠지 아름다워…”
“야~ 비구름 속에 우리가 있어”
“나 바지 다 젖었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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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센터 GE 로비의 American Progress 벽화는 또 한 번 우리를 감동으로 몰아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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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그칠 것 같더니 다시 미칠듯 몰아친다.
그렇게 6일째 밤도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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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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