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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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두번째 교토(京都)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탔는데, 우리 얘기를 들으시던 노(老)기사님이 반갑게 말을 건네오십니다. 교포 2세고 창녕이 고향인데, 일본에서만 지내다보니 한국말을 거의 잊게 되었다면서 띄엄띄엄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서 말씀하시는군요. 덥지 않냐고 물으시길래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리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되뇌이시며 일본어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고 하시네요.

한국말을 들으면 이해는 하는데 말이 바로 안나온다고 하시면서, 가라앉은 배 – 아마도 세월호겠지요 – 얘기도 하시고, 대통령이 오사카에 온다고 해서 직접 보러 가셨다는 말씀도 하시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귀화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귀화를 많이 하는데 아내도 자식 둘도 귀화했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지내다보면 생김새가 한국사람인데 일본인이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그럼, 아, 귀화했구나 생각하게 된다고도 하시면서 사실 3세, 4세가 되면 일본사람으로 보는게 맞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중에 택시가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기사님이 트렁크를 꺼내러 간 사이 요금에 조금 더 얹어서 대시보드에 두고 내렸습니다. 짐을 건네주시는 기사님께 꾸벅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잠시 후 저만치 가던 기사님이 차를 세우고 내려서는 뭐라고 뭐라고 말씀하시네요. 아마도 요금을 더 줬다는 말씀이었겠지요.

웃으며 손짓하고 다시 꾸벅 인사하고 승차장에 줄을 섰는데, 기사님, 기어이 멀리서 달려오셨습니다. 잔돈을 손에 꼭 쥐어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시는데, 가슴 한구석이 덜컥하네요.  다시 한번 잘 가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시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사님께서 여전히 한국말을 기억하시기를, 가끔 한국 손님을 만나 고향 얘기를 나누실 수 있기를,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구요.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가슴아픈 근현대사,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로 자의든 타의든 떠난 이들이 타국에서 겪어야 했을 고초들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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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함께 일한 필리핀 교포들에 대한 인상이 너무 안좋았어요. 그 덕분에 교포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었는데, 저 기사님 이후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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