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적이라는 것


f60

[2009. 2 / 중국, 운남, 원양 / Leica M6 + Summicron 35mm 5th + 400TX]

기록으로써 사진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때문인지 스냅성 사진을 좋아하고 또 잘 찍었으면 좋겠다. 오늘 한 장의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한 컷으로 끝내야 할 시점에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촬영을 하다 보면 ‘이거다’ 싶을 때가 있다. 홀려서 정신없이 셔터를 끊다 보면 정작 쓸 만한 컷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에 홀리면 꽝이다. 셔터찬스가 여유 있게 허락되는 상황이라면 앞에 한 두 컷은 예비동작으로, 뒤에 한 두 컷은 보험이다. 내 경우는 예비동작에서 시작해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컷에서 프레임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습관은 천성보다 무섭다고 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위 이미지는 내가 좋아하는 컷이다. 물론 잘 찍은 사진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과 기대와 희망, 설레임 따위가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멋대로 이유를 갖다 붙였다.

마흔에 떠난 첫 배낭여행이었다. 오지를 보름이나 돌아다닌 여행의 막바지 무렵, 산꼭대기 마을에서 며칠째 머물고 있었다. 멀미인지 고산증인지 먹고 쏟아내길 반복하며 가끔씩 구름사이로 내 비치는 해를 맞으러 나온 길이었다. 한참동안 그녀를 쫄쫄 따라다녔다. 눈으로 몸짓으로 호감을 표시했다. 때때로 부끄러워했고 때때로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여러 번 눈이 마주쳤는데 느낌이 좋은 여자였다. 이 아름다운 새댁은 마을 어른들을 따라 몇 십리는 족히 걸어왔을 것이다. 장 보러 나온 새댁의 홍조가 무척 아름다웠다. 잠시 다른 곳을 어슬렁거리다 다시 만났을 때 이제 카메라를 들이 밀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순간, 이 한 컷을 찍었다.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땐 왼쪽 옆의 아줌마 등 뒤로 숨은 뒤였다. 여유 있는 호흡이었다면 왼쪽으로 반보 더 가서 한 컷 더 찍고, 눈이 마주쳤을 때 한 컷 더, 입을 가리면서 수줍어할 때 한 껏쯤 더 찍었어야 했다. 그러고도 운이 좋아 그녀가 호응해 줬더라면 몇 컷 더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야속한 그녀는 딱 한 컷만 허락했다.

천룡팔부적 인연을 기대한건 내가 너무 소년적이어서 그럴거다.

by PIU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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