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결핍


161015-176
[Leica MP + Summicron 50mm 4th + 400TX / 2016. 8 대구]

요즘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블로그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이 아마추어지 이미 프로수준을 넘어서는 사진가들이 많다. 사진 가지고 밥 빌어 먹지 않을 뿐 천생 사진가다. 운이 좋아 이런 분의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찾아내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주소를 갈무리하고 이웃신청을 한다. 그저 먼 발치에서 지켜 볼 뿐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카메라가 버겁거나 사진이 늘지 않는다 싶을 때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 놓는다. 눈으로 찍고 또 이웃의 잘 찍은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훈련이 된다. 넘사벽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면 기가 눌리고 주눅이  드는 반면 연륜이 묻은 ‘이웃사진가’ 의 사진은 문턱이 낮다. 열심히 하면 이 정도는 금방 따라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만한 동기부여가 또 없다.

반면 염려스런 경우가 없지 않다. 겨우 이 정도 수준의 사진을 만들어 내는 장비라고 보기엔 넘쳐도 너무나 넘치는 카메라와 렌즈가 범람한다. ‘과잉의 위세로움’ 이거나 ‘거들먹’이다. 불편하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선왕() 이 물었다. “듣자하니, 북방 오랑캐들이 이 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대신 강을이란 자가 대답했다. “어느 날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혔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천제의 명으로 온 사신으로 백수의 제왕에 임명되었다. 그런데도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하늘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내 말이 정녕 믿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너는 뒤를 따라오며 보아라. 모든 짐승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여우를 앞장세우고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과연 여우가 눈에 띄기만 하면 모든 짐승들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여우 때문이 아니라 뒤에 오는 자신 때문인지 멍청한 호랑이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지금 초나라는 사방 오천 리에 백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오랑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대왕의 나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 여우를 호랑이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다. 내용의 부재를 물질이나 형식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보다 허망한 것이 또 없을 것이다.

하기야 넘치는 것이 이뿐이겠는가!  집도 자동차도 학력도 이력서도 … 생산도 소비도 오버천지다. 넘쳐나서 귀한 것은 없다. 물질이 넘치는 세상을 사는 오늘 우리들이 지독한 결핍을 견디고 있다는 것은 모진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아귀병에 걸린 오늘 우리들에게 물질적 풍요가 삶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음을 완전하게 증거한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그릇은 비었을 때 쓰임이 생긴다. 조금 모자란 듯, 조금 부족한 듯, 조금 불편한 듯, 조금 아쉬운 듯…그래서 그것들로 채울 수 없던 결핍 한덩어리가 비로소 채워진다.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by PIUREE

 

카테고리:Essay태그:

1개의 댓글

  1. 마지막 글귀 뜨끔합니다 🙂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