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진 찍어주세요.”

아주 가깝던 후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저녁 만나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해보자. 아침에 덕수궁 – 한복을 입어볼까? 오후에는 문래동을 걸어보자. 데이트 스냅? 그거 좋겠다. 그런데 드레스 차림이 더 좋을 것 같아. 저녁에는 작은 파티를 하자. 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진가와 피사체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구나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장면을 진심으로 마주한다면 부족한 사진이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진가가 웨딩 스냅을 처음 해본다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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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촬영은 사실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서로 호흡이 맞지 않고, 자꾸 뭔가 포즈를 취해야 할 것 같다보니 딱딱하고 어색한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사진들을 서둘러 찍고 오전 촬영을 마무리했습니다.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고, 신랑 신부를 제외한 들러리들은 낮술을 마시고, 렌즈를 바꾼 뒤 신혼집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뻔뻔스럽게 얘기했습니다. 스냅은 자연스러워야 해. 신경쓰지 말고 준비하렴. 난 사진을 찍을게. 렌즈가 너무 가까워도 놀라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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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를 손수 만들어온 신부의 선배와 친해져버렸습니다. 술이 오를때즈음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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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해온 신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장면에 대한 욕심이 이겼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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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던 신랑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포멀한 셔츠가 좋겠어요. 타이는 굳이 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좋네요, 그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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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아니에요. 개발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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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동생이 드레스를 입혀줬습니다. 동생은 계속 아쉬워했습니다. 내가 언니를 더 예쁘게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신부도, 동생의 마음도 충분히 예쁘다고 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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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노래를 불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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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끌어올려! 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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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나 주는 것 아니에요. 제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직접 만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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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끝나 다같이 오후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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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신랑 신부보다 들러리들이 더 신난 것 같았습니다. 자꾸만 장면에 뛰어들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들러리 사진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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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밀리를 들고 문래동을 걸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시간도, 장면들도, 함께한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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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는 형부가 무척 맘에 든다고 했습니다. 나도 그렇다고 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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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골목에서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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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프로필 찍어드릴까요? 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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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을 떠나 다시 신혼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러 가기 전 마지막 컷을 남겼습니다.

이제 파티를 해야지. 어둑해질 무렵 인근의 작은 카페를 찾았습니다. 문래동에는 이렇게 대여 가능한 카페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다같이 송년회를 하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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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꽃단장도 필수입니다. 축하할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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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우리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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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 춤이 없으면 안되겠죠. 신랑이 함께하는 Bachelor party지만요. 카페 사장님은 예정에 없던 공연을 보여주셨습니다. (연주해주신 분은 영문도 모른채 불려나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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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춤과 술에 취할 때 즈음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신랑 신부도, 또 친구들도 행복하기 바랍니다. 영원히.

– 2016년 가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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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우왕…마우스 휠 빠가 났어요. ㄷ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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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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