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5


지난 봄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로 취재를 갔을 때입니다.

사막 일정을 마치고 바오터우(Bāotóu)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동료 기자들과 국수를 기다리는데 청년봉사단원들이 우루루 몰려왔습니다. 얘기인즉슨, 초상화를 그려줄테니 기부금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냐고 묻자 50위안이랍니다. (우리돈 만원 쯤 합니다.) 근데 팜플렛에는 20위안이라고 써있습니다. 이건 뭐냐니까 팜플렛을 숨기며 혀를 쏙 내밉니다. 알겠다 그려보자. 했더니 작가를 선택하라며 메뉴판처럼 생긴 작가소개를 내밉니다. 예제라고 하나씩 그려져있는데, 그림이라기보다 만화나 낙서에 가깝습니다. 석연치 않았지만 일단 한명씩 골랐습니다.

잠시 후 첫번째 작가 -박작가가 나타나서 박기자를 그리는데, 오, 제법 솜씨가 괜찮습니다.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습니다. 박기자는 내심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작가 – 하작가가 나타나서 양기자를 그리는데, 그림은 그림이되 작가의 의도와 스킬이 강렬히 반영된 ‘무엇’인가가 나왔습니다. 양기자가 망연자실한 사이 하작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도 원래 하작가를 골랐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이건 재앙이겠다 싶어서 황급히 작가를 바꿨습니다. 잠시 후 생긋생긋 웃으며 김작가가 다가왔습니다. 혹시 전공이 뭐냐고 물으니 철학과랍니다. 아, 그렇군요. 등에서 식은땀이 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요한 건 별이니 별만 보라더니 완성된 그림을 던지고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림에는, 어느 만화에선가 본 것 같은 얼굴에 별이 두개나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오는 밤기차에서 김작가 – 김보라학생을 만났습니다. 함께 빠이주를 제법 마시고, 낮에 찍지 못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어쩐지 가장 맘에드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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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그림 인증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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