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x T3


똑딱이들의 전성시대

필름이 대세이자 마지막 전성기를 화려하게 누리던 90년대~2000년대초반, 시장에는 이른바 럭셔리 똑딱이라 불리는 기종들이 여럿 출시되었다. 손꼽히는 카메라들이 Contax T3, Leica Minilux, Minolta TC-1, Ricoh GR1v 등이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으로는 아래와 같은 몇가지를 들 수 있었다.

1. 우수한 성능의 광각 단렌즈를 탑재
2. 조리개우선 등의 자동노출 시스템과 노출 보정 가능
3. 수동 초점 설정 가능
4. 티타늄 혹은 마그네슘 등으로 제작하여 컴팩트하면서도 내구성을 확보

위와 같은 장점은 애호가들의 전천후 에버레디 카메라로서 혹은 출사시 서브 카메라로서 안성맞춤이었기에 ‘자동카메라’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신품가 기준 100만원 전후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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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을 깠다.

2002년 겨울 쯤이었나.. 결국 회현지하상가에 달려가 T3를 품에 안았다. 맨날 먼지 묻은 중고만 전전하다 신품 카메라를 까본 적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칼자이즈 35mm 2.8 Sonnar 렌즈를 탑재한 담배갑만한 사이즈의 카메라라니. 이거 하나면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란 기대에 들떴다.

당시만해도 자가인화를 하던 시절이라 확대기에 T3로 찍은 필름을 걸었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이 작은 렌즈에서 찍혀진 결과물이라 믿기 어려울만큼 날카로운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 옆에서 지켜보던 동기가 뱉은 말이 기억이 난다.

‘아 내 카메라도 팔아버리고 이거 하나 달랑 들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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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유저도 놀라게 만들었던 렌즈 성능

당시 혜화동에는 암실이라는 까페가 있었다. 말그대로 까페에 암실이 있는 특이한 곳이었는데 여기서 손님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인화도 할 수 있어 알음알음 인기였다. 나야 학교의 암실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작업하진 않았지만 재즈만 전문적으로 선곡해주는 그 곳의 분위기가 좋았고 그 곳에서 즐겨 인화하던 친구가 있어 종종 따라 가서 도와주기도 하며 여러차례 들렀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어느날 저녁인가도 암실에 들렀다가 친구의 지인이 암실에서 인화된 사진을 들고 나오며 희희낙락하는 걸 마주쳤었다.

‘야 이것봐. 죽이지 않냐? 이거 뭐로 찍었게?’

‘형 라이카 쓰잖아요? 주미크론으로 찍은거 아녜요?’

‘아니지롱~ 짠! 이것봐. 예쁘지? 이걸로 찍은거야. 콘탁스 T3! 야 이거 죽이네 진짜.’

그는 몇장의 인화물을 들고 나와서는 호들갑을 떨며 신나 있었다. 내가 처음 T3로 찍은 필름을 확대 인화를 해보고 놀랐던 것처럼 그 역시 T3의 결과물에 홀딱 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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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에버레디 카메라

늘 지니고 다녔던 T3는 군입대 후 당분간 놀게 되었다. T3를 대체한 카메라는 올림푸스 뮤2였다. 귀하신 몸 T3는 탄창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닐 수는 없어서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었는데 같은 35미리 화각에 개방값도 2.8로 동일했다. 조리개우선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똑딱이는 대부분 P모드로 찍는지라 별 상관이 없었고 렌즈의 선예도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군에서 잘 사용했었다. 내구성이 다소 떨어져서인지 말그대로 전투형으로 사용해서인지 전역하기 전 마지막 혹한기 무렵엔 이미 초점이 엉뚱한데 맞으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전역 후 회사원이 되면서 다시금 T3는 늘 가방속에 들어서 거의 대부분을 시간을 함께 하게 되었다. 2004년경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구입한 속사케이스에 싸여서 서류 가방 한구석에 한두롤을 필름과 함께 늘 들어있던 T3는 그야말로 나의 에버레디 카메라. 회식 자리에서나 아님 잠깐의 외근에서나 필요하면 언제나 톡톡톡 누를 수 있었던 소중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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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T3

필름시대가 급속히 저물면서 한 때 내노라했던 필름 카메라들의 가격은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 그런데도 여전히 T3의 중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른바 럭셔리 똑딱이들 중에서도 유독 T3의 가격 상승이 놀라운데는 이효리, GD 등의 연예인 효과도 있겠지만 종합적인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T3가 가장 선호될만한 기종이기도 하고 앞으로 이런 필름 카메라가 나올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14년전 신품가보다 더 비싼 중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들은 많고 물건은 적으니 결국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높아진 몸값에 혹한 나도 그만 녀석을 보내고야 말았다. 그깟 라이카 렌즈 하나 사겠다고. 지금도 가끔 후회하고 있다. 안녕, 나의 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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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의 장/단점

T3의 기계적 성능이야 별달리 언급할 것이 없고 장단점도 명확히 알려져있지만 그래도 리뷰니 몇 가지만 언급해보자면.

▶ 장점

작은 크기, 우수한 렌즈… (뭐가 더 필요한가)

▶ 단점

1. 고질적인 베리어 고장

자동 카메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렌즈 베리어 부분이 아무래도 충격을 받으면 쉽게 고장날 수 있는데 고장 정도에 따라 국내에서 수리가 가능하거나 아니면 일본 ㄱㄱㅆ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스런 고장은 대부분 내부 접점의 접촉불량이나 이동 범위 오류에 따른 것으로 부품 교체 등을 요하지 않고 수리가 가능한 것으로 수리점에서 수리 불가 판명 받은 T3를 ‘병동사’님이 직접 수리하여 공개한 적이 있다. 따라서 수리점 말만 무조건 믿고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 필름 로딩 에러

필름을 넣었을 때 자동으로 로딩이 되지 않고 헛도는 현상이 간혹 있다. 필름 스풀의 돌기가 다소 낮고 뭉툭해서 제대로 못거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자가로 수리했다. 돌기 부분을 칼로 좀 깎아서 좀 더 두드러지게 해줬는데 그 후 전혀 문제가 없다.

3. 감도 수동 설정 불가

이 정도 가격대면 감도 수동 설정 정도는 가능해야 할텐데 DX코드만 인식된다. 뭐 전원켤 때 마다 플래쉬 설정 만져줘야하는 미니룩스에 비하면 이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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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 ‘쓱’ ‘톡’

Contax T3는 최초 발매된지 이제 15년이나 지난 기종이 되었다. (벌써?) 필름 시대가 저물면서 더이상 이런 카메라는 나올리가 없기에 어쩌면 T3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필름을 사용하는 애호가라면 이런 고급 똑딱이에 대한 매력을 한번쯤은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으리라. 라이카의 손맛도 좋고 니콘의 든든함도 좋지만 이렇게 작고 야무진 카메라 하나를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다 쓱 꺼내서 톡 찍어대는 스냅의 묘미도 만만치 않은 즐거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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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 서울 / 400TX / 미니룩스를 사용하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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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포항 / APX400 / 지금은 사라진 송도해수욕장 방파제의 횟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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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포항 / APX400 / 송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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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대구 / APX400 / 삼성라이온즈 개막전. 경기가 잘 안풀렸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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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후쿠오카 / RDP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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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후쿠오카 / RDP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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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 부산 / TMX / 영도다리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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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군산 / Centuria 100 / 지금은 사라진 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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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군산 / Centuria 100 / 군산역 도깨비 시장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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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군산 / Centuria 100 / 군산역 도깨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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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포항 / Centuria 100 / 구룡포 해녀들의 잠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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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서울 / 400TX / 후임 귀 꼬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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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 부산 / 400TX / 거가대교 건설 중일 때. 아직은 ‘섬’이던 가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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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 경주 / Delta 100 /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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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 경주 / Delta 100 / 매복 포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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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 경주 / Delta 100 / 매복 포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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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대구 / APX100 / 평광동 광복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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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 대구 / Delta 100 / 불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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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경주 / TMY / 성동시장, T3의 마지막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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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포항 / APX100 / 김치~~~! 하고 달려오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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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T3

카테고리:Review태그:,

1개의 댓글

  1. 70주년 기념 바디가 눈에 아른거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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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짜이즈는 역시 조나죠 존나…
    대체 왜 팔았데요?? ㅎㅎ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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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3… 그는 좋은 똑딱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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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민트급의 블랙 박스셋이 있었어요. 근데 너무 조심스러워서 어디 들고 다닐 수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팔았어요.
    그리고 무지하게 후회하는 중이예요. 내 가 그걸 왜??? 담부턴 신중할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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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럼요. B급사진에 누두작가님 한분정도는 계셔야죠.!! ㅋㅋ
    오랜만입니다. 여전한 필력과 사진퀄러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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