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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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부처를 인도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네팔(Nepal) 남부의 작은 부족 국가 카필라바스투 사람입니다. 두 번째 네팔 여행을 계획하며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 룸비니(Lumbini)는 바로 부처의 고향입니다.

룸비니로 가기 위해서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Kathmandu)에서 비행기나 버스를, 포카라(Pokhara)에서는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포카라를 떠날 때 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숙소 주인이 적당한 조건으로 차를 한대 주선해줬습니다. 덕분에 호사스럽고 편안한 여정이 될 것 같았습니다만, 룸비니로 이어지는 길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네팔의 남북을 관통하는 싯달타하이웨이(Siddhartha Highway)는 부처의 고행길을 따라 놓인, 고속도로라는 명칭과 달리 천 길 낭떠러지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도로였습니다. 편안하기는 커녕 상당한 스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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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반나절을 달려 도착한 룸비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소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이, 그야말로 목가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선 중심가에서 숙소를 찾아봤는데, 대부분의 숙소가 만실이었고 남아있는 방은 가격이 꽤나 비쌌습니다.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자, 숙소 주인은 대성석가사로 가보라고 권했습니다. 들어보니, 약간의 기부금을 내면 식사와 숙박을 제공한다고, 그래서 많은 참배객들과 관광객들이 묵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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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석가사는 네팔에 있는 유일한 한국 사찰이자, 룸비니에서 가장 큰 사찰입니다. 유엔(UN)의 룸비니개발계획에 따라 사원 지구(Monastic zone)내에 건립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크기의 본당에 어안이벙벙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규모에 비해 너무도 고요한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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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길가의 노점상에서는 좋은 냄새를 풍기는 처음 보는 음식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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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인사를 건네자 부자가 웃음을 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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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지구를 돌아보기 위해 인력거를 탔습니다. 절들을 모두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곧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거대한 사람이 비쩍 마른 아저씨의 인력거를 타고 가니, 뭔가 그림이 이상했습니다. 약속했던 요금을 드리고, 아무래도 자전거가 낫겠다,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성석가사에서 자전거를 빌려, 인근 절들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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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와 미얀마, 중국의 절을 돌아보고  기운을 내서 마야 데비 사원(Maya Debi Temple)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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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데비 왕비는 부처의 어머니로, 부처는 이곳 사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기원전 300년 경에 세워진 사원에는 어린 부처의 몸을 씻었다는 구룡못(Puskarni Pond)과 기단, 사찰의 흔적, 그리고 저 유명한 아쇼카석주도 보존되어있습니다. 불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성지순례지이기도 해서 매년 수천만 명이 찾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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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곳곳을 보리수와 타르초가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경건한 기분이 되어 느린 걸음으로 나무 사이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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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의 손자나무 앞에서, 한무리 불자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마음이 공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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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지어진 보존관 안에는 부처의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문득 싯달타하이웨이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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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을 받은 피야데시왕(아소카 왕의 다른 이름)이 20년을 기름을 부어 성스럽게 하노니, 직접 납시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숭배를 하니 “여기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났도다” 말을 상징하는 돌로 이 석주를 세운다. 여기에 룸비니의 이 마을에서 성자가 태어났으니, 세금을 면하고, 생산량의 일부만 납입케 하라.”

아쇼카석주가, 이곳이 부처의 출생지임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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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입니다만, 룸비니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곳입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서역천축국 –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간 서역천국국이 바로 룸비니입니다. 그래서인지 룸비니에는 유독 원숭이들이 많습니다.

너희들 손오공의 후예냐, 원숭이들을 놀리다가 돌아보니 보리수 아래에 한 소녀가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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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살 쯤 되었을까, 소녀는 참배객들에게 뭔가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다가가보니 사람들이 소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소녀는 티카를 찍어주거나 손을 잡고 뭔가 축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아이도 쿠마리(Kumari)와 같은 존재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제게 손짓을 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제 손목에 몇 가닥인가 실을 감아주며 축복을 해줬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하며 얼마를 주면 되겠냐 물어보니, 돈은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인사하고 돌아섰는데, 며칠 후 만난 스님으로부터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소녀는 마야 데비 사원에 있던 힌두교 사두(성직자)의 손녀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마야 데비 사원은 수천년동안 힌두교 성지였다고 합니다. (조금 복잡한 얘기지만, 힌두교에서는 부처도 힌두교의 수많은 신 중에 하나로 여깁니다.) 그러다가 유엔 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이곳을 지키던 힌두교 사두들이 밀려나면서 그 자리에 이 소녀가 앉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네팔 정부는 이곳을 불교 성지화하기는 했지만, 힌두교 신자들의 출입이나 의식을 막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교 신자들, 힌두교 신자들, 심지어 이슬람 신자들까지 와서 각자의 종교에 따라 의식을 행하고 예를 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의 한가운데에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불교 신자가 오면 염주나 실을 건네고(제 손목에 감아준 것은 아마도 인연의 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힌두교 신자가 오면 이마에 티카를 찍어주고, 이슬람 신자와도 손을 맞잡으며 6년 째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축복을 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여러가지 감정과 함께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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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과도 눈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어쩐지 부처의 얼굴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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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다시 인사하고 숙소로 오는 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해질 무렵, 카메라를 들고 지평선까지 뻗은 길 위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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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비니에서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카테고리:Drifting, Essay, Gallery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아직도 마음이 부처님 고향에 남아계시는 것은 아니신지~ ^^;

    처음 사진에서 보여주셨던 차에 앉아~ 마치 제가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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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생을 믿고 내세를 믿는 그래서 현생에 아등바등하지않는다죠?
    내려놓음을 배울수 있는 여행을 하신 스탈님 넘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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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팔은 카트만두와 포카라 외에 가보질 못해서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아… 룸비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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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역시나 멋진 글과 사진.
    전 가끔 그래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된 것이.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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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읽고 나니 마치 제가 다녀온 듯한 느낌이네요.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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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난 이 포스팅을 보면서.
    카메라 세대는 목에 걸고 다녀야 겠구나 싶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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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 어린 소녀는 어떤 신념으로 저 자리를 저렇게 지키고 있는걸까요?
    그런데 저 대성석가사는 대부분 시멘트로 만든 절인가요? 회색인게 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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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의 눈을 마주했는데, 아주아주 맑았어요. 그 눈빛으로 평온하게 마주쳐오는데 현자를 보는 기분이었죠. 어쩐지 울고싶어졌던 것 같아요.

      건축용 목재가 흔하지 않은지 돌을 많이 사용했더군요. 채색도 할거라고 했는데 최근 모습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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