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2


좋은사진을 위한 잡설

161015-265

[2016. 9 / 문경 / Minolta TC-1 +400TX / 목숨 걸고 사진 찍기]

> 어떤 매체를 통해 볼 것인가?

사진을 잘 보기 위해서는 전달하는 매체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시회, 사진집이나 잡지 따위의 인쇄물, 웹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상의 매체들에 대해서 그 중요성에 비춰 우선순위를 준다면 전시회, 사진집, 웹 순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비유컨대 전시회가 라이브 콘서트나 연극이라면 사진집은 음질 좋은 CD쯤 이고 웹은 MP3 랄 수 있다. 음악이나 공연을 라이브 실황으로 느끼는 것과 음반으로 느끼는 것은 감동의 질에 있어서 비교대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진을 전시회에서 보는 것과 사진집이나 웹으로 보는 것은 감동의 질에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전시회를 기획하고 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에 대한 이해가 더해진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전시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 함축적 기승전결, 프린트의 질, 액자의 선택, 도록이나 브로슈어, 비용 등의 이슈는 사진가들에겐 하나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실황의 감동이 더해진다. 실황의 감동은 한번뿐이다. 전시회는 일정이 다하면 끝난다. 재현이 불가능하다. 반복의 제약이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그리고 유일성은 전시회가 가지는 차별적 힘이다. 운이 좋으면 사진가와 랑데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진가의 의도를 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고 궁금한 것은 물어 볼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전시회에 간다는 것은 ‘보다’를 넘어 ‘체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인근에 갤러리 정보를 숙지하고 열리는 전시회를 꼼꼼히 챙겨보자. 통찰을 얻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진집이다. 일반적으로 사진집은 비싸다. 크고 무겁다. 게다가 국내에선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나마 유통되는 책들도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중고라도 구하는 날은 운수대통이다. 이처럼 국내 사진집 유통기반은 열악하다. 해외구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크기와 무게 때문이다.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지만 배송에서 좌절하게 된다. 책값만큼 배송료가 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것 먹을 것 아껴가며 꼬박꼬박 모은 용돈으로 벼르던 사진집을 결재하는 즐거움은 무척 크다. 목적한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으면 이렇게 구매한 사진집이 절판되어 몇 배나 비싸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크고 비싼 해외판 사진집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족’과 ‘거리’를 오랫동안 기록 해 오고 있다. 사진가라면 흔히 다루는 주제인지라 차별성도 없고 우람한 선배들이 넘사벽 사진들을 별만큼이나 빼곡하게 발표해 놓은 터라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 낼 여지도 거의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천착하게 된 것은 전몽각의 ‘윤미네 집’과 김기찬의 ‘골목안 풍경’이라는 두 권의 허름한 중고 사진집 덕분이다. 처음보는 순간 감전된 것 처럼 단박에 꽂혔었다. 감동에 이유를 다는 것은 의미 없는 사족 같은 것이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이렇듯 누군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다. 다행히 언급된 두 권의 사진집은 근래 복간되어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웹으로도 사진을 볼 수 있다. 필요한 사진들을 빠르고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그러나  (물)질감, 크기, 현장감 등 사진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오리지널 프린트에서 느끼는 질감(물질감이라고 해도 좋다), 사진의 크기에서 오는 여러 가지 느낌들, 전시공간이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현장감은 모니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웹으로 사진을 본다는 것은 밀착이나 썸네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보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서 활용할 여지가 작지 않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웹에 전시하고 있으며, 일부 사진가들은 SNS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미 전설이 된 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도 그들이 속한 단체나 재단에서 잘 정리해 두고 당신을 기다린다. Magnum photos(https://www.magnumphotos.com)는 즐겨 찾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

무엇으로 보거나 어떻게 보거나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의 즐거움’에 관한 것이다. 좋아하는 어떤 것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풍요롭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보지 않고는 찍을 수 없다. 사진의 본령이 어쩌면 찍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요약 : 
전시회 꼼꼼히 챙겨보면 참 좋으리. 사진집 사는데 아끼지 않으면 참 좋으리. 웹 공간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 참 좋으리. 그리고 ‘보는 즐거움’ 실컷 누리리.

by PIU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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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사진집을 몇 권 갖고 있지 못하지만 … [윤미네 집]과 [골목안 풍경 전집] 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가가 지녀야 할 피사체를 향한 따뜻한 마음 … 그걸 배워가고 싶은데 … 요즘은 참 어렵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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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보면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좋은 사진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적인 측면도 있긴 하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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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이럴려고 찍었나 싶어 자괴감이 들 때가 많지만, 보는 훈련은 한 만큼 또 눈 높이가 높아지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본대로 찍을 수 있다면 이미 득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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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시회에 갔다가 남들이 좋다는 사진이 왜 좋은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때부터 전시회 많이 찾아 다녔습니다.
    지방이라 기회가 별로 없어 나중엔 사진집을 하나씩 사다 보았어요.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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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회에 갔다가 남들이 좋다는 사진이 왜 좋은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때부터 보는 훈련, 읽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눈은 조금 생긴 것 같은데
      찍는 눈은 암담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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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갑작스레 b사진 공간을 알게 되서 말입니다.
    좋은 글이 너무 많아서 갑자기 복터진 느낌~ 으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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