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가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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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다라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습도와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던 지난 8월.

“돌돔은 원없이 먹게 해드릴께”

라는 후배의 말에, 무작정 추자도로 향했다.

서울에서 밤새 470km를 달려 완도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그러고보니 추자도의 기억은 아버지와 낚시하려고 10년 전에 들어간 것이 가장 최근이다.

10년. 

추자도로 들어가는 배 시간까지는 아직 3시간 정도가 남았다.

푸른 새벽 너머로 정박해 있는 레드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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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대한 아련한 동경과 그에 함께 동반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오래전 아버지께서 사주신 낸터킷의 아더고든 핌 이야기를 읽고 부터인 것 같다.

주인공이 막연한 호기심과 모험심에 올랐던 그 배 이름이 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책장을 들춰봤더니 “돌고래호”

피코트호(백경)라든지, 느부갓네살호(매트릭스) 정도의 멋진 이름이었을거라 기대했지만, 

잠시, 애드가 앨런 포의 작명 능력에 의심을 해보는 순간이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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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새벽을 운전하느라 피곤이 밀려왔고, 배 시간은 3시간 정도가 남았지만, 

짙은 바다 내음때문인지 묘한 불안함이 감돌아 계속 터미널 주위를 서성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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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레드펄호에 오르는 순간.
이렇게 큰 배를 타본 것은 10년 전, 역시 추자도를 들어갈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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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섬을 떠나는 사람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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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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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나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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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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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고립이나 단절을 의미한다.

추자도같이 규모가 있는 크기의 섬은 조금 덜할지 모르지만, 예전에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도보로 한 시

간 정도면 일주를 하는)에 들어갔을 때 고립된다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번 각인된 느낌 때문인지 10년 전에 별 생각없이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섬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쩌면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조금은 그런 느낌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작정 추자도로 따라 나섰는지도 모

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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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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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녕~ 제주도로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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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친척형님은 낚시가 좋아서 아예 추자도로 들어오셨다고 했다.

오로지 낚시하면서 살고 싶어서.

말하자면 살기 위해서 섬으로 들어온 것이다. 도시에서 죽을 것 같으니까.

집에 짐을 풀자마자 형님이 다짜고짜 내놓으신 돌돔구이 세마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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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먹은 돌돔은 미끼였나?

점심식사가 끝나자, 형님이 작은 통과 길쭉한 칼을 쥐어주면서

“이제 소라 좀 따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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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돔을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해서 무심코 따라 나선 추자도행.

설마 내가 잡아서 마음껏 먹어야 할 줄은 몰랐던거지.

이런 “삼시세끼 추자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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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후배는 나보다 훨씬 더 물질에 소질이 있었고,

거북손과 고동, 성게, 심지어 전복 따위를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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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시간의 물질로 몸에 들러붙은 소금끼가 찝찝했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머리털끝까지 서늘해 지는 지하수의 시원함을 마당에서 만끽하는, 

이것이 여름 바다, 갯가 생활의 참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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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처음 먹어보는 거북손의 맛은 실로 놀라웠다.

조개류 보다 조금더 쫄깃한 식감에, 게살의 맛과 향이 섞여있다고 할까?

이 정도면 꽤 큰 편에 속하며, 6년 정도 자라야 하는 크기라고 했다.

우리는, 거북손이 방송을 탔으니 이제 멸종의 길로 접어들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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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돌돔과 참돔, 그리고 정갱이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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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돔들을 탐닉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 되어간다. 

그제서야 섬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몰고 태평양(형님은 추자도 바다를 그렇게 불렀다)으로 떨어지는 해를 보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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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새 나도 이 바다를 태평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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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구이, 조림을 먹었으니 당연히 저녁은 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님의 조용한 고백을 듣고 나는 충격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손님도 왔으니까 저녁에는 치킨에 술 한 잔 할까? 나는 섬에 살다보니까 그런게 먹고 싶어”

“그리고 나는 생선 별로 안좋아해. 매번 보니까 비리기도 하고”

30년 베테랑 낚시꾼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회 한접시만 먹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수족관 따위에 들어 있는 걸 먹을 수는 없다는 허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여긴 태평양 추자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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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섬의 심연의 밤은 그렇게 애매한 포지션으로 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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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도 열대야 폭염을 피하기 힘들었지만, 서울과는 전혀다른, 태평양 하늘에  떠있는 별을 찍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성공(?)했다.

“전선위의 별”이랄까

치맥으로 영글어가는 추자도의 오묘한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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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1개의 댓글

  1. 겨울에 보는 여름 추자도. 색다른 맛입니다.

    Liked by 1명

    • 기억을 떠올려보니 아버지랑 갯바위 낚시를 다닐 때도 거의 겨울 방학때였던 것 같습니다.
      추운날 젖은 장갑으로 감성돔을 낚아 올릴 때의 느낌이란 ㅎㅎ

      좋아요

  2. 태평양 저도 보고 싶어지는 사진과 글이에요.

    Liked by 1명

  3. 추자도 하면 김추자랑 예전 경마장에서 봤던 말 추자도가 생각남요..ㅎㅎ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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