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가는 길 #2


DSC08763_S1.jpg

추자도는 군도다.

.

일반적으로 상추자도와 하추자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추자도라고 하지만, 여러개의 유인, 무인도가 추자도를 이루고 있다. 추자도는 완도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날씨가 맑으면 한라산이 보일 정도로 청정해역에 속한다. 또한 육지에서도 멀리 떨어져있고, 오래전부터 섬 그 자체였기 때문에 고급 어종이 많이 살고 있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아버지를 따라 안들어가본 섬이 없을 정도로 낚시를 따라 다닐 때는 물반 고기반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수온의 변화, 무분별한 어획 등등의 이유로 현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어쨋든, 바다 낚시,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영원한 로망, 마지막 안식처는 바로 추자도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추자도는 매력적인 섬인 것이다.
반면,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이 부족한 편의 시설로 인해 딱히 할 일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

.

.

.

DSC08406_SS.jpg

새벽 다섯시.

.

드디어 낚시다. 어릴 때에는 따라만 다녀서 그다지 낚시에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뭔가를 낚는다는 순간은 언제난 짜릿한 느낌이다.

이건 감성돔이구나. 이건 농어야. 그런 미세한 느낌이 구분될 때의 짜릿함.

.

.

.

.

DSC08420_SS.jpg

새벽부터 조업을 나온 배가 이리저리 호를 그리며 분주하다.

.

.

.

.

.

DSC08446_SS.jpg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밑밥을 뿌리고, 크릴 새우 채비를 바늘에 끼운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낚시만큼 잔인한 행위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입장에서는 무념무상 머리속을 비우기에는 최상의 놀이가 아닐까? 그렇게 많이 따라다녔지만 어릴 때 나는 그 재미를 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낚시채비의 준비과정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무상무념이란 이런 건가? 

낚시줄에 바늘을 꿰는 방법도 생각나지 않다니. 

.

.

.

.

.

DSC08398_SS.jpg

낚시하면 생각나는 것들. 

노인과 바다. 백경. 낸터킷의 아더고든 핌 이야기. 흐르는 강물처럼. 섬. 곡성. 

조금은 다른 내용이지만, 잠수종과 나비.

어쩌면 내가 고기일지도 모른다.

.

.

.

.

.

DSC08467_SS.jpg

사실 갯바위로 가지 않는 한 40~50cm가 넘는 대물을 만나기는 어렵다. 돔이 사는 수심과 수온은 일반적인 어종과 다르기 때문에, 오로지 대물 돔을 잡으러 그런 갯바위를 찾아가는 낚시는 모 아니면 도. 돔을 낚지 못하면 다른 물고기도 만나기 어렵다. 

우리는 갯바위도 아니고 다리 근처에서 찌낚시를 던졌을 뿐인데, 운이 좋게도 20cm가 넘는 작은 돌돔이 올라왔다. 그 이하는 다시 방생. 약 30분 동안 제대로 손맛을 느꼈다.

.

.

.

.

.

IMG_4958_SS.jpg

돔은 성게나 소라 등 고급어패류를 주식으로 삼기에 연상되는 작용(?)으로도 더 인기가 높다. 우리가 잡아올린 돌돔은 어릴때 흰색 띄가 선명해서 줄돔이라고도 하지만, 크면서 흰 띄가 거의 없어지고는 돌돔이라고 불린다. 다소 무른 감성돔의 육질에 비해 쫄깃쫄깃한 식감때문에 횟감에 있어서 고급어종으로 통한다.

세상에~ 우리가 돌돔을 잡았어 !!!

.

.

.

.

.

IMG_4953.JPG

어느새 해가 떠오르자 그늘도 없는 낚시터에 더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다리 아래에서 망중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여기에 있다.

.

.

.

.

.

IMG_4975_SS.jpg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어젯밤 형님의 고백에 이어 

또다시 충격적인 발언 2탄.

“나 회를 잘 못떠. 내가 하면 살 다 버려. 누가 좀 어떻게 해봐”

그렇게해서 예정에 없던 횟칼을 잡아들었다. 낮술을 위해서.

어렸을때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해보는데,

어라~ 제법 소질이 있음이 밝혀졌다.

.

.

.

.

.

IMG_4966_SS.jpg

그리하여 천국보다 낮술.

형님이 잡은 참돔은 왼편에, 우리가 잡은 돌돔은 오른편에,

역시 돔은 큰 크기로 듬성듬성 비주얼 신경쓰지 않고 써는게 진리다.

낮술을 했기 때문에 오후 물질은 건너뛰기로 하고, 쉬엄쉬엄 쉬다가 해가 떨어질 때 쯤 다시 낚시를 가기로 했다.

.

.

.

.

.

DSC08493_SS.jpg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풍요로웠던 새벽 출조의 손맛은 거기까지였다.

오후에는 비싼 크릴새우미끼를 조그마한 정갱이들한테 나눠주고 하릴없이 일광욕을 하는 걸로 만족했다.

.

.

.

.

.

DSC08501_SS.jpg

지지부진한 낚시를 접고 일몰을 보기로 했다.

수면으로 잠기는 해는 아니지만, 이마저도 좋지 아니한가.

태평양(?) 한 가운데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뭉클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

.

.

.

.

DSC08524_SS.jpg

지는 해를 보고나서 다시 다리 근처로 돌아왔을 때,

베테랑 낚시꾼은 어떻게 다른지 형님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

.

.

.

.

IMG_5050_SS.jpg

바다 낚시꾼들 백이면 백, 단연 감성돔을 최고로 꼽는다. 일반 어종이 살지 않는 험한 곳에 살기 때문에 잡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속칭 손맛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다른 어종들이 바늘을 문 다음에 한두번 실갱이를 하다가는 힘이빠져 낚시꾼의 릴에 운명을 맡겨버리고 만다. 하지만 감성돔은 두세번 릴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사이 이제는 기를 꺾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방심했다가는 다시 고개를 쳐밖고 바위틈으로 숨어버리거나, 줄을 끊고 달아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조금 더 굵은 낚시줄을 사용했다가는 입질도 하지않는 영리한 물고기. 감성돔.

수많은 낚시꾼들이 그 손맛을 잊지 못해 수고와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무인도로, 갯바위로 들어간다.

갯바위에서 자연산 감성돔과 줄돔을 먹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손맛과 쫀득한 육질의 회맛이 어울어진, 소수의 낚시꾼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인 것이다.

감성돔 두마리, 긴꼬리 뱅어돔 한마리.

충분하다.

.

.

.

.

.

IMG_5044_SS.jpg

낚시로 시작해서 낚시로 끝낸 두번째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

.

.

.

.

<다음에 계속…>

카테고리:Essay태그:, , , , ,

1개의 댓글

  1. 감생이 두마리 … 털석

    Liked by 1명

  2. 낚시는 할 줄 모르지만 그 하릴없는 멍때림은 해보고 싶더군요. 사실은 옆에서 회 한점.. ㅎㅎ

    Liked by 1명

    • 저도 낚시의 행위 자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개인적으로 그 멍때림과 집중의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필요한 것 같아 추자도가 그립네요^^

      좋아하기

  3. 천국보다 낮술님의 작명 기원이 바로~

    다리밑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바다물결 소리가 찰랑 찰랑 들리는 것 같습니다.

    Liked by 1명

  4. 오~ 감생이!!!! 멋지네요..

    Liked by 1명

  5. 제주도 살면서 추자도고 아직 가보질 못했습니다. 조금 반성합니다 ^^;;;

    Liked by 2 people

    • 원래가 가까운 것에 더 소홀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제주에 계신다면 굳이 추자도를 억지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낚시가 이유가 된다면 모를까, 제주도는 이미 넘사벽인데요 ^^

      Liked by 1명

  6. 선생님, 글과 사진을 보니 무료하다고 생각했던 낚시를 새롭게 생각하게 됩니다!^^

    Liked by 1명

    • 그 손맛과 수고를 능가할만큼 재미를 가지기 전까지는 무료하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분일겁니다.
      저도 여전히 그렇구요^^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낚시를 왜 하느냐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