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가는 길 #3


dsc08538_ss

도착하자마자 물질에, 낚시에…

경치는 뒷전으로 미루고 물속만 바라본 것 같아 마지막 날에는 추자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추자도의 유명한 비경인 나바론절벽을 보기 위해 맞은편 용듬벙에 올랐다.

용이 승천한 자리라고 용듬범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나바론절벽은 그 이름이 조금 생뚱맞다.

낚시꾼들에 의해 그렇게 불려지던 것이 그냥 그대로 그 이름이 돼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용듬벙처럼 뭔가 우리 이름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

.

.

.

.

dsc08545_ss

어느 정도 오르자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저 멀리 나바론 절벽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아…왜 하필 나바론인거냐. (영화의 이미지가 떠올라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

.

.

.

.

dsc08565_ss

하지만 정상에 오르자 사뭇 그 느낌은 달랐다.

아아… 너의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바론이 아니었으면 또 그 무엇이었겠지.

오래오래전부터 바다 한가운데 그 자체로 섬이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

.

.

.

.

dsc08577_ss

그 자체로도 충분해…

.

.

.

.

.

dsc08649_ss

추자도 다무래미.

소매물도 등대섬처럼 물때에 따라 길이 열리는, 상추자도 북쪽에 위치한 섬이다.

왠지 돔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포인트.

.

.

.

.

.

DSC08696_SS.jpg

그 기운을 가까이 받기 위해서 내려가면

.

.

.

.

.

DSC08678_SS.jpg

상상하는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태평양인가.

.

.

.

.

.

DSC08730_SS.jpg

발길을 돌려 등대전망대로 갔다.

.

.

.

.

.

DSC08731_SS.jpg

표지판의 350m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흔한 350m는 아닌것이다.

8월 한여름 무더위에, 350m라는 표시를 너무 쉽게 믿어버린 댓가는 온몸을 적시는 땀 한바가지.

.

.

.

.

.

DSC08737_SS.jpg

태고적 자연림 사이로 보이는 상추자도의 항구.

.

.

.

.

.

DSC08745_SS.jpg

.

.

.

.

.

DSC08763_S1.jpg

그래,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면 땀 한바가지 쯤이야…

.

.

.

.

.

DSC08785_SS.jpg

.

.

.

.

.

DSC08805_SS.jpg

두어 곳을 둘러보는 사이 오전이 다 가고,

이쯤되면 또다시 돔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면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인 나는,

형님의 추천으로 상추자도 항구에 위치한 올레실내포장마차로 갔다.

.

.

.

.

.

DSC08847_SS.jpg

이곳 사장님도 낚시가 좋아서 오래전 추자도로 들어왔다고 했다.

형님과는 막역한 사이라고 하니, 혹시나 미흡한 맛을 인맥의 맛으로 대체하려는 건 아닐까 살짝 의심이 드는 순간.

.

.

.

.

.

DSC08820_SS.jpg

거북손으로 육수를 내고, 고명까지 거북손을 올린 거북손국수.

아아~ 형님, 추자도 떠나는 날 알려주시면 어떡해요.

한젖가락 입에 대자마자, 나는 거북손이 곧 멸종할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

.

.

.

.

DSC08827_SS.jpg

거북손 전.

역시 멸종이 얼마 남지 않았어.

.

.

.

.

.

DSC08835_SS.jpg

그날 잡아올린 오징어회무침은 또 어떠한가.

.

.

.

.

.

DSC08809_SS.jpg

사장님은 모든 메뉴가 맛있지만,

이 세상 그 어느 닭똥집보다 자신의 닭똥집이 맛있다고 하셨다.

네?

.

.

.

.

.

IMG_9004.JPG

그리하여, 천국보다 낮술.

.

.

.

.

.

DSC08872_SS.jpg

그렇게 또, 살기 위해 섬으로 들어왔다가,

유통기한의 부여받은 통조림 마냥,

살기 위해 섬을 떠난다.

.

.

.

.

.

DSC08876_SS.jpg

.

.

.

.

.

DSC08878_SS.jpg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

.

.

.

.

DSC08944_SS.jpg

멀리, 육지의 불빛이 보이면서 2박 3일의 추자도 인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바다가 좋다는 내 말을 들은 형님이

“응, 내가 볼 땐 너는 딱 1주일짜리야. 아니 일주일도 길다. 5일. 좀이 쑤셔서 나가게 돼있어.”

살기 위해서 들어왔지만, 살기 위해서 나가야 하는.

.

.

.

.

.

DSC08964_SS.jpg

.

.

.

.

.

DSC08898_SS.jpg

.

.

.

.

.

DSC08883_SS.jpg

섬에서, 간암 말기로 작년 12월까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아저씨를 잠시 스쳐지났다.

추자도가 좋아서, 낚시가 좋아서 치료를 그만두고 부부가 함께 추자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죽기전까지 좋아하는 낚시만 하다가 갈거라는데.

작년 12월까지라고 했는데, 아직도 낚시하고 무인도로 들어가서 캠핑하고 산다고.

우리의 삶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

.

.

.

.

<끝>

카테고리:Essay, uncategorized태그:, , , , , ,

1개의 댓글

  1. 바다는 진리에요.
    소주와 잘 어울리죠.

    Liked by 1명

  2. 추자도까지는 못가도 종로5가에 거북손 파는집이 있던데, 일잔 할까요? ㅎㅎ

    Liked by 2 people

  3. 잘 봤습니다. 섬에 있는 등대나 전망대는
    가면 안되는 곳입니다. 이미 몇번 속아서 이젠 안가요..ㅋ
    올레 포장마차 가고싶어졌습니다.

    Liked by 1명

  4. 역시나 면사진에 관심이 가는 난 대체…

    좋아요

  5. 거북손 국수 격하게 땡깁니다 ㄷ
    마지막 여운도 강하게 남는 추자도 여행기네요. 연재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아요

  6. 진솔한 풍경을 담아내시는 마그눔님의 필담에 더욱 녹아 내립니다.

    Liked by 1명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