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장모님과 아내가 준비해준 생일선물 –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아침 10시 기차를 타니 12시 반 쯤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은 기차를 타고 가는게 정석이라지만, 요즘의 KTX는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대안이 없다는게 문제겠습니다.
유리벽에 비친 부산시내를 돌아보며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요새 잘나간다는 본전돼지국밥입니다. 처음 먹어보는데, 글쎄요, 타지인 입맛에 맞춘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덜 진하고, 그래서 덜 비리더군요. 맑은 국물이라는 느낌입니다. 배를 채우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중앙동 뒷길을 걸어올라 코모도호텔입니다. 한국적 인테리어 덕분에 외국인들이 많이 묵는다는데, 그다지 권하고 싶은 호텔은 아니었습니다. 시설이 낡았고 어딘가 왜색도 느껴집니다.
짐을 던져두고 영도로 향했습니다. 부산대교를 처음 건너며 내려다본 영선동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그 풍경을 찾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태종대 입구에서 다누비열차를 보고, 줄이 너무 길어서 걷기로 했습니다. ‘힘들다던데…’ 아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쉬엄쉬엄 40분 쯤 걸어 모자상에 다다랐습니다. 바다가, 파랗습니다.
다시 10여 분 걸어 신선바위와 영도등대도 바라봤습니다. 여전히 파란 바다였습니다.
부산항대교를 건너 동백섬으로 향했습니다. 통행료는 천사백원이지만, 빙 돌아서 갈 때보다 5천원은 절약된다는 기사님의 설명입니다. 높이가 굉장하던데 다리의 모양도 그렇고 라이트업하는 것도 어딘지 레인보우브릿지를 닮았습니다.
광안대교를 건널 즈음 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해지는 수영만을 동백섬에서 보고 다시 해운대로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바다가 고요하게 잠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장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유명하다는 해운대 암소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주말이라 생갈비가 떨어지고 없답니다. 양념갈비를 시켜봤더니 본수원갈비 보다는 양념이 덜 진하고 육질이 부드러웠습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이쪽이 맘에 들었습니다.
잠시 달맞이고개에 올라 망원렌즈를 들고왔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광안대교는 무척 멀리에 있더군요.
해운대는 어둠에 잠겨있었습니다. 모래를 살짝 밟아보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내가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포차촌을 찾았습니다. 늘 자리가 없고 특히 단체손님이 앉기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바닷가재를 많이 먹는 분위기가 낯설었습니다.
돌멍게를 시켰습니다. 멍게를 싫어하는 아내는 돌멍게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다 창 밖 그림자를 봤습니다.
둘째 날의 시작은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어릴 적 건물들은 그대로여도 분위기는 많이 변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 남들 다 찍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딘지 먹먹해져서 먼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실비집에서 밀면을 먹었습니다. 별 것 없는 음식인데 부산에 오면 먹고 싶어집니다.
다시 동네 구경을 하며 스템핑을 한 뒤 보수동으로 향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설레게 합니다
역시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책을 책 그대로 읽어본 것은 더 오랜만인 것 같았습니다. 현대인들은 단문 위주로 글을 읽지만, 그 양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합니다. SNS, 신문기사, 각종 보고서 등 읽을게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책을 읽는 것만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국제시장에도 먹거리촌이 생겼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인가 봅니다. 제 기억 속의 국제시장은 보세를 팔던 골목이었는데요.
손가락 굵기의 떡볶이와 두툼한 오뎅을 먹었습니다.
미도어묵에 갔습니다.
부산은 요새 어묵마케팅을 하나 봅니다. 국제시장 먹거리골목 중심에 어묵집들이 포진해있고, 영도의 삼진어묵은 부산역에 지점을 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자갈치입니다. 어릴적에는 자갈치와 영도를 오가는 조각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통통배로 바뀌었는데, 통통배를 타고 고래고기를 먹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자갈치의 꼼장어를 좋은데이와 먹었습니다.
술도 한 잔 했겠다, 거나한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역으로 향했습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늦은 저녁, 서울역의 뒷편으로 택시를 타러 갔습니다.
부산에선 시원을 마셔줘야…ㅇㅇㅇ
겨울에 부산도 한번 가야 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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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이도 마시고 나쁜데이도 마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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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부산은 제주보다 더 동경하는 곳이에요.
중3 연합고사 끝나고 처음 방문했던 부산.
그 기억때문에 다시 고3 학력고사 끝나고 찾은 부산.
군대 다녀온 후 95년엔가 찾은 부산.
물론 그 이후로 부산을 많이 찾았지만
처음 그 세번의 부산의 기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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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야 어른이 된 후에도 워낙 드나들었지만, 마지막 여행에서는 이상하게 울컥하는 것들이 올라오더군요.
최백호선생의 노래 때문일 수도 있겠고, 아버님 생각이 나서일 수도 있겠지요.
가끔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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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와바리를 다녀가셨군요!!
담부턴 꼭 연락하고 오시길~~
담담한 기행문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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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태종대 앞의 수많은 수족관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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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먹는것만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ㅠㅠ
1박2일 부산여행은 이글을 따라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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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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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정말 언제가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결혼전에는 먹방과 출사로 1박2일로 돌아다니며 즐거웠는데 말이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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퐝에서 부산이 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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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부산은 갈 여건은 되는데 잘 안가지는 그런 곳입니다. 실제 부산 풍경이 그렇지 않을텐데 사진으로 전해지는 깔끔한 느낌이 부산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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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이웃이면서도 이웃이 아닌 그런 곳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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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처가가 해운대이고 신입사원시절 3년간 지낸 곳이어서 익숙한 곳인데 이상하게 사진을 많이 담질 못했네요.
출사로 부산 한번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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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볼 곳이 좀 있기는 합니다. 망가져버린 곳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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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어떻게 1박 2일 동안 저렇게나 많은 곳을 다닐 수가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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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갈매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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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살 땐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 버스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곳, 가끔 심심하면 통일호 비슷한 열차 타고 갈 수 있는 곳, 더 심심하면 ktx 도 함 타보기도 했던 곳 … 그런 곳이었는데 이젠 가기 힘들어졌습니다 ㅡㅡ;;; 그래도 2년간 울산에 살면서 부산에 가 봤음 하는 마을들은 다 돌아봤던 것 같습니다.
근데 사실 … 부산도 오사카 처럼 먹방 하러 가는 곳 같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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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사실 신기하긴 해요. 그 동네 뭐 먹을게 있다고 다들 가는지 ㅋㅋㅋ 동네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짜고 맛 없는 것들 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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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은 따라가고픈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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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번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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