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다리의 추억, 그리고 토리세이(鳥せい)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하나의 색인(index)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로 꿰어서 집어들던 꼬치구이, 꼬치구이에는 저마다 추억이 있을 것이다. 노점에서 집어들던 투박한 오뎅꼬치, 국자로 종이컵에 홀짝홀짝 담아먹던 국물, 기름과 양념으로 반질반질한 떡꼬치,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던 닭꼬치, 통통한 소세지 꼬치 등등…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던 어린 시절에는 저런 꼬치들이 보약이었더랬다.

나는 한이 참 많은 사람이다. 달리 말해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다행히 한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 같다. (아니 깨달은 척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탐식은 지금이나 그때나 제어가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20년전의 나는 무얼 그렇게 먹고 싶었던 걸까? 그당시 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먹거리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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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제2의 항구도시(당시 사회교과서 표현을 빌리자면) 인천이다. 투다리는 1987년 인천 제물포에서 1호점을 열었다. 장사가 잘 되었는지 분점이 무척 많은 가게였다. 화투장같은 간판을 한 투다리 간석점, 종이 홍초롱도 나풀거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오가다가 가게의 창 너머로 보이는 노릇노릇한 꼬치구이들이 그렇게나 맛있어 보일 수 없었다. 그런데 그곳은 술집이었다. 먹음직스럽던 꼬치구이들은 술안주였던 것이다. 술집에 가는 것이 못된 일이라고 교육받았던 나는 부모님께 한번 말해보지도 못하고, 투다리 밖에서 냄새만 맡고 서 있곤 했다. 자유롭게 그곳을 드나들던 어른들이 참 부러웠다.

생맥주 한 잔에 오백원, 닭꼬치 한 줄에 이백오십원… 미성년자이니 맥주는 못 먹는다 치고, 천원을 모으면 무려 꼬치를 4줄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라도 용돈을 모아서 어떻게 해볼 수 있었던 금액이었던 것이다. 사달라고 조를 수도 없고, 돈이 있다고 해도 먹을 수 없다. 이를 어이할까;;;

그렇게 나의 유년은 지나갔고, 어떤 죄책감 없이도 술집을 드나들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투다리가 이자카야와 비슷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투다리에 대한 기억은 점차 잊혀져 갔고, 결국은 이 나이가 되도록 투다리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옛날의 투다리와 지금의 투다리는 메뉴도 인테리어도 무척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당연히 어린시절 내가 먹고싶었던 250원짜리 닭꼬치는 지금 거기 없을 것이다. 세상은 꾸준히 변해가니까… 지금은 노점의 닭꼬치도 3천원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이 변해가도 한은 여전히 그 때 그 모습을 하고 남아있는 듯 하다. 그래서 약간 슬픈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한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비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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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가 떠올랐던 것은 지난 교토여행에서 방문했던 후시미(伏見)의 토리세이 혼텐(鳥せい 本店)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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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는 몇백년된 사케 양조장들이 모여있는 양조장 마을이다. 유명한 사케 브랜드인 ‘겟케이칸(月桂冠)’ 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이 후시미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시간, 대부분의 양조장과 기념관들이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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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의 우지강(宇治川)에 짓코쿠부네(十石舟)가 떠 있다. 옛날에는 쌀을 실어나르는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유람선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벚꽃 날리는 봄날에 저 유람선에 앉아 사케 한잔 기울이면… 아… 생각만 해도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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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의 골목을 잠시 탐방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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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焼き鳥) 의 명가라는 토리세이 혼텐(鳥せい 本店)에 도착하였다. (토리는 새를 뜻하는데, 보통 야키토리의 토리는 닭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뒤의 세이는 추임새 정도인것 같다.)
그렇지, 여행자들의 로망은 역시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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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도 독립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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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로 갈증을 해소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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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야키토리(焼き鳥) 부터 시작했다.
8명이 방문을 했고,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물론, 주문은 원하는 갯수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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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숯불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구워낸 듯 하다.
비장탄 같은 것을 썼을까??
가스불로 구웠든 숯으로 구웠든, 내 미각이 그것까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맛있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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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국물요리도 홀짝 홀짝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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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닭날개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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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맛있던 닭고기 덮밥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하다니…
(설마 이름이 닭고기 덮밥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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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닭껍질을 모아 모아서 만들어 낸 꼬치구이, 답껍질이 이런 맛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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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입속으로 막대는 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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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는 오래된 사찰이 많아 절임 반찬이 유명하다고 한다. 담백하고 짭조름한 야채 조림, 식감도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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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완자로 만든 꼬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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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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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은 금새 지나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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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케 한잔에 잊지못할 추억을 담아 들이키고 또 들이켰다. 언제나 그렇듯,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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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토리세이…

그리고, 안녕, 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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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백미였어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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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ttps://namu.wiki/w/%EC%98%A4%EC%95%BC%EC%BD%94%EB%8F%99

    오야코동(親子丼)입니다. 직역하면 부모자식덮밥인데, 부모(닭)와 자식(계란)을 같이 써서 만든 덮밥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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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에 가면 꼭 하루는 후시미에 투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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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니 저기까지 갔었단 말인가요??!!! ㅠㅠ

    부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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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 모임에서 공지했던 회식 장소가 저기였어요. 근데, 연락을 취했을 때 1)이미 만석 2)20명은 들어갈 방법 없음 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교토역 앞 료마로…) 근데, 밤에 갑자기 삘받아서, 아몰랑, 가서 줄서서라도 무조건 먹어보자!가 되어서 쳐들어갔는데, 운좋게도 자리가 있었어요. 30분 쯤 기다리기는 했지만요.

      다음 교토행에서는 다같이 몇 시간이고 기다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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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는 후시미 사케 천국에서 하루를 보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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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토리세이는 2번 갔었는데 여긴 대낮에 나마사케를 들이키는 맛이 끝내줘요 ㅎㅎ
    겟케이칸 기념관에서 기념 사케도 한병 받아서 냇가에서 들이키는 맛도 끝내주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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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침부터 술이 땡기게 하시다니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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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따라 갔어야했네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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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어요. 음식점에서 줄서고 기다리느니 포기하거나 담에 오지 하는 편인데, 이날은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양조장들이 이미 문을 닫은, 어두운 거리를 걸었던 순간들도 벌써부터 뭔가 아련하게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토리세이의 훌륭함은 말 할 필요도 없고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담에 교토에 가면 이 곳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어요. 살짝 취한채로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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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허걱…이런 곳을 언제 갔데요? 너무 모르고 갔다 온게 후회되기 시작했어요. 사람은 이래서 평소에 공부를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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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모두 잠든후에~~ 불현듯 죄책감이 밀려오는군요… 후시미는 다같이 꼭 가봐야할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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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오야꼬동… 아.. 전부 맛있었을거야..ㅠㅠ
    그저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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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금요일 밤 … 군침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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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어깨 넘어로 공부하는 기분~ 언젠가 가면~ 만끽해 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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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우리 식구는 마지막 날 여우신사, 동복사 구경 한 다음 택시 타고 거기 갔어요.
    첫 날 숙소에서 전화했지만 예약이 다 찼다고 해서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마지막 날 시간이 남아서 갔지요.
    20분 정도 기다렸지만 식구들 모두 대 만족.
    너무 맛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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