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끕 in Kyoto #2


일상으로 돌아왔다. 짧은 여행이었다. 카페엔 오랫동안 교토 조각들이 쏟아졌고 수다가 흘러넘쳤다. 여행의 여운은 길수록 좋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돌아온 후 그리움에 몸살이 나는…교토는 본디 그런 곳이었다.

거리는 여행객으로 넘쳐났지만 한발짝 비켜서 모퉁이를 돌아가면 고요하고 정갈한 골목이 있었고, 차분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소박한 움직임이 있었다. 강박이다 싶을 만큼 청결했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정해진 자리에 있었다.

걷다가 허기지면 바쿠스를 만나는 것 말고는 더 할 것이 없는 곳. 교토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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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던지듯 담아온 교토거리 흔적이다. 여행자의 시선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맥락이 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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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P + Elmarit 28mm 5th / Minolta TC-1 / Tmax 100 +2push /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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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교토는 ‘느리게’ 와야한다. 천천히 걸을 것이다. 근육을 움직여 땅을 밀어내는 신성함이야말로 여행자의 미덕이다. 천천히 걸을 때 깊이 보고 느낀다. 속도에 피곤하지 않겠다. 온몸으로 걸을 것이다. 걷다가 지치면 먹고, 먹다가 지치면 배를 띄우고 마시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교토는 외로워야 제맛이겠다. 배낭하나 노트 한 권,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카메라는 하나만 챙겨야지.

석정에서 늘어져 하루를 보내겠다. 뒹굴거리다가 어슬렁 거리다가 기둥에 기대어 졸다가 문득 그렇게 취해야지. 우주의 기운이 몰려온다면 기모노 한채 베고 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기온에도 가야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목마다 기웃거리다가 다리가 아프면 처마밑에 쭈그리고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겠다. 어느 날엔 점심무렵 후시미에 닿겠지. 늦게까지 코가 삐뚤어질 것이다. 취하면 우지강에 띄운 유람선에서 매화비를 맞으며 오수를 누리겠다. 비가 오신다면 후시미역 밑에서 분냄새를 맡아도 좋겠다. 마지막 밤은 호텔 창문을 활짝 열고 늘어져 자야한다. 늦은 아침에 가벼운 배낭을 메고 돌아와야지.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버려라. 버릴 뿐이다. 이고 진 것이 무거우면 멀리 걸을 수 없다.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조금은 아쉬움이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것 또한
    여행의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피울님 덕분에 다시 한 번 좋았던 교토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나저나 우지강 유람선에선 같이 취하기로 해놓고 혼자 가신다니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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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메라는 하나만 챙겨야지”
    저도 이번에 다시 깨달은 게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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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케므라를 들고 교토한구석을 걸어보는 느낌~

    그래서 이루마의 Farewell을 BGM으로 깔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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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람 잡으려고 작정하셨군요. 혼자 다녀오시고, 더 많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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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여기 B급에 맞지않는 특A급 사진에 특AAA급 글입니다!
    정말 글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교토를 또 찾게 만드네요!

    어제 정말 반가웠고 몸조리 잘 하시고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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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역시 포스가 다릅니다 ㄷ
    그리고 역시 스냅엔 28미리란 생각이 다시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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