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마닐라


마닐라(Manila)는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국땅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도시의 풍경, 그 공기에 대한 기억들이 이상하리만치 맴돌던 곳입니다.

5년만에 방문하게 된 마닐라는 여전히 덥고 습하고 시끄럽고 매연이 심하고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습니다. 매일 드나들던 바와 카페들은 그대로 그곳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영원할 것 같던 풍경들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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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라무로스(Intramuros)는 마닐라의 가장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2차대전 중, 미국과 일본은 이곳을 차지하고자 3일간 포격을 퍼부었고, 수십만의 필리핀인들이 희생당했습니다. 그 아픈 기억을 당시의 상흔과 폐허가 지키고 있습니다.

인트라무로스의 산 아구스틴 교회(San Agustin Church)는 세워진 지 430년 된, 마닐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전쟁중에도 포마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신의 가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앞을 스쳐가던 풍경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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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구스틴 교회의 무채색 스테인드 글라스들은 (3층 일부를 제외하면) 온통 우윳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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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 – 우리와 다른 점은, 성상들이 무척 사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아내는 사실적인 성상들로 가득찬 납골당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습니다. 무섭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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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천장 – 호화로운 채색들은 대부분 빛바랬지만, 그 흔적들마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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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국제공항의 정식 명칭은 Ninoy Aquino International Airport(NAIA)입니다. 필리핀의 민주화를 일군 니노이 아키노씨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르코스 대통령, (사치와 방탕으로 유명한) 이멜다 여사,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하겠지요. 니노이씨는 코라손 대통령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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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외국기업이 들어와있는 마카티(Makati)는, 마닐라의 다른 지역보다 깔끔하고 현대적입니다. 우리로 치면 테헤란로와 비슷한데, 언제나 포멀한 인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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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티 한가운데의 휴식처 그린벨트(Greenbel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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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는, 이름처럼 열대의 정원으로 꾸며진 복합몰입니다. 적당한 음식과 술을 파는 라운지와 바가 많고 고가의 부틱 상점들도 들어서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공간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높은 편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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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의 우윳빛 차양입니다. 그러고보니 우윳빛 채색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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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않는 카페 아바나(Cafe HAVANA)는 이름 그대로 쿠바식(Quban) 레스토랑입니다. 유독 열성 팬이 많은 이곳에서는 매력적인 호스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폭이 좁은 챙모자에 주황색 탑과 허리까지 옆트임 된 롱스커트를 입고 테이블 사이를 날렵하게 돌아다니는데, 허리 라인에 계산서를 꽂고 다닙니다.

카페 아바나에서 시가를 주문하면 커터와 토치로 불을 붙여주는데 불이 잘 안붙으면 호스트가 시가 한쪽을 입술에 물고 불을 붙여줍니다. 사람들은 브라보!를 외치면서 환호하죠. 토치만으로 불이 붙어서 특별한 서비스가 없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요.

카페 아바나는 여전히 그곳에서, 여전히 라틴 재즈를 연주하고, 여전히 맛있는 쿠바 음식을, 여전히 매력적인 호스트들이 날라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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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의 대표적인 부촌 보니파시오(Bonifacio)에 최근 조성된,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입니다. 필리핀의 대졸 평균 초임이 우리 돈으로 약 20만원 정도라는데, 이곳은 한끼에 10만원 쯤 되는 가게가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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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마켓!(Market! Market!)은 보니파시오의 대표적인 서민 몰입니다. 프랑스식 마르셰와 현대적 건물의 대형 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리지 않은 망고스틴과 온갖 열대과일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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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SM Mall of Asia는 코엑스몰의 다섯 배 크기라고 합니다. 건물 크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건물 주변에 마련된 부대시설까지 하면 최소 열 배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한 구석의 풍경을 내려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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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Mall of Asia의 앰블렘도 그 이름에 걸맞는 크기입니다. 사람들이 그물망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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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베이 에이리어(Manila Bay Area)의 공사판 – 앙상한 골조가 액자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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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판은 한편, 인근 빈민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릴적 우리의 놀이터도 주로 공사판이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다치기도 참 많이 다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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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골조 위에 올라앉은 아이들이 만들어내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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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베이의 일몰은 꽤 유명합니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오염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랍니다. 오염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서울은 왜 일몰이 별로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일몰을 보면서, 마닐라로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기억의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도 괜찮다고도 생각했구요. 아쉽고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또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요.

쓰고 보니 사적인 넋두리에 가까워진 것도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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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중간중간에 아쌀한 장면들이 있네요.
    여행 뽐뿌는 참 …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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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페 아바나에서 시가 한 대 물고 싶어요. +_+

    세상은 넓고 갈 곳은 진짜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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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카페 아바나에 가서 지금은 못 피는 담배지만 그래도 시가 하나 주문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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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시가한대 물고 드라이 마티니를~~^^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입니다!! ㅎㄷㄷ
    필리핀에 대한 좋지못한 기억을 말끔히 없애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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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필리핀은 위험하지 않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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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닐라에 갈 기회가 두번이나 있었는데 못간게 아쉬워 지는 사진들이네요..
    언뜻 쿠바쿠바스러운 느낌도 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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