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처럼


흔히들 사진은 혼자만의 작업이라고 합니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여러 개일 수 없고 파인더를 바라보는 눈 또한 하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피사체가 됐건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니 누가 뭐래도 사진은 혼자서 찍는 게 맞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기까지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함께 협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결국 서터를 누르는 순간은 혼자입니다.

유난히 꽃에 천착하는 사진가도 있을 것이고 하늘을 나는 새만 고집하는 사진가도 있을 겁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사진가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작가도 있지요. 다들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피사체를 대합니다. 이 세계는 하나지만 저마다 보는 세계가 다르니 사진으로 담아내는 세계도 다릅니다.

어디 찍는 순간뿐인가요.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후보정 작업이 이뤄집니다. 누군가는 하이키로 보정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노출 언더로 사진을 완성합니다. 개인의 취향은 다양하고 그만큼 다채로운 사진이 탄생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 사진을 시작하기 위해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카메라와 렌즈를 고르고 있을 테지요. 그의 첫 사진은 보잘 것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파인더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새로운 세계 하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성숙해지겠지요.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리겠습니다. 사진은 혼자서 찍습니다. 자신만의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혼자서 셔터를 누릅니다. 그러나 빼먹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사진을 찍기 전에 벌어지는 일들이죠. 예를 들어 하다못해 새로운 장비를 추가할 때도 주변의 조언에 귀기울입니다. 찍고 싶은 피사체가 어디에 있는지 검색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장소를 먼저 찾아간 누군가의 후기를 참고하기도 하죠.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사진의 방향을 잡기 위해 기존 작가의 사진집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진을 찍기 전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사진을 찍은 후에 벌어지는 일도 사진가 혼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가라고 해도 자신의 사진을 블로그나 SNS에 올려 타인의 의견을 듣지요. 그냥 좋아요만 누르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모자란지 말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사진의 시작과 끝에 타인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마치 친한 지인과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사진을 잘 차려진 식탁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지요. 역으로, 타인의 사진이나 도움을 식탁 위 음식으로 비교한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겠지요. 사진을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이라 여기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카테고리:Essay태그:,

1개의 댓글

  1. “타인의 사진이나 도움을 식탁 위 음식으로 비교한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겠지요. 사진을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이라 여기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멋진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Liked by 1명

  2. 사진도 글도~~
    정말 부럽습니다!!

    좋아하기

  3. 좋은 글!! 우린 모두 식구입니다.
    친하게 지내요~

    좋아하기

  4. 좋은 글입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사진 먹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좋아하기

  5.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는 프레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과 감상하는 과정에서 여럿이 호흡을 나눈다는 말씀이 참 공감이 가네요.
    그래서 사진은 생산하고 소비하는 재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아하기

  6.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다행히 식사후에 읽었습니다 ㅎ

    좋아하기

  7. 내가 혼자 한 것이든, 남이 혼자 한 것이든, 결국 어떻게든 서로 접하게 되는 것이 사회라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간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도 글만큼이나 참 좋습니다.

    좋아하기

  8. 결국 사진도 혼자 해서는 지속되기 어렵더군요. 식탁에 둘러앉아 그 날 차려진 만찬에 대해 얘기하며 즐겁게 식사를 나누듯 그렇게 사진을 할 수 있는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아하기

    • 옙. 혼자의 힘으로 채울 수 있는 영역과 함께의 힘으로 채울 수 있는 영역은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B급 사진과 같은 공간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아하기

  9. 좋은 글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립니다.^^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