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을 그리고 봄비


사랑에 빠질 때 말이다. 이 사람은 아닐 줄 알았는데, 하면서 사랑에 빠질 때 말이다. 이 사람이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 취향에 100% 맞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 좋은 사람이네, 사랑받을 사람이네 생각을 하다가, 아니, 내 사람이면 어떨까, 이 사람이 내 사람이면 안될 타당한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가 생각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러다가 정말로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기 시작하고,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합목적적이거나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진 덕분에 헤어나올 방법이 없어질 때 말이다.

음악도 그렇다. 내 취향과는 분명히 다르고 내가 홀딱 반할 부분이 없는데, 그런데 20년 째 가을이면, 또는 가을이 아닌데도 가을이 느껴지는 날이면, 사실 가을이 느껴질 하등의 이유도 없는 – 패딩에 눌려서 숨쉬기도 어려운 출근길 만원 지하철안에서, 사실 트리거라고 우기기 어려운, 옆 사람의 휴대폰 화면에 뜬 사진 때문에 떠오르는 음악이라면 완전히 비논리적으로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상황과 뭐가 다르겠는가 싶은 것이다.

레이크 오브 티얼스가 내게는 그런 음악이다. 난 사실 고딕을 좋아하지도 않고, 블랙은 더더욱 질색이다(로브를 입고 오브를 돌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음악을 좋아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그쪽은 판타지 소설을 읽거나 게임을 할 때나 어울리지, 마음 한구석이 싸아해져서 술마시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르일 수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레이크 오브 티얼스를 20년 째 계절과 관계없이 듣는다는건 정말 문제일거다. 게다가, 아침부터 레이크 오브 티얼스를 네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지만 보나마나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될거고 퇴근해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계속 듣게 될거고, 아마도, 잠들기 전까지 계속 듣게 될 거라는 건 정말 문제일거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아무리 모처럼 영상의 기온에다 사무실 공기는 답답하고, 그래서 즉흥적으로 이런 글을 쓰게 되었고, 아직 머리속에는 레이크오브티얼스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도, 그러니 당신들도 들어봐, 그러니 당신들도 나처럼 레이크오브티얼스를 들으면서 비록 가을을 노래하는 곡이긴 해도 오늘 같은 날이면 봄날을 떠올려보라고 강요하는 것일 거다. 그것도 모자라서, 봐봐, 내가 지금부터 보여줄 파주의 비내린 풍경과 레이크오브티얼스와 오늘같은 겨울날이 서로 참 어울리지 않아? 라고 주장하는 것일 거다.

.

.

<2016년 봄, 파주>

20160305-dsc_76111

20160305-dsc_76121

20160305-dsc_76171

20160305-dsc_76251

20160305-dsc_76261

20160305-dsc_76291

20160305-dsc_76311

20160305-dsc_76331

20160305-dsc_76351

20160305-dsc_76371

20160305-dsc_76461

20160305-dsc_76501

20160305-dsc_76581

OLYMPUS DIGITAL CAMERA

20160305-dsc_76811

20160305-dsc_76971

20160305-dsc_76981

20160305-dsc_77141

20160305-dsc_77181

20160305-dsc_77251

20160305-dsc_77281

20160305-dsc_77321

20160305-dsc_77341

20160305-dsc_77361

20160305-dsc_77521

20160305-dsc_77531

20160305-dsc_77671

20160305-dsc_77701

20160305-dsc_77741

20160305-dsc_77821

20160305-dsc_77931

20160305-dsc_77991

20160305-dsc_78051

20160305-dsc_78091

20160305-dsc_78201

20160305-dsc_78231

.

.

물론, 나는 이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에 이 글과 사진은 포스팅될 것이다. 그리고나면 어쩌면 아주 조금은 후회하거나 민망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레이크오브티얼스를 찾아내서 귀에 흘려넣는 것은 자발성의 결과가 될 것이라는 나름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찾아서 들어보세요.라고 다시 강요하려 한다. 참고로, 그 앨범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반음 정도 낮게 조율된 바이올린 선율이다.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1개의 댓글

  1. 파주는 쓸쓸하네요.
    논리, 이성, 합리…등의 물건들은 사실 뭐 별 쓰잘데기가 없어요.
    설명하지 못하는게 넘나 많거든요.
    어때요! … 뭐 그렇게 사랑하는거죠.
    네~~~

    좋아요

  2. 사랑에 논리따위가 끼어들 틈이 어디 있나요..
    취향에 이유가 있을리가요..
    그저 다 남을 위한 논리와 이유들…
    온전히 나를 위한다면 기냥 쨔스트 고 스트레이트!!

    좋아요

  3. 이승환의 사랑에 관한 충고와 김종서의 겨울비가 오버랩 되는 그곳에 눈물의 호수가 있는 거 같아요.

    좋아요

  4. 사진들이 넘 슬프네요~~

    뭔가 멋진 말을 남기고픈데…ㅠㅠ

    좋아요

  5. 운치파주군요. 고즈넉히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 참 좋네요.

    좋아요

  6. 비오던 그날 파주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_+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