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필름 같은 만남_Solist


solist

[2007. 8 / 화순 운주사 / Gaoersi 612 + S.A 75mm f8.0 + 400TX]

“선생님! 저 사진 선생님이 찍으셨다던데 맞습니꺼?”
“…”
“사진도 찍으십니꺼?”
“…”

수년전 아지트 이사할 때 선물해준 액자…주인은 별로 감흥이 없는 듯한…를 두고 L여사가 물었다.

“선생님! 너무 좋아예~~~액자 하나 만들어 줄랍니꺼!”

기분 좋은 일이다.

“선생님! 필름 주시면 제가 서울에 맡겨 볼게요.”

몇 달을 뭉그적거렸는데 여사는 포기할 마음이 없나보다. 이쯤 되면 온 정성을 다해 만들어 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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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인화는 허접한 내 작업실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행히 고담시엔 아직 아날로그 랩이 건재하다. 실장님과의 인연은 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때때로 이른 아침 서리를 같이 맞기도 했었다. 민뿡이나 피요를 통해 간간히 소식을 들었으나 그 동안 무척 격조했다. 때마침 건수가 생겼으니 핑계 삼아 회포한번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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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에 조그만 인식표가 붙어있다. 그때 그대로다.]

이 골목에 다시 온 것, 십년이 넘었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져 있었던지라 선뜻 연락하는게 면구했다. 요즘 거래관계가 빈번하다 못해 불이나는 민뿡에게 인화견적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놓고나니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전화번호를 찾아보니 그대로다. 욕심 낼 자격도 없지만 그대로 있어 준 솔리스트가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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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모습이다.  B&W Lab Solist 박수복 대표]

“선생님! 요새 장사 됩니꺼?”
“큰 돈 될거야 없지만 그래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일들을 간간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렇게 이어져 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그간의 이야기와 연락이 끊어진 다른 분들의 근황과 사진과 아날로그와 … 늦도록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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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곳과 왼쪽 벽엔 사진관련 책들이 빼곡하다.]

“요즘 대형작업 많이 하십니꺼?”
“아이고…아입니더. 가끔 시간나거나 심심하면 재미삼아…ㅎㅎㅎ”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대형작업을 하시는 모양이다. 예쁜 목재카메라가 놓여있다. 빼곡한 책, 손때묻은 카메라, 클래식한 오디오가 놓여 있는 정갈한 로비엔 약품냄새하나 없다. 일견하기에도 여느 현상소 풍경과는 제법 다르다. 시간이 멈춘듯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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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내려 주시는 커피와 음악이 있다. 작업이 바쁠때야 시간을 뺏기 어렵지만 늘어지는 시간에 들린다면 아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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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꿈꿀지도 모르는 젊은 사진쟁이가 와서 시간을 섞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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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수 없는 뽐뿌 뽐뿌 뽐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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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너머 암실이 있다. 아~~~내 작업실도 공사 좀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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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인화물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본 것은 십년도 넘은 것 같다. 판형이 깡패라고 … 크게 보니 좋다. 그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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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만 꼼꼼하게 작업을 한다고 소개 받은 액자집에서 꼼꼼히 설계도 하고…이건 조금 비싼 수준이 아니었으나…요즘은 티슈작업하는 액자집을 찾기조차 힘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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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이다. 이제 주인 찾아주는 일만 남았다.]

“P야. 니 요새 인화물 좀 만들어 놓나?”
“아니요.”
“남는게 사진이라고, 지금부터라도 좀 모아놔야겠다.”

찍는 행위가 즐거움이라면 사진을 만드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사진이 완성되는 것이니 지난한 일이라 하여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찍고 긁고 다듬어서 포스팅 하고나면 끝나는 것이 사진을 만드는 프로세스의 완성은 아니다. 모니터에서 보고 마는 것은 마지막 공정을 남겨두고 끝내버리는 것과 같다. 목업이나 시제품만 보고 덮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은거다.

하드디스크에 잔뜩 들어 앉은 jpg는 사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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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ist photo laboratory  아날로그 현상, 인화 작업실

  • http://solist.alltheway.kr
  • Color negative 현상, 인화
  • B&W negative  현상, 인화
  • 대구 중구 남산1동 2016-8번지 3F / 053-423-5002
  •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1개의 댓글

  1. 저는 사진이 아닌 것들이 하드에 꽉꽉 차있습니다.. 흥칫뿡…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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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진으로 보는 것만 하여도 운치있고 멋진 공간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 인상 좋으시네요^^ 오래오래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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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선빵이 중요. 저 여기 방문기 구상 중이었..ㄷ
    저는 그렇담 다른걸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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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지 아니지…피요님 시선으로 한번 더…!
      랩 역사에 도움이 될 겁니다.^^

      다른 각도의 포스팅도 좋잖아요.

      꼭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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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 엄지척입니다.!!!!
    사진 뽐뿌받긴 오랜만입니다. 피울님이랑 더 확 친분나누면 저도 저 사진 받을 수 있는겁니까??
    고담시도 부럽고 저런 공간에서 저런 귀한 대화와 작업….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느낌입니다.
    사진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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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부럽습니다!!!
    저렇게 인화할 수 있는 사진있으면 자주 이용할텐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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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하나씩 하다 보면 스캔하시는 것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11R로 액자는 하지 마시고…포트폴리오북에 하나씩 인화물을 모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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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드디스크에 잔뜩 들어 앉은 jpg는 사진이 아니다….
    공감가는 말씀인데 게으름에 이제 인화순서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확대기에 불을 못 지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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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하드디스크에 잔뜩 들어 앉은 RAW는 어쩌죠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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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우왕~~~담에 가실땐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
    저 고담시로 이사가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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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하드디스크에 잔뜩 들어 앉은 jpg는 사진이 아니다.”

    반성중입니다ᆢᆢ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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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인화용 사진활동도 등한시하지 말자~!
    저도 한번 적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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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역시 사진은 마무리를 잘해야 하네요. 사진도 작업도 멋지십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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