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


참 편해졌습니다.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Wi-Fi를 지원해 찍은 사진을 곧장 스마트기기로 전송할 수도 있지요. 그렇게 전송된 사진은 손쉽게 SNS 세상으로 뿌려집니다. 손쉽게 촬영하고,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여기까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사진을 찍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요즘은 보통 그런 방법으로 사진이 소비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사진에도 생명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인터넷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가 찍은 사진은 하드디스크를 벗어나 웹이라는 가상공간을 떠다니게 됐습니다. 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 여러 공간에  업로드되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사진은 과연 얼마나 오래 기억될까요.

디지털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닙니다. 혹시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사진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SNS에 올려진 사진은 타임라인에서 사라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잊혀지고 있거든요.

진짜 추억이라면, 사진으로 찍어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었던 순간이라면 그렇게 쉽게 잊혀지면 안 되는 거 잖아요. 물론 검색을 통해 다시 뒤적거려볼 수 있다지만 과연 우리 중에 몇이나 그렇게 지난 사진을 들춰볼까요.

확실히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사진의 생명이, 사진의 무게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취한 대가라고 하기엔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디지털의 편리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져온 혁명은 대단한 것이지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즐길 수 있게 됐으니까요.

조금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봅시다. 우리 지갑 속에 있던 그 많던 사진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친구 사진, 부모님 사진, 애인 사진 등 소중한 사람을 찍은 그 사진이 혹시 스마트폰 속에만 있는 건 아닌가요? 잘못 조작하면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0과 1로 만들어진 디지털 사진으로만 보관하고 있나요?

사진을 찍은 후에 벌어지는 일을 조금만 확장해봅시다.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잖아요.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만큼 사진을 인화하는 것도 쉬워졌잖아요. 소중한 사람, 소중한 순간을 작게라도 뽑아봅시다. 그리고 지갑 한켠에 고이 넣어두자구요.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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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정말로 인화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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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흔해서 귀한 것은 없다.
    쉽고 빠르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쉽고 빠르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흔해졌고 흔해서 귀한 것은 없는 거 같아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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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0과 1이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갑자기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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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진은 인화까지가 완성이죠.
    제 지갑의 사진을 다시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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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좋은 글이네요.. 저도 늘 일년에 두번씩 추려서 작게라도 프린트해왔는데..
    최근엔 영 못했어요.. 다시 프린트를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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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언젠가 암실이 다시 생기면.. 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데 인화를 하지 못하고 있음이 역시 안타깝습니다. 스캔본이라도 인화를 종종 맡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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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가장 쉽게 사진을 소모하고 있는 1인이 아마도 저일겁니다.
    어떻게든 계속 사진을 계속하고 싶은 욕심에 이러고 있지만 예전의 어러웠던 과정과 시간들이 아마도 지금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듯 하여 그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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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저렇게 써놓고 제대로 인화도 안하고 있지요. 그래서 날잡아서 포토북 몇권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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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그래서 한때 폴라로이드를 그렇게 많이 찍어 벽에 붙여두곤 했어요.
    지금은 일년 주기로 가족 사진을 모아 우리 가족만의 사진집을 만드는 걸로 대신합니다만,
    역시 벽에 붙여둔 폴라로이드 사진이 더 맘에 들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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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이젠 어떤 종류건 단종되어버린 폴라로이드 필름. ㅠ_ㅠ 임파서블 필름은 아무리 개선되어도 맘에 들지를 않네요. ㅠ_ㅠ 그래서 제 SX-70은 먼지만 쌓여갑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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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역시 마무리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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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가장 집중해야할 고민 중 하나인 print 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보아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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