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유 없는 사진이란 없다


제가 처음 카메라라는 물건을 잡아본게 중학교 3년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사촌누나의 결혼식장이었습니다.

당시 꽤 돈 잘버시던 사촌큰형님이 캐논의 T90이라는 SLR카메라를 구입하셔서 결혼식때 사진 좀 찍으라고 해서 만져본게 시작이었죠. 밑으로는 동생이 없고 위로만 형들이 줄줄줄있던 저로썬 서로 귀찮아서 미루다가 갈 곳이 없어져버린 카메라를 제가 만진게 지금까지 그 인연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 작은 계기가 사람 팔자 이렇게 바꿔놓은거 보면 놀랄 일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이라는 녀석을 취미 활동에서 내 전공으로 택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20살부터 지금처럼 일로써 대하든 중간에 잠시 다른 일 하면서 쉴 때도 항상 들었던 의문 혹은 자기검열 중 하나가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이 모습, 이걸 왜 찍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유명한 사진작가가 써낸 책이나 그리고 학교에서 전공 수업을 들을 때도 항상 그걸 강조 했었죠.

“내가 촬영 하는 이 피사체를 왜 내가 이걸 찍었는지 설명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들도 내 나이 때는 그런거 신경 안쓰다가 어느 정도 위치 생기니까 멋있게 구라칠려고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은 의문을 갖고 시작 할게 아니라

내눈에 들어온 시각적 언어들을 표현하고 싶은 그 욕구가 있으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 합니다.

굳이 거창하게 뭔가 막 만들려고 하지 말고 말이죠.

그럼 왜 세상에 이유 없는 사진이란 없을까?

막찍은게 그것도 이유가 있는거냐?

라고도 할수 있겠죠.

01

서대문 형무소 2005

처음으로 촬영하면서 제가 찍은 사진에 제목이라는걸 붙혔던 사진으로 기억합니다.

제목은 Lonely 였습니다.

황당하죠? 서대문형무소 가서 뭔 외로움이냐.

게다가 당시에는 여자친구도 있었는데.

결국 개똥철학이였던 거죠.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을 보면 단순히 개똥철학이라고 무시해 버리는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유치했고 치기어렸던 내 20대 중반의 모습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02

로탕패스 2005 

이때는 그냥 구름이 멋지고  이국적인 풍경이 멋져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사진이 전공인 전공부심도 강한 20대 혈기 왕성한 학생에게 이유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예쁘면 담는거죠.

그런데 촬영하고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시 보게되면 더 많은 감정과 기억이 같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어, 그때 같이 여행 했던 멤버들, 그리고 덜컹거리던 죽음의 승차감을 지닌 인도 로컬버스, 어질어질했던 고산지대의 기억들.

딱 그때의 상황과 기억이 동반 상승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기억이 또렷해 진다는 거죠.

03

낙산공원 2007

2007년 졸작 출품을 위해 낙산프로젝트 라는걸 했었습니다. 주구장창 학교 퇴근 후 뻔질나게 드나들었죠. 그런데도 참 건질게 없어서 낙담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와중에 떠오른건 MSG의 유혹…바로 다중노출 촬영 이였습니다.

지금도 고리타분해서 사진가가 테크닉에만 너무 심취하면 본질이 빠진다고 생각하는데 , 아주 잘 만들어지고 멋지고 예쁘지만 실제로 맛은 없는 그런 요리라고 할까요?

하지만 납기 다가오면 그런거 무슨 소용 입니까 일단 탈출하고 봐야지, 그래서 일단 다중노출 이라는 짓거리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촬영후에 현상소에서 필름과 밀착프린트를 받았을 때의 그 짜릿함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 드디어 하나 해냈구나!”

그렇지만 이사진을 졸작에 쓰진 못했죠

다중노출로 나온 그냥 좀 색다른 이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기에 이 다음에 뭔가 프로젝트가 진행이 안된게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그 이후에 보게 될 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복잡야릇 아이러니입니다.

04

앱솔루트 2007

마찬가지로 졸작때 광고사진 부분으로 냈던 사진입니다.

당시 학교의 담당 교수와 불화가 너무 심해서 (지금도 좋은 기억은 아닙니다 ㅎㅎㅎ) 졸작이고 뭐고 안할려다 졸업 자체가 안될수 있다는 협박에 쫄아서 했던 촬영이었습니다.

워낙 한 가지의 재미도 없는 자기 스타일대로 촬영을 요구하는 교수가 싫어서 똘끼 부릴려고 한건데 지나고 나니 저의 이미지와 딱 맞는 그런 사진이 되어 버렸습니다.

술을 정말 링겔에 꼽고 사는 사람처럼 ….

그리고 이 사진을 보면서 하나의 다짐을 합니다.

남들보다 잘나지 못하고  독특하지 못할지언정 , 나만의 스타일 그것 만큼은 포기하지말고 독창성을 발휘해보자.

이제와 고백하면 아이디어 자체는 잡지의 한 컷을 보고 표절했습니다.

05

용눈이오름 2016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제주도 촬영 도중에 제주 사는 친구랑 그리고 서울에 있는 동생 불러다가 셋이 놀러 다녔죠. 촬영한 결과물만 봤을 때 제목과 해시태그가 BL이 되어 웃길려고 참 노력한 그런 사진이 되었던 사진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은 그 순간부터 가장 많이 촬영하고 했던 대상은 친구들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죠?)

여전히 저는 일로써 사람을, 촬영하러 놀러가서도 사람만 촬영합니다. (그외엔 다 노관심) 그리고 그 사람과 사람의 행복한 미소 이걸 담음으로써 저 때 우리가 참 즐거웠구나라는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06

예전에 길보드 차트라는게 있었습니다.

불법 복제 테이프를 노점 리어카에서 팔고 노래 틀어주고 뭐 그런거였죠

99년 겨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진영씨가 SKY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할때 ‘영원’ 이라는 곡을 발표 했었죠.

당시 저는 종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시절인데 매장 앞 리어카에서 하루 열댓시간 거의 무한반복에 가깝게 이 노래를 들었던걸로 기억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노래를 들으면 99년도 겨울,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던, 세상이 한창 밀레니엄이라 난리를 치던 그 겨울이 생각납니다 .

지금까지 만나는 인연들도 있고 시급 2,100원에 몸을 아끼지 않았던 내 청춘의 기억도 있고 , 눈이 시리도록 아프고 슬펐던 첫사랑의 그녀도 생각이 납니다.

사진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촬영하던 그 당시에는 모를수 있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고 기억이며, 그때가 생각나고 그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진이 갖고 있는 시각적 언어로서의 가장 큰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이유 없는 사진이란 없습니다.

카테고리:Essay

1개의 댓글

  1. 매거진 첫 포스팅 축하합니다.
    그 당시의 시간을 추억하는 것. 동감합니다.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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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추억이고 기억이며 그때가 생각나고 그리워지지요…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첫 포스팅이라구요???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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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 포스팅 고맙습니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 찬찬히 풀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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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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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좋은 글과 사진 잘 읽었어요.. 첫포스팅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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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진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가득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두에 나오는 캐논 T90 참 좋은 카메라였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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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내가 촬영 하는 이 피사체를 왜 내가 이걸 찍었는지 설명 할수 있어야 한다 “

    한참을 생각하다가 넘어가게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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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첫포스팅 축하드립니다. 자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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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세상에 이유 없는 사진은 없습니다만, 그 이유를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더군요.
    경험으로 나눠 주시는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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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동감하는 글입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다 의미를 가지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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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그 시절의 심정을 선연하게 떠오르게 하네요.
    첫포스팅 축하드리며,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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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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