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을 떠돌다


image-5

아침 일찍 알렉산더 넵스키 묘지로 향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루빈스타인,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글린카,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꼭 가야할 것 같았습니다.

image-6

image-32

image-39

러시아의 묘는 찬연한 슬픔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깊은 침묵 사이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image-3

빛 속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무심한 듯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image-47

차이코프스키의 묘를 피처럼 붉은 꽃과 악보를 손에 든 천사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가 편안히 잠들기를 기도했습니다.

image-25

도스토예프스키의 묘에서 흉상의 입술을 한참이나 들여다봤습니다.
죽음의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image-29

image-44

어쩐지 비통함에 휩싸여 라자루스의 묘지로 향했습니다.

반대편이 유명인들과 귀족들의 묘소라면, 이쪽은 서민들의 묘소라고 했습니다. 훨씬 소박한 묘들이 죽음을 기억하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image-37

image-16

image-12

묘지를 벗어나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을 잠시 바라보다, 바실섬으로 향했습니다.

image-2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무섭게 느껴지는 지하철이었습니다. 체코도 어지간했는데 러시아 지하철은 더 깊고, 더 빠르고, 심지어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위를 뛰어다녔습니다. 저것도 기술일까 생각했습니다.

image-38

위대한 네바강에는 함선을 개조한 카페가 떠 있었습니다. 순양함 오로라호로 향했습니다.

image-36

1897년 건조된 오로라호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제정 러시아 시대에 건조된 후 러일전쟁과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함선입니다. 특히, 러시아 혁명의 신호탄이 된 포를 쏘아올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배의 시계는 혁명이 발발하던 순간 – 1917년 10월 25일 오후 9시 45분에 영원히 멈춰있습니다.

image-24

현재의 오로라호는 관광지로 전락했습니다. 함선 내부는 조악한 박물관이 되었고, 정박한 부두는 싸구려 기념품 노점상들로 바글거렸습니다. 삼성의 간판은 자본주의의 승리를 증명하듯 여기저기에서 풍경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런 장면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흐려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자야치섬으로 향했습니다.

image-27

자야치섬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발원지입니다. 이 섬에 처음 성 페테르와 파울 요새가 세워졌고, 뻘 위에 세워진 자그마한 도시는 현재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번성했다고 합니다.

토끼섬이란 별명 답게, 요새 여기저기에 토끼 상이 많이 보였습니다. 말뚝 위의 토끼상은 대홍수 때를 묘사한 것이라 했습니다.

image-20

요새의 지붕을 따라 설치된 데크를 걷다보니, 멀리 성 페테르와 파울 성당이 보였습니다. 1733년 건립된 거대한 첨탑은 123m 높이라는데, 스탈린은 꼭대기의 십자가 대신 자신의 흉상을 올리려 했답니다. 당시 수도원장은 “스탈린 동무의 반영을 네바강에 거꾸로 쳐박겠다는 얘기입니까?”라고 재치를 부려 황당한 계획을 막았다고 합니다.

image-30

image-31

image-40

image-23

위대한 네바강을 따라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참 높다.생각하며 입을 헤 벌리다 주변을 보니, 다들 입을 헤 벌리고는 카메라와 함께 자꾸 뒤로 물러나고 있었습니다.

image-48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설립자, 표트르대제의 조각을 만났습니다.

러시아는 사실 몇 백년 간 변방 약소국이자 몽골의 식민지였다고 합니다. 표트르대제에 이르러서야 유럽 열강들과 경쟁하기 시작했고 노르웨이도 처음 이겨봤다고 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자체가 표트르대제의 도시라고 불러도 될텐데(페테르 = 표트르 = 피터 = 베드로는 모두 같은 단어입니다), 눈부신 업적에 비해서는 무척 소박한 조각상이 놓여있었습니다.

반면 무척 인기있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자꾸 무릎에 앉아서 무릎이 반질반질해졌답니다. 현재는 접근을 막아놨네요.

잠시 손자국을 들여다보다 바실섬으로 향했습니다.

image-35

image-43

image-41

위대한 네바강변에 위치한 국립예술학원 앞에는 스핑크스가 놓여있었습니다. 설마 하고 가이드북을 보니 이집트에서 가져온 진짜 스핑크스라고 했습니다. 황당한 기분으로 올려다보다 중앙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image-8

image-9

중앙 우체국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본래는 ‘나에게’ 엽서를 쓰려고 했는데, 어딘가 쑥스러워서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성 이사악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image-17

성 이사악 성당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는 세 번째로 큰 성당입니다. 완공은 1858년, 연 인원 40만 명이 40년 간 지었답니다. 황금 돔을 만드는데만 100kg 이상의 순금을 사용했고, 170점 이상의 모자이크화와 프레스코화로 성당을 장식했습니다.

성당의 한가운데서, 또 입을 헤 벌리고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그야말로 크더군요.

image-42

image-7

image-34

image-22

성당 밖으로 나와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image-4

image-14

원형 나선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전망대에 다다랐습니다.

어스름 사이로, 성스러운 표트르의 도시가 잠들어가고 있었습니다.

image-19

image-11

image-15

… to be continued

카테고리:uncategorized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오늘도 스탈레스님 어깨에 올라타고 관광 잘했습니다.. 이사악 성당내부는 정말 압권이군요…

    좋아하기

  2. ‘설마 하고 가이드북을 보니 이집트에서 가져온 진짜 스핑크스라고 했습니다.’
    읽는 저도 설마 하였습니다…
    역시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더 많군요~!
    언제 가보려나…

    좋아하기

  3. 여행을 다니려면 일단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거로군요.
    격투기 하던 효도르도 막 떠오르고 ….
    상테…여행기 특히 맘을 움직입니다.

    좋아하기

  4. 네바강…정말 위대하군요!!!
    이 포스팅들로 러시아는 갔다온걸로…ㅋ

    좋아하기

  5. 18번째 사진 여자분 일행인가요?

    좋아하기

  6. 성 이사악 성당은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감사합니다.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