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 상경기


사진에 대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전시회를 부지런히 다니면서 배운게 아니라 장비질로 사진을 배운 내가 부산서 열리는 전시회도 안 가보면서 전시회를 보러 서울을 가다니!  실은 전시회는 핑계였고 그리운 B급 동지들을 만나러 하필이면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새벽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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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없이 예약한 거라 자리가 이상하다.  다리 뻗기는 좋았는데 앞테이블도 없고 짧은 다리이지만 올릴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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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으로 책만 펴놓고 졸다보니 어느새 한강.  시골쥐들은 한강만 봐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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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칼바람 추위완 상관없이 서울역 구내를 따뜻하게 내려쪼이는 아침 햇살, 부지런히 오고 가는 사람들…길게 드리워진 그들의 동행과 어딜 그리 바삐들 오가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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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 류가헌 갤러리로 가는 길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온갖 감정이 오간다.   진실만이라도 밝혀졌으면 하는 바램이며, 광우병 파동의 어리석음은 아니기를 바래본다.    전국의 전경버스와 전경은 다 여기 와 있는듯했다.  여경들의 무리가 지나갈때 그들의 미모에 취해 셔터 누르는걸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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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던 전시는 끝났으나 갤러리에 걸려있던 그들과 같이 생활하며 막장에서 담은 광부 사진전도 참 좋았다.    전시회장까지 나와준 서울쥐 행바는 새로 들인 SWC 와 파인더 자랑에 침 마를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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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더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경찰들의 숫자는 많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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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바님이 사주신 따뜻하고 맑은 고깃국으로 잠시 추위를 달래고 남대문 시장으로…춥고 팍팍한 삶이지만 뜨끈뜨끈한 호떡은 한입 베어무는 순간 달콤한 꿀이 입안으로 흐르면서 서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는듯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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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발이 따뜻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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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한참을 침을 흘렸다.  문득 쟝발잔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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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여길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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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델카의 사진이 다 좋지만 특히 프라하 침공을 담은 invasion 이나 파노라마로 담은 chaos를 더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집시전이다.   좋은 사진집을 나눠보고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이 한장의 사진이 발걸음을 멈추게한다.   블록벽을 배경으로 블록벽과 비슷한 무늬의 딱 붙는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내었지만 바지 지퍼는 열려있고 속내를 알아차리기 힘들 표정으로 왼손에는 닭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서 있는 청년…
그냥 슬펐다. 왠지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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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보고 잠깐 올림픽 공원에 해가 어깨너머로 떨어지는 시각에 출사를 나갔다가 시골쥐가 서울와서 그대로 얼어죽는줄 알았다!   가랑이 사이의 남자들만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

그러나 토욜 오후에도 거대도시 서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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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성을 지키는 탱크를 연상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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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가 첨 와본 올림픽 공원은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나름 허파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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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시리고 곧아져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GR1v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손이 덜 시렸다.   필름이 다 된 M3는 스풀에 새 필름을 끼울 자신이 없어 가방속에 집어넣고 미련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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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상 후퇴, 서울쥐들도 엄청 추워했다.  다만 북한과 가장 가까운곳에서 온 한 분만 두터운 허벅지를 자랑하며 추위를 느끼시지 않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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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이들과 저녁식사와 입가심 맥주자리를 하다 보니 벌써 밤10시, 떠나야할 시간.  새로 만들어진 SRT 수서역은 서울역만큼 시골쥐에게 낭만과 운치는 없었지만 나름 편리함은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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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도룡뇽이 죽네 마네, 자연이 훼손되네 마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덕분에 집에서 아침먹고 서울가서 점심, 저녁먹고 2차까지 한잔하고 당일밤에 시골로 내려올 수 있다는게 고마웠다.   얼어붙은 곧휴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기차에 올라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부산까지 깨지않을 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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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 곳은 멋진 글과 사진들이 올라오는 고급 여행, 사진 사이트인데 러시아도 유럽도 아닌 서울상경기를 미천한 사진과 글들로 올리려니 상당히 부끄럽습니다!

매거진의 수준을 떨어트린거 같아 송구한 맘 금할길이 없습니다만, 낙장불입 일수불퇴라…

Ricoh GR1v, Leica M3 + Rigid , 400TX, Xtol, 9000ED

카테고리:Drifting

1개의 댓글

  1. 늘,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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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리즈가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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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주 올라오셔서 시골쥐 서울쥐 연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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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ㅋㅋ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어깨에 힘뺀 편안한 글과 사진 덕에 실실 웃으며 시작하는 오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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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순간순간 한컷씩 찍으신 사진들이 이렇게 정리가 되는군요. 역시 형님만의 냄새가 있어 너무 좋습니다.
    담부터는 옆에서 같이 따라 찍으며 다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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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루를 이렇게 보여주는 방식 너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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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자주 올라오셔서 시리즈 연재해주세요~! 사진도 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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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 나 이형 좋아.. 형님의 곧휴에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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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곰탕은 입에 맞으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형님 글, 사진 넘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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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강의로 배우셨든, 장비질로 배우셨든지간에
    시진 참 좋습니다…추운 북쪽에서 수고 많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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