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Seeing – 사진의 감상법 : 해석의 방법


16sep_lasvegas

Nikon 28Ti + Portra 400 / 2016, Las Vegas

지난 9월 Las Vegas 출장길 중에 담은 사진이다. 볼 일을 끝낸 후 저녁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던 길이었다. 대로를 건너기 위해 육교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근사하게 차려입은 한 쌍이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로 환한 네온사인이 보였다. 급하게 찍기도 했고, 밤이라 셔터 스피도도 제대도 나오질 않았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런데 스캔 이미지를 보니 당시 내가 느낀 풍경의 느낌이 잘 담겨 있어 예상외로 마음에 들었다. (오른쪽 인물의 암부를 조금이라도 더 살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귀찮음이 앞선 관계로 우선은 원본 그대로 올린다.)

Las Vegas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환락의 전당 같은 느낌이다. 화려한 불빛들과 번쩍이는 시설들, 고급 레스토랑과 으리으리한 건물들의 향연. 하지만 내가 본 그곳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사실 이렇게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은 대부분 단체 관광객들이 많고, 그들은 반바지, 면티 등의 편한 차림으로 호텔 1층의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논다. 그리고 아마도 나머지는 나처럼 전시회 등 업무차 출장을 온 사람들로 양복 또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시내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 그러니 사진 속의 남녀처럼 멋진 이브닝드레스와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은 마치 Las Vegas 홍보 광고를 보는 것 마냥 어색한 느낌도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내 사진을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읽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과연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어찌하다 보니 서론이 조금 길어졌다. 지난 12월엔 충무로에서 열린 임수민 작가님의 사진 전시 및 강의 자리에 다녀왔다. 강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월별로 찍은 열두 장의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면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한 장씩을 선택해 인상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작가분이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롯한 개인의 감정에 근거하여 ‘푼크툼’적 사진 읽기를 해보자고 진행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신기하게도 그곳에 온 열네 명 모두가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품었다는 것이었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오직 자신만의 경험과 느낌에 기반한 사진 읽기를 하니 마치 한 장의 사진이 열네 장의 다른 사진으로 보일 수도 있는경험이었다.

때로는 관객의 감정이 작가의 의도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창살 틈으로 보이는 건물 안 여인의 모습은 늦은 밤, 추위에떨던 작가가 그 풍경 속의 여인에게 어떤 안락함을 느끼면서 담은 것이다. 그런데 한 관객은 그 사진을 보면서 창살 속에 갇힌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충돌이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나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사진을 읽을 때면 무엇보다 먼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왜 이 장면을 담았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하곤 했다. 작품을 만든 작가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 그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어떠한 선입견 없이 관객의 순수한 감각만으로 작품을 읽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물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해서 나중에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직관적 첫 느낌에 기반하여 사진을 읽는 것도 좋은 접근법인 것 같다.

절판되어 오랫동안 구하지 못했던 테리 베렛의 <사진을 비평하는 방법>이라는 책이 있다. (물론 영문판은 구할 수 있었지만… 난 한글이 좋다.) 그런데 몇 달 전 정말 운 좋게도 집 바로 옆에 문을 연 사진 책방 <이라선>에서 이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사진작가 샐리 만의 아이들 작품에 대해서 서로 상반되는 두 평가가 나란히 나온다. 작품에 대한 극찬과 극렬한 비난의 두 비평이다. 그러니까 한 작품에 대해서 시소 양 끝의 두 시선이 공존하는 셈인데, 그건 어느 한쪽이 올라가고 한쪽이 내려가야 하는 것이라기보단, 서로 같은 높이에서 양립할 수 있는 문제라고 느꼈다. 물론 책에서 계속 이야기된 것처럼 스스로의 판단과 평가에 대해 다른 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설득이 아닌 이해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 평가의 기준에 모순이 없어야 다른 이에게 내 판단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직관적 감정으로 작품을 읽는 것도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만의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나의 작품 읽기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나만의 것이라면 그건 ‘읽기’라기보단 혼자만의 ‘판타지’로 머물게 될 것이다.

덧붙여) 영어 제목은 ‘감히’ 존 버거님의 책 제목을 차용해 봤다. 얼마 전 타계하신 후 이래저래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계신데, 조만간 틸다 스윈튼이 참여했다는 그의 다큐를 볼 계획이다. 이 글과는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존 버거와 장 모르가 함께 작업한 <행운아>와 <제 7의인간>을 읽으면서 사진과 글이 만나 이루어 내는 그 깊이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그런 형태의 작업이나 작품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두는 편인데, 한국 작가 박찬경 님의 <독일로 간 사람들>이라는 책이 이와 비슷한 범주에 있다. 개인적으로 40년 가까이 독일에 살고 계신 고모님이 계시기도 해서 흥미롭게 읽고, 고모님께 선물도 드렸던 책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시 앞에서 이야기 한 존 버거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구미에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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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첫 포스팅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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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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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 포스팅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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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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