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1


2010년 어느 아침, 네팔(Nepal)의 고대도시 박타푸르(Bhaktapur)의 더르바르(Durbar) 광장에 앉아있었습니다. 해가 떠오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우물에서 물을 떠 집으로 향하는 사람, 채소와 과일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가던 사람들, 학교로 가는 듯한 아이들과 어머니,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사람, 그저 산책하는 듯한 노인,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학생들,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신전을 돌며 경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바쁜 아침 시간인데도 광장의 모든 신전을 돌며 경배하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더군요. 이런 모습은 저녁 시간에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며, 모든 신전을 들러 하루의 안녕을 감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15년의 대지진으로 박타푸르는 그 모습을 대부분 잃어버렸습니다. 지진 소식을 듣고 구글링했을 때, 폐허로 변해버린 광장과 신전들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수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공간들이 이제는 사진으로만, 기억으로만 남게 된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어쩌면, 그날 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희생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행운이 따랐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았겠지요.

네팔의 재건 소식이 들려옵니다만,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탓에 재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많은 유적들이 다시 복구되기 어렵다고 하니, 몇몇 장면들은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희망을 꿈꿉니다. 언젠가 돌아와 이 광장에 앉아있겠다던 7년 전의 다짐이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네팔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오래전 장면을,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Pray for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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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다같이 인도나 다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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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출퇴근 할적에 경건한 마음 한번 다질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해야 하는데~ 주변에는 애착을 주거나 동질감을 나누고 싶은 신전도 없고~ -.-
    속세의 스트레스로 부터 그나마 얼은 마음 녹후는 듯 스스름 없이 경건해 질 수 있는 저런 분위기 하나 만큼은 정말 부럽네요.
    암쪼록 지진 피해로 인한 깊은 절망감에서~ 다시 훌훌 털고~ 잘 일어서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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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니팔뿐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행운이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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