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esters’ camp – 노숙농성


15autumn_gwanghwamun

늦가을, 2015. / 광화문 / Olympus Mju: + Ilford HP5 Plus 400

효자동에서 통의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도보 출퇴근을 한 지가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는 것 같다. 나름의 최단 거리를 찾다가 선택한 경로가 경복궁 담을 따라 걷다가 광화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것이 동양 시멘트 노동자들의 오래된 노숙 농성장이다. 내가 도보 출퇴근을 하면서 보아 왔으니 적어도 1년 이상은 계속 이어 가고 있는 농성이다.

늦가을에서 이른 겨울로 넘어가던 지난해 11월, 쌀쌀한 새벽 공기 속의 출근길에서 마주한 풍경은 기묘했다. 따뜻하게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의 농성 텐트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건물주가 크리스마스가 되어 장식을 한 것일 터인데, 농성 캠프를 사이에 둔 저 나무들에 장식을 하던 이의 기분은 어땠을까. 바로 그 나무 밑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그곳에 연말 장식을 설치해야 하는 기분은 무언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추워진 날씨에 한뎃잠을 자며 트리의 불빛을 바라보던 이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것이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자신들의 처지와 대비되어 우울해졌을까. 아니면 그나마 연말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졌을까.

스크루지 영감의 크리스마스처럼 연말연시의 기분이 모두의 미움과 분쟁을 사르르 녹여 주면 어떨까라는 헛된 상상을 해 보기도 하지만 부질 없는 짓이다. 다만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라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풍경이 사라져 가는 상상을 해 본다. 그럼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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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사회는 안타깝게도 점점 더 양극화가 심해지는 듯 합니다!
    모두가 한발씩 양보하는 사회,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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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장하성 교수님이 쓴 를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 제시한 대안은 차치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느껴지더군요.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간다면 참 암울한 미래가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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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77년부터 수송동,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79년 10.26 사태 때에 학교 근처까지 장갑차들이 길을 막고 서 있던 장면을 보고는 내내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나요

    다시 90년에는 인사동에 있는 회사에 사회 첫 발을 내어 놓고는
    아직도 그 근처를 사진이라고 한답시고 돌아 다니고 있어요

    어릴적부터 보았던 사회의 암울한 배경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사건들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져 있는 걸 발견해요!

    효자동 통의동 학창시절 친구놈들의 집이 많았던 곳이라
    정겹게 들리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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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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