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어시장


올 겨울 가족여행은 가고시마로 간단다.

너무 남의 얘기처럼 했나? 사실 몇 해 전부터 여행지 선정부터 그 곳에서의 교통, 숙박, 맛집, 액티비티까지 모든 동선과 자금지출계획은 아내가 세우고 있다. 결혼 10년동안 둘 중에 이걸 더 잘하는 사람이 아내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하는게 여러 모로 효율적인지 않은가?

여행지 결정이 났으니 나도 이제 슬슬 가고시마(鹿兒島)라는 곳을 검색해본다.
가고시마는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의 중심도시고, 가고시마만을 바라보고 있는 인구 60만의 소도시다. 아직도 활동 중인 화산섬, 섭씨 100도가 넘는 온천물은 일부러 찬물과 섞어서 이용하는 곳,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제일 큰 무가 나는 동네.. 이런 저런 정보를 찾던 중 가고시마현 공식블로그에서 ‘가고시마 어시장’에 대한 포스팅을 보았다.(http://blog.naver.com/kagoshimalove/220900908075) 블로그에 소개된 사진들은 꽤 익숙한 풍경이었다. 바닥에 박스단위로 깔린 생선들, 부산하게 박스를 나르고 판매하는 모습은 비록 거래되는 생선의 종류는 달랐으나 죽도시장에서 보아오던 그것과 다름 아니었다. 영일만을 바라보고 선 인구 50만의 포항과 무척이나 닮아 보이는 가고시마는 이렇게 급격히 친근하게 다가왔다.

와이프느님이 세팅해 놓은 여행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는 아침시간에 가고시마어시장을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와의 거리는 불과 1.5km 남짓…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 6시 주섬주섬 옷을 입고 호텔 문을 나선다. 모두가 고요한 시간 홀로 적적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타고 가고시마 어시장으로 향했다. 새벽시간이라 할증이 붙은건지 가까운 거리임에도 820엔을 지불했다. 올 때는 걸어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구글지도를 통해 사전에 학습한 경매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벽 어스름이 채 물러가지 않은 어시장은 천정에 매달린 실내등에 의존하여 다소 느긋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감도 400으로 촬영하기엔 노출이 나오지 않아 나는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주변 탐색을 선택하였다. 지게차와 소형트럭을 통해 생선들이 꾸준히 밀려들고, 중도매인들은 경매사의 주관 하에 입찰하고 낙찰받는다. 어시장 안쪽으로는 점포들이 있어 낙찰 받은 생선들을 분해, 손질하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서 도매 형태로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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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밝아오고 시장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지척에서 경매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그 곳을 향해 달렸다. 반듯하게 줄 맞춰 정렬해 있는 생선 박스들,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중도매인들의 분주한 풍경이 나타났다. 기대했던 바로 그 풍경!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던 종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았다. 손에 들고 있는 종 모양이 죽도시장에서 쓰이는 경매알림 종과 크기나 모양이 거의 유사하다. 그러고 보니 중도매인들이 쓰고 있는 모자에 번호표가 달린 것도 비슷하다.

“요이 땅!”

경매가 시작되고 경매사가 중얼거리는 특유의 리듬감을 살린 주문과도 같은 경매용어들은 죽도시장 경매사가 일본어로 경매를 진행하면 이런 식일 거라 생각될 만큼 억양이나 리듬이 닮아 있었다. 나는 죽도시장에서의 경매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단 점에서 놀랐다. 아마도 우리네의 방식은 일제 강점기에 그들의 방식을 답습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하긴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 시스템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얼마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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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어판장의 경매현장은 죽도시장에서 경험해왔던 익숙한 상황과 진행이었기에 나는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한 롤을 끝내고 필름을 교체할 겸 밖으로 나왔다. 일포드 HP5+를 새로 로딩하고 목줄에 달린 노출계로 여기저기 측광하고 있는데, 또래로 보이는 사나이가 불쑥 다가와 말을 건다.

“%$@^%&%@$”

“나 칸코쿠징임”

“아 알았어. 근데 이거 뭐하는 거야?”

“어.. 이거 빛의 세기를 재는 거야”

“응? 뭐라고?”

“아 그러니까 여기 어두운 곳 하고 밝은 곳 재면 값이 이렇게 달라지거든. 그래서 달라진 값을 여기 이 카메라 조리개랑 셔터스피드 값으로 맞춰놓고 찍으면 되는거야”

“아.. 라이트 파워”

“그래 그렇지. 너 이거 한번 찍어볼래? 괜찮아. 내가 세팅해줄 테니까 여기 이 구멍 통해서 보면서 셔터를 눌러봐”

“찰칵”

그렇게 찍힌 사진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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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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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말은 섞으면 우리는 서로 완전한 타인으로부터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정면에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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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들 보내시라 인사한 후, 수십 마리의 참치들이 바닥에 사열하고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판장 맨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검품자들이 바지런히 상품을 체크하며 기록하고 있고, 품질 검증을 위해 가느다란 꼬챙이를 참치 속으로 쑤신 다음 조그마한 속살을 품번표 위에 꺼내놓기도 한다. 죽도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생경한 풍경이라 한참을 이곳에서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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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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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살짝 아쉬운 맘에 마지막으로 어시장 주변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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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가 어시장 옆 커다란 냉동창고로 생선이 잔뜩 적재되어 있는 팔레트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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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비치는 야외에선 사내들이 생선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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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선 어시장 신청사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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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다. 그래서인지 이 녀석 당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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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화산인 사쿠라지마가 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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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ilford hp5+

 

 

어시장에서 보낸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이 꿈결같기만 하다. 기억은 마지막 사진의 그라데이션처럼 점차 옅어질 것이다.(감은 필름이라 마지막 컷이 빛을 먹었다.)  허나 웃음과 환호, 스릴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느낀 온기만큼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얼굴 가득 들어차는 아침 햇살이 따사롭다.

가고시마시 중앙도매시장 어시장 (中央卸売市場 魚類市場)
주소: 鹿児島市城南町 37-2 (37-2 Jōnanchō, Kagoshima-shi, Kagoshima-ken)
연말연시, 공휴일 휴무, JR가고시마 중앙역에서 택시로 10분
카테고리:Drifting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야쿠시마로 가느라 잠시 들렀던 가고시마주오에키도 생각나고,
    새벽에 들렀던 도쿄의 츠키지도 생각납니다. 참치경매를 구경하고, 영업 전이던 난전 사이를 방황했었네요.
    우리의 그것과 참 비슷해서 놀라셨다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결국 같은 시스템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새벽 어시장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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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죽도시장에서 단련된 실력으로 타국의 어시장도 종횡무진 누비셨군요. 익숙한 듯 다른 모습들, 그리고 처음 방문한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능란하게 촬영하신 결과물이 놀랍습니다. 가고시마 편은 이어지는거죠?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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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ㄷㄷㄷ
    엄청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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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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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가고시마에도 불쌍한 생선들이~ 흐릅~ 츱~

    덕분에~ 저도 좋은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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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가고시마 어시장의 분위기 잘 느꼈습니다^^
    11년전 야쿠시마를 가기위해 가고시마를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전 묵었던 작은 료칸과 할머니들께 오바타임이라고 푸사리를 들었던 모래온천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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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오래전에 다녀오셨군요. 야쿠시마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이부스키 모래찜질 기억을 얘기하시는듯하네요. 전 25분이 한계였는데, 콴제이님은 한시간은 거뜬이 하셨나봐요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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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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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35mm인데 참으로 가까이 다가 가셨습니다.
    주아비님도 역시 퐝입니다.
    어찌 이리도 좋은지 몰래 모여서 사진 스터디 하시고 막 그러는 줄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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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미리는 널찍히 비워도 좋지만 꽉꽉 채워도 나름 맛깔나는것 같습니다. 미싱보스님도 포항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ㅇㅅㅇ님이 어찌나 빡세게 굴리는지.. 아주 죽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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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 맛 좋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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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자연스럽게 현지로 스며드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포트폴리오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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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금방 적응했던거 같아요. 여기도 신청사가 완공되면 현대화된 자갈치시장 같이 차가운 느낌으로 변모할거 같더군요.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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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정말 현장감있는 멋진 사진입니다.
    어떻게 저리 가까이서 카메라를 들 수 있으신지, 정말 부럽습니다!!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역시 포항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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