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사우덱 그리고 포토샵


saudek-6

(얀 사우덱)

10년전 수업 시간 이였을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얀사우덱의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보여 주시고 설명을 하셨습니다.
처음 본 얀 사우덱의 사진에 당시 혈기 왕성하던 복학생들의 음흉하고 노골적인 시선도 당연한 것이였고 , 그런데 가장 독특한건 바로 그분의 파스텔 채색이였습니다.
파스텔로 왜 채색을 했을까? 튀어 보일려고? 남달라 보이게? 분명 의도가 있는데…
솔직히 처음엔 오래된 흑백 사진을 컬러로 채색한 그 느낌 딱 그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얀 사우덱이 촬영한곳은 본인의 집이고, 그곳은 사창가와 술집이 늘어선 전형적인 슬럼가였고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란 작가에겐 모델은 주변에 일하는 매춘부 등 이였고 그에겐 다 친구였다.
그런 그에게 사진으로 친구를 남에게 보여줄때 그냥 보여주기 보단 좀더 예쁘게 보여줄려고
마치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전에 화장을 하듯 얀사우덱은 그렇게 자신의 사진에 파스텔로 채색을 한것이다”

대학에서 처음 포토샵을 배울때만 하더라도 정말 이게 뭔소리가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 새록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 사진에 어떻게 하면 좀더 튀어 보이고 눈에 띄게 해볼까 라는 치기어린 객기가 더해지는 순간 참 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을 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내 눈에 보이는 이미지와 카메라에 담겨서 나오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거죠.
카메라와 렌즈가 정말 저품질이여서 그럴수도 있고, 카메라의 관용도랑 사람의 눈의 관용도가 달라서 그럴수도 있구요 (필름별로도 다르죠) 슬프지만 사진가의 테크닉이 별로여서 내가 본 이미지대로 안나올수도 있습니다.

조금 번외로 포토샵이 처음 나왔을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사진에 포토샵을 가하는걸 매우 심하게 꺼려했습니다. 당시는 제가 현업에 있던 시절이 아니라 프로들의 세계는 잘 모르겠지만, 동호회나 아마추어들의 시선, 특히나 올드스쿨 사진가들에게 포토샵은 곧 조작이라는 인식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건 암실에 들어가서 자신의 사진에 버닝과 닷징에 다계조 필터를 사용하고 온갖 암실 테크닉을 보여주는건 자랑 스럽게 여긴 다는거죠. 포토샵은 초기에 그 암실을 디지털로 구현한것이고 다크룸을 라이트룸으로 옮긴것인데 말이죠 (RAW컨버팅이 중요해진 지금 어도비는 그래서 본인들의 RAW컨버팅 프로그램을 라이트룸이라 칭하죠,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는걸 이젠 RAW파일을 PC로 하는것일뿐인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포토샵 작업에 꺼려했나면 테크닉이 부족해서 였을것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누가 봐도
‘어라 뽀샵했네? ‘
라는 반응이 나오니 말이죠 .

dsc_42842006 India , Goa – Nikon D70s AFs17-35mm

DSLR에 대한 이해도도 완전 낮았던 올드스쿨 필름보이였던 2006년 , 두번째 인도여행에 앞서 덜컥 DSLR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말 처참 했습니다. (너무 쪽팔려서 은퇴후 공개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DSLR로 담은 결과를 보며 이걸 타인에게 공개 했을때 이곳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저곳을 저 이미지로 기억할까 아니면 내 머리속에 있는 그 이미지로 기억할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보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접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2006년에 가서 본 Goa의 빤짐은 아래의 이미지가 더 맞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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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생활을 마치고 독립을 해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없는게 야외 촬영은 정말 제맘대로 되는게 없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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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는 5월부터 해서 9월까지 해초의 역습을 받습니다. 해초를 일일히 다 손으로 걷어내면 참 좋을텐데…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아래처럼 작업을 해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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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차가운 6월 초 제주도 바다에 맨발 투혼을 해주신 신부님 앞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드려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미역은 사실 좀 지우기 쉬운편이죠. 가장 문제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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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바닷가에서 호젓히 구경하는데 일몰 사진에 방해된다고 소리지르는 동호회 아저씨들을 본이후에 다짐한게 하나 있습니다. “난 저딴 인간은 되지말자”
공공의 장소에 저 혼자 허락받고 쓰는 공간이 아니라면 배경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공원으로써 즐길려고 온 사람들인데 그사람들에게 비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는건 정말 아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고….실제 사진을 받아 보셔야 하는 분들에게 저렇게 말씀드리는건 단순히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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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면 됩니다…..단순하죠…
못하면 안하면 되는데 할줄 아는데 귀찮아서 못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저는 아마 가장 쓰레기 같은 양아치 사진기사로 전락 할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 합니다. 이분들이 웃으며 촬영한 장소를 저의 사진으로 보셨을때 미소 지으면 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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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제주도는 정말 미역국 20억인분 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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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시며 비록 이분들의 기억엔 발끝에 걸리던 미역줄거리도 생각나시겠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푸르른 제주도 해변으로만 기억해주시면 너무 좋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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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촬영에서 가장 속상할때를 떠올리면 날씨가 별로일때 입니다. 컨셉에 맞게 흐린날이 어울릴때도 있고 구름이 많은 날이 좋을때도 있고 화창하게 푸른날이 좋을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서로 어긋날때가 사실 가장 슬프죠 특히나 이렇게 하늘이 가득찬 사진을 담아 드렸는데 하늘이 희뿌옇고 그러면 참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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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땐 이렇게 스탁이미지로 만든것중에 하나를 꺼내서 씁니다.
(갑자기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가 왜 떠오를까요;;;)

제가 하는 사진이 파인아트라면 위의 사진들을 보며 디지털 아트로 바뀔것이고,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면 아마도 사진조작에 휘말려 곤혹을 치룰것입니다. 하지만 상업 사진가라면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 그것을 높은 퀄리티로 제공 해드리는것이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 합니다.

포토샵 보정이라는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업 사진가가 아니라 일반 아마추어 사진가라도 자신의 사진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순간 자신의 소중한 결과물을 보여 주는거라 생각 합니다.
그런데 그걸 예쁘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attitude , 그게 당장의 사진 촬영의 테크닉보다 본인의 사진을 점점 더 높게 이끌어 줄거라 봅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얀사우덱의 파스텔 채색이 정말 그런의도가 아니여도 상관 없습니다.
저의 직업 특성상 인물촬영이 대다수 인데, 그걸 그분들께 보여 드리는 그 순간 그게 저에겐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러 갈때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대에서 예쁘게 꾸미는것처럼 저도 그렇게 포토샵으로 보정을 해야 한다는거죠.

‘포토샵 보정은 리터칭 입니다. 리페어 가 아닙니다’

*어떤 직업이든 안그럴수 있겠냐만, 사진가 그것도 상업 사진가라면 가장 갖추어야 할 우선 덕목은 태도(attitude) 입니다. 테크닉은 다음 입니다.저에게 싸구려 기술 보단 상업 사진가로서 살아야 할 태도를 먼저 일깨워준 분들께 고맙습니다.

All Photo take & retouching DasFoto

www.dasfo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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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얀 샤우덱으로 시작한 이야기의 전개가 참 좋네요.
    리터칭은 사진에서의 rhetoric 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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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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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리터칭을 받아들이는 적절한 애티튜드에 대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아침에 먹고나온 미역국에 미역들은 포토샵 아니라 제가 먹어서 지웠..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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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네요.
    멋지구리합니다.
    신부님들께 사랑 받는 사진가인 이유를 알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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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얀 사우덱, 멋진 사람이군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조금 이상하게 봤었는데…반성합니다.
    고객을 만족 시켜야하는 상업사진가의 입장에 충실하십니다. 그 일을 열심히 한다는 말도 됩니다. 프로이십니다.
    그나저나 저도 포토샾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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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우덱 사진집 들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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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진심 포토샵은 너무 어렵다는게 문제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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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멋진 전개입니다.
    포토샵은 진짜 배우고 싶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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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언제나 사진가의 고민중 순위권인 것 같습니다. 포토샵 배우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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