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3


네팔(Nepal) 카트만두(Kathmandu) 계곡에서의 어느 오후, 퍼슈퍼티나트(Pashupatinath) 사원에 들렀습니다. 퍼슈퍼티나트에는 네팔에서 가장 큰 화장터가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힌두 풍습에 따라 1시간 내로 화장터로 옮겨집니다. 단 위에 장작을 쌓고 시신을 올린 뒤, 기름과 꽃을 뿌리는 짧은 의식을 뒤로 한 채 순식간에 재로 돌아갑니다.

인도(India) 바라나시(Varanasi)와 차이점은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사진 촬영이 허가된다는 점입니다. 가까이에서 촬영을 해도 제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셔터를 누를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요. 죽음의 장면은 마주하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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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쉽게 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이질적인 풍경 – 고인을 기리는 행사는 기껏해야 십여 분, 웃으며 보내주는 가족들, 기름과 장작을 흥정하는 장사꾼, 시체가 잘 타도록 뒤집어주는 일꾼, 큰 장대로 뼈를 부서뜨리던 사람, 타는 시체에서 튕겨나온 뼈마디를 불속으로 던져주던 행인, 어슬렁 소 한 마리가 들여다보고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던, 태운 시체를 강물에 버리면 물에 잘 풀리도록 저어주던 소년, 금붙이를 찾아 시체 더미를 뒤지고 다니던 꼬맹이들까지 – 그 풍경이 주는 페이소스가 너무 강렬해서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흘려보내는구나, 간신히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적 행위는 끊임없이 부재를 떠올리고, 죽음은 부재를 발현하는 가장 흔한 조건입니다. 그래서, 종종 퍼슈퍼티나트에 가고 싶어집니다. 다시 간다면 조금 독하게 셔터를 누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셔터를 누르던, 그저 바라보던, 새삼스레 명상을 하던 아무래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든 조금 더 죽음과 부재에 가까이 가는 일이니까요.

언젠가 이런 얘기를 했을 때, 한 분이 남겨주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시체 태운 재를 강물에 버린다니 그 물 참 더러워서 구경하다 절대 빠지면 안되겠다 싶기도 하고, 우리네처럼 3일, 5일씩 질질 끌지 않고 시체를 바로바로 태워버린다니 이승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라는 의미인가도 싶고.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죠. 가야할 곳은 한 곳이지만.”

‘가야할 곳’이라는 화두가 무겁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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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좋은 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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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근래들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곤합니다.
    인생은 그렇게 받아 들여지는듯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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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문득 천장이라는 사진집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살아납니다. 말씀하신대로 ‘가야할 곳’은 어차피 같은 곳인데 새삼 그 모습이 충격일 이유도 없었단 생각이 드네요. 힘들게 누르신 사진 너무 편하게 볼 수 있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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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힌두 철학은 잘알못입니다만, ‘가야할 곳’을 ‘돌아갈 곳’으로 인식하는 것일까요?
    죽음이 영원한 단절이 아닌 또 하나의 있을 곳이라 한다면 가찹은 곳으로 여행가는 이 배웅하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긴합니다.
    사진으로 보여주신 화장터는 비유와 상징이 아닌 현실로서 순식간에 치고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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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좋은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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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덕분에 잠시 쉬어갑니다. 무엇이든 바라보는 관점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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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셔터 누르기가 쉽지않으셨겠습니다~~
    엄숙하다면 엄숙하고 슬프다면 슬프고…하지만 내세를 믿는 저분들은 별로 안타깝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얼마전 목사님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여자 동기의 모친상에 조문을 갔는데 상주들이 모두 활짝 웃으며
    좋은데 가셔서 (그분 가까이 가셔서) 넘 기쁘고 행복하다 하던데, 그건 너무 과잉이란 생각도 좀 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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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애써 외면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늘 우리 가까이에 있죠. 좋은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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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무겁군요…. 너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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