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스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가고시마추오역(鹿児島中央駅)에서 이부스키(指宿)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이부스키는 규슈 남단 싸스마 반도, 그 반도의 남쪽에 위치하며, 아열대성 기후로 1월 평균 기온 8도 안팎으로 온화한 편이다. 1월 평균 영하 4도인 서울보다 10도 이상 따뜻하다 보니 어느 대기업 회장님께서는 생전에 겨울만 되면 서너달 가고시마에 머물며 골프도 치고 이부스키의 온천도 즐겼다고 한다. 겨울 한 철, 면역력 떨어지는 노인들에겐 따뜻한 남국의 온천에서 휴양하며 느리게 걷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으리라.

보이는 역마다 정차하는 ‘통일호’스런 열차를 타고 1시간 가량 부지런히 달려 이부스키역에 도착했다. 역 앞 광장에는 온천의 도시답게 노천족탕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었다. “이부스키역 – 나가사키바나 – 도센쿄(점심) – 이케다호 – 헬시랜드(검은모래찜질)”의 일정에는 역시 원데이 버스패스가 정답. 티켓팅 후에 노천탕에서 간단한 족욕을 마치고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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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분만에 도착한 나가사키바나(長崎鼻)는 지리적으로 해남 땅끝마을 같은 곳이었는데, 지천에 널린 검은 돌들은 우리네제주의 흔한 해변 풍경을 무척 닮아 있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는데, 가당찮은 바람은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가이몬다케(開聞岳)의 장엄한 풍경과 어우러져 인간의 걸음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대자연의 콧대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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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에 오른다. 도센쿄에 들러 소멘 나가시로 배를 채우고 인근에 위치 한 이케다호(池田湖)로 향했다. 이케다호는 약 5500년전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둘레 15km, 최대수심 233m의 칼데라 호수.. 쇠락한 관광스팟의 옛 영광을 애써 추적해보았지만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바로 이어지는 버스에 몸을 싣고 헬시랜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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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모래찜질 차례다. 헬시랜드 프런트에서 ‘모래찜질+노천온천’ 세트권을 구입 후 찜질장으로 향한다. 직원에게 가는 길을 물으니 저 너머 스팀 모락모락 올라오는 곳으로 가면 된단다. 과연 파기만 파면 섭씨 100도가 넘는 물이 콸콸 나온다는 온천도시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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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을 위해 유카타로 갈아입고 목욕탕을 나서려는데, 티켓 카운터 맞은 편 자판기 휴게공간이 발걸음을 붙든다. 두 쌍의 창문에 반듯하게 자리 잡은 남국의 바다, 정갈한 소파를 어루만지는 햇살, 그리고 한 켠엔 니가 서있는 이 곳이 관광지라는 존재증명의 투어 브로셔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완벽한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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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누울 자리인가 보다. 잘 골라 놓은 모래침대에 누우면 직원 한 분이 삽으로 뜨끈한 모래를 조심스럽게 덮어준다. 이내 온 몸은 열기 머금은 모래로 인해 후끈해지고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해변의 모래 자체가 온기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고, 염전처럼 온천수를 가둔 후에 모래가 적당히 뜨거워지면 물을 흘려보내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누울 자리를 마련하여 손님을 맞이한다. 한 번 이용된 모래침대는 다시 온천수를 채워 덥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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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가량 모래 찜질 후에 우리는 노천온천으로 이동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야외온천 역시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들내미와 남탕을 나와 휴게실에서 아내를 만났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이 곳 풍경이 못내 아쉬워 아내에게 부탁하였더니 흔쾌히 30분을 하사해주시었다. 망극한 성은을 입은 채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이국의 풍경을 차분히 촬영해나갔고, 어느덧 로딩해 둔 필름과 약속했던 시간은 모두 소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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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오묘하네요.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 또 한번 추가해 봤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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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휴게실 풍경이 참 부럽네요. 시간의 때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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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쓰마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시마즈 요시히로가 사쓰마번의 영주였던 이유지요. 그 놈이 살던 곳을 보고 싶어요. 30분간의 성은을 입은 동안 맹렬히 촬영하셨겠군요. 가고시마 시리즈 너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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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즈 가문의 저택인 센간엔에도 들렀어요. 실제 거주하던 저택 투어를 돌았는데, 통일을 일찍이 달성한 우리로서는 지방 영주의 세력과 누렸던 부귀에 대해 낯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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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 사진도 궁금하네요. 나중에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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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료관람이었는데, 사진촬영은 금지라서 눈으로만 보고 왔네요. 특이했던게 번주가 주로 생활하는 집무실과 침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복도는 같은 층인데도 15cm정도 높은 턱을 올라야 진입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방문객들이나 서빙하는 사람들이 번주를 만나러 갈때 기본적으로 높은 분을 알현하러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설계해놓은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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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 휴게실의 레자쇼파에 앉아서 자판기 음료 한잔하며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꿈 같은 30분 정말 요긴하게 잘 사용하셨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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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 이부스키 다시 다녀온 느낌이예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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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주 오래된 예전 사진 같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의 사진 같기도 한 묘한 풍경들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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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정말 꿈결같은 30분이야… 몇몇 풍경들 촬영하는 네 모습 떠오르기도 하고… 얼마나 꿈같이 좋고 아름다워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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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흔히 왜색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도 많지만, 저런 풍경이 주는 멜랑콜리는 거부하기 힘듭니다. 뭐랄까, 아저씨가 된게 맞나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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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게실 풍경 바라보며 이것이 일본이구나했습니다. 모래찜질로 이동해야해서 여유가 그리 없었습니다만, 셔터를 누르지 않고서는 못 배길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던건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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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좋은사진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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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역시나 주아비님만의 시선이 느껴지네요.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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