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곳에서의 아침


2009년 1월 29일
구름의 남쪽…쿤밍으로

p1030379

[운남에서 첫날 밤을 안겨준 깨끗한 숙소_투투, 해바라기 같은 햇살을 쏟아내는 아침이었다. 퉁퉁 부은 채로 뒹굴거렸다. 이 아침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직까지 나는 우울하고 무거웠다.
설렘과 기대로 상기된 아내가 부러웠다.
짖누르는 걱정의 무게만큼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에 몸을 뒤틀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늘 만원이다.
일하러 가는 아저씨
관광 가는 중년의 부부들
골프 치러 가는 아줌마
여행 떠나는 젊은 커플
저마다의 이유로 공항으로 간다.
이들 사이에 묻혀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엔 아직 좀 이른 듯 하다.

내린 눈으로 길이 엉망일까 걱정했지만 공항까지는 예상보다 수월했다.
아내는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고 밝아보였다.
덕분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발권을 기다리는 사이 지하식당가에서 가벼운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몇 개월 사이 식당가는 많이 정비되어 있었다.
라면과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당에서 만나는 승무원, 바리바리 보따리의 선남선녀들을 보면서 비로소 여행속으로 빨려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속을 마치자마자 펼쳐지는 면세점들의 행렬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아내는 행복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눈치다.
따라 다니느라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목소리에 짜증이 묻었다는 것을 느끼고서야 아내는 쇼핑꺼리를 결정한 것 같았다.
가족들에게 줄 몇 가지를 구입하고서야 맘이 놓이는 모양이다.
흔한 백하나 못 들려 줘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삐죽한다.
아내는 금세 환하게 웃었다.

비행기는 밤을 날아 이튿날 새벽 1시가 넘어서 쿤밍공항에 우리를 뱉어 놓았다.
좁아터진 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며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노여움과 공포에 숨을 몰아쉬었다.
아내가 손을 내밀었다.
따뜻하다.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그리고 고마웠다.

폐를 한껏 열어 호흡했다.
몸안에 탁은 어떤 것들을 씻어 내기라도 하듯 연거푸 마시고 밷었다.

자~~

카테고리:Drifting, Essay

1개의 댓글

  1. 운남성은 옳습니다. ^^;

    Liked by 1명

  2. 무심한 척 하셔도 형님도 형수님께 정말 고마운 게 많으신듯요! ㅎ

    Liked by 1명

  3. 짧은 장면과 글에서 깊은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운남성 가보고 싶네요^^

    Liked by 1명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