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구룡포


포항에서 구룡포만큼 요근래 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있을까 싶다.

호미곶 남쪽에 위치한 구룡포는 10년전만 하더라도 사실 굳이 관광차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던 한적한 포구였다. 과메 덕분에 이름이 알려지고 일본인 가옥거리가 정비되어 볼거리도 생기면서 찾는 이가 많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늦겨울에 구룡포에 사람이 붐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 맘 때가 제철인 대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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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대게 한 마리를 손에 든 할아버지께서 사진을 찍어달라시기에 한 컷 눌러 드렸다. 대게가 살아 있다며 집게가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시던 할아버지는 결국 집게에 손가락을 물려서 게를 떨어뜨리셨다. 주변의 일행분들은 모델이 영 별로니 사진을 지워버리라고 했지만 그럴 수야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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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차가운 동해바다에 나갔다 돌아온 배에서는 대게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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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상태에 따라 대게는 놀라운 속도로 분류된다. 보통 새벽에 이뤄지는 죽도시장 경매와 달리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늦은 듯 구룡포에서의 대게 경매는 9시 전후는 되어야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경매 시간이 늦기 때문에 경매인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어판장 안에서 뒤섞여 정신이 없지만 대게를 다루는 그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눈썰미는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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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끝난 물건들은 가판에서 곧바로 판매된다. 게는 어쨌거나 껍질 까보기 전에는 상태를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상인들은 좋은 게와 그렇지 않은 게를 귀신같이 안다. 물론 우리같은 비전문가들도 경험치가 누적되면 어느 정도 판단 기준이 생기긴 하지만 게를 살 때마다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차라리 살이 덜 찬 걸 좀 싸게 달라고 하거나 비싸도 좋으니 제대로 된 걸 달라고 정공법으로 나가는 편이 좋았다. 그래도 속으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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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어판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가성비가 높은 것이 백고동이 아닐까 싶다. 저 나무 한 판 가득의 백고동이 보통 2만원대. 그러다 보니 대게를 쪄가는 사람들이 별 기대없이 곁다리로 같이 사가는 경우가 많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사실 끼워팔기 신세에 처할 녀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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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끝나고 다시 트럭에 오르는 대게들. 구룡포의 대게는 이렇게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로 나가게 되는데 상당수는 영덕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대게라고 하면 그동안 영덕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 쪽에서 잡힌 대게도 영덕으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과거와 달리 구룡포도 이제는 대게로 유명세가 높아진 탓에 과거에 없던 대게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다. 사실 어획량 기준으로 구룡포 쪽은 결코 영덕에 뒤지지 않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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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적에 덮혀 마구 쌓여있는 대게들도 있었다. 악취가 제법 나기에 여쭈었더니 죽어서 썩은 대게들로서 따로 모아서 비료로 쓴다고 한다. 사실 바닷가 쪽에서 이런 식의 비료는 흔했는데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 청어 따위가 많이 잡히면 다 먹지도 못하고 멀리 내다 팔수도 없으니 하니 비료로 쓰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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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 작업이 끝나고 경매도 마무리되면 어판장에서 들려오던 왁자지껄하던 고함 소리와 경매종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다시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어제부터 이어진 긴 하루가 끝난 선원들이 담배를 태우며 휴식을 취한다. 볕이 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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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커피 한 잔이 절로 생각날 터. 다방에서 커피를 시키면 배 위로 가져다 준다. 엄청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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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뿐이 아니다. 중국음식도 배 위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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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을 마치고 갑판 위에서 먹는 짜장면의 맛은 어떨까? 촬영도 촬영이지만 일행과 함께 침이 넘어가는걸 참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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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릴 때 손도 잡아주시는 모습이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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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식이 끝나면 배는 다시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한다. 설비를 점검하고 밧줄을 싣고 배에서 쓸 가스통도 새로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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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는 그렇게 분주한 오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한적하기 그지 없는 곳이지만 이 때만큼은 엄청난 활기를 띄는 곳. 대게가 제철인 2월의 구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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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만 찍고 도저히 그냥 올 수가 없어서 딱 두마리만 사왔다. 두마리 밖에 없으니 평소보다 더 알뜰하게 더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먹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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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포항 구룡포

Ricoh 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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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아. 정말 아름다운 생명체입니다. 대게를 볼 때 마다 에일리언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전 저것이 얼굴에 딱 달라 붙으면 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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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호미곶 갈적에 구룡포 이정표 보면~ 한번 들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헌데, 함께 가던 녀석들이 ‘거기 절대 가지마~! ‘ -.-

    다시 생각해 보면, 맘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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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주도 갈까 싶다가도 피작가님 만나서 포항 구경도 막 하고싶고 고민되게 만드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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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음은 언제입니까? 나가는 날 전에 연락주세요. 새벽에 올라갈께요. 대게 사서 내려오면 마눌도 봐줄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다방레지가 오봉까지는 익숙한데 어찌 복장이 좀…흰스에 검팬이나 검스에 흰팬 정도는 입어줘야 그 동네에서 팁 좀 챙기고 껌 좀 씹을텐데…변했네.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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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게 시즌은 곧 종료됩니다. ㅋㅋ 오시려면 얼른 오셔야. 구룡포는 너무 새벽에 와도 대게 사기 어렵고 8시 이후 도착하는 스케쥴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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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대게는 대개 면죄부가 되는군요^^
    구룡포의 아침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가막힌 구룡포 커피숍이 빠졌잖아요~ ㅋㅋㅋ)
    아무래도 가족들이랑 또 가봐야겠어요 ㅎㅎㅎ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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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와우!! 역시!!!
    요일별로 매주 글 올리는게 결코 쉽지않을텐데
    늘 글도 서진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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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8미리가 쉬운듯 어려운 렌즈인데 기가막히게 다루시네요.
    다 좋지만 중간중간 특히 좋은 사진들이 스크롤을 멈추게 만드네요.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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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는 도대체 구룡포에 가서 뭘하고 온걸까요?
    거칠법한 경매시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다른 분위기로 해석하게 만드는 필력이 존경스럽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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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날 과음은 다음날 출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ㅎㅎ
      낮술님 댓글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워낙 익숙한 촬영 환경이라 거칠고 무서울 수도 있는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적응이 된 것은 아닌지. 사실 처음 방문해서 막 들이대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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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와… 너무 좋습니다…
    역시 대단하세요.

    특히 지근거리에서 인물을 담으시는 사진들 대단하세요….
    한장한장도 너무 좋고
    이야기가 있는 사진들이 꿰어져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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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이렇게 발동이 걸려 막 다가가는 날이 있습니다. 이 날이 딱 그러했네요. 사실은 필름으로 찍다가 필름이 떨어져서 늘 가지고 다니는 GR을 긴급 투입했던 결과들인데 디지털의 간편함이 더 유용했기에 가능했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룡포도 언제 한번 다시 같이 가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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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내가 본 구룡포는 뭔가 싶습니다.^^
    현지인만 가능한 씬 같기도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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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바닥에 늘어놓은 대게사진이 대단합니다…! 뒤늦게 B급사진 알게되어 이글 저글 읽어보고 있는데 사진도 글도 전부 좋네요. 모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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