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리 가는 길


2009. 1. 30
[쿤밍에서 따리 가는 길]

봄의 도시라지만 정월 쿤밍의 밤은 차가웠다. 큼지막한 게스트 하우스 방은 냉하고 휑하다.  아내의 체온이 없었더라면 조금의 숙면도 어려웠을 것이다. 쿤밍의 아침은 여유로웠다.  8시가 되어서야 소 혓바닥 같은 해가 침을 흘렸다. 드디어 운남에서의 날들이 시작되었다. 몸은 아직 지쳐 있었으나 가슴과 머리는 차츰 맑아져 왔다.

이곳에서 쇠고기 국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있다는 것이 문득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국의 계집아이가 받쳐오는 뚝배기가 이채롭다. 한국사람이 하는 괜찮은 음식점이 있다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소개해 준 곳이다. 이 땅에서 담아 낼 질퍽함이 이들에게 있을리 없으니 이 맛은 분명 그 맛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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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야오짠으로 향하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최신형 버스에 옛 사람이 타고 있는 것 같아 몹시 생경스러웠다. 사람이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에 닿을 즈음 둘러보니 저나나나 구경꾼이긴 매 한가지다. 그러나 그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과 이방인의 낯설음이 이미 익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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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난야오짠은 사람으로 미어터진다. 수백보 거리의 기차역엔 아직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었다. 걸인과 여행객은 한 덩어리로 뒤섞였으며, 손톱 밑에 새까만 때가 가득한 손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여자, 그 옆에서 마대포대를 껴안고 잠이든 남자, 싸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 몇 명의 무리들, 길바닥은 식탁이었고 침대였으며 거실이었다. 그들에게 장소의 구분 따위는 해당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무리 속을 지날 때 역한 냄새가 났다. 미간을 찡그렸다.

난야오짠엔 여객과 삐끼가 同數다. “따리~~~따리~~리장~~ 니먼 취 날? ~~~쓰린~~쓰린, 따리~리장~” 나는 누구…여긴 여디? 무작정 달려드어 호객하는 그들의 압박이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어리숙한 이방인에겐 견디기 힘든 번거로움이었다. 곧 잦아들 것이었다.

운남 제일의 도시!
이곳 쿤밍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처음 겪은 낮선 경험은 바로 민생고에서 비롯되었다. 오줌이건 똥이건 2전이다. 칸막이가 없다. 변기도 없다. 그저 뚫어놓았을 뿐이다. 어떤 놈이 쏟아놓고 가면 영감은 곧 물 호스로 쓸어낸다. 물빨이 좀 세다 싶으면 튀어 오른 똥물은 옆 칸막이서 볼일 보던 놈의 엉덩이를 적실 것이다. 질퍽하고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얼른 쏘고 뛰쳐 나오듯 그곳을 나왔다. 오줌이어서 천만다행이다. 숨을 몰아 쉬다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겪어보겠다고 이 먼 길을 온 것이 아니었던가!

따리행 버스는 좁고 시끄러웠다. 정해진 시간은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였으며 하나 남은 빈자리가 다 채워질때까지 버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래된 홍콩느와르 영화에선 쉴 새 없이 총질을 해대고 뒤에 앉은 놈은 쉴 새 없이 담배를 쏴대고 있다. 앞에 앉은 장족부부는 꼬질꼬질한 머슴애를 안고 연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재잘거린다. 비로소 운남에 있음을 실감하며 이들의 향기 속으로 서서히 젖어들고 있었다.

4시간이면 족하더니 5시간이 넘게 걸렸다. 11시에 출발한 차는 5시가 다 될 무렵에야 샤관에 우리를 뱉어 놓았다. 후줄그래한 샤관의 버스터미널 역시 삐끼들로 북새통이다. 일견하기에도 우리는 어수룩한 여행객의 모습이다.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 탈 때까지 끈질기게 달라 붙었다. 말을 거는 것인지 고함을 지르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거친 데쉬는 여전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의 이런 행동이 집요함인지 간절함인지 순수함인지 아직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얼하이 옆으로 난 새 길을 따라 반시간여를 달려 따리에 닿았다. 바람은 맑았으며 청아했다. 좋은 날씨만큼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흔치않다. 길게 들이키고 길게 뱉었다. 맛있다. 시원하다. 평생토록 이런 공기는 처음이다. 고인 흙탕물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드는 느낌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간단히 허기를 채웠다. 그 사이 해가 산머리에 걸렸다. 이 시간 따리고성은 여행 온 사람들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떠나왔으나 머문 것이니 떠나온 것인지 머문 것인지 가려지지 않는다.

지금의 도시에 남은 옛 집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만듬새 좋게 깔려진 돌길 양 옆으로 옛집들은 눈이 부셨으며, 그 곳에는 또 다른 삶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떠나온 사람들에게 좀 더 머문 사람들이 내어놓는 버들잎 띄운 우물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머문 사람들, 그들의 옛것들은 떠나온 사람들에겐 지금의 것이 되어 팔리고 있었다. 아마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이렇게 교통하였을 것이다. 따리고성은 사람들로 넘실거렸으나 흥청이지 않았다.

따리의 밤은 수놓인 별만큼이나 맑고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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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아침은 맑고 깨끗하다. 이른 아침 아낙들은 물을 길어간다. 이제 약 한시간 후면 이곳은 떠나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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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양립을 관용한다. 모순과 역설을 받아들이는 똘레랑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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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부모들은 벌어먹어야 한다. 밤이 깊도록 아이들은 벌어먹는 부모들 곁에서 놀았다. 아이들은 공동체에서 양육된다. 벌어먹는 고단함은 저나 나나 매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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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물을 오늘식으로 치장한 어중간한 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공기는 더 없이 신선하고 맑다. 나무를 태우면서 한참 놀았다. 사람들이 흘러내렸다.]

Leica M6 + Summicron 35mm 5th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 , ,

1개의 댓글

  1. 따리군요. 언젠가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곳입니다. 중국어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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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덕분에 좋은 여행을 대리체험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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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변기야 그렇다쳐도 칸막이없이 그일을 치른다는건 정말 상상을 불허합니다. 중국 여행은 한참 후순위로 미루어야할거 같아요. ㅜ 피울님 기행문으로 대리만족하렵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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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행하기 쉽지 않은 곳을 다녀오셨군요. 다음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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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아.. 무척이나 가보고 싶네요. 북경과 가까운 북방도 아닌데 성벽 스케일 장난없네요. 그리고 일단 와이프 데리고 갈 곳은 못되겠습니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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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방인의 시선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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