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ear watching


인간은 많은 것을 발명했다.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은 그 중 시간의 발명이야 말로 문화심리학적으로 바퀴의 발명만큼이나 위대하다고 말한다. 일찍이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죽임으로써 누구도 시간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도무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음은 끊임없는 존재의 불안을 야기했기에 인간은 비록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측정함으로써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과 함께 근원적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시계를 발명하였고 시간은 이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되었다. 하루, 한달, 그리고 일년이라는 단위를 정해둠으로써 시간이 일직선으로 막연히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닌 반복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심리적인 회복 가능성을 부여하였다. 사실 지나가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고안한 달력에서는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한 해가 주어지기에 사람들은 새로운 각오와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싱싱한 기회를 획득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연말연시가 되면 그렇게들 설레는가 보다. 지난 잘못은 덮어두고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새해가 뜬지 어느새 2개월이나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개월, 설레는 새해를 보며 다짐했던 것들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가. 후회스러운 일상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지는 않나.
개학을 맞은 3월 초에 즈음하여 정유년 새해맞이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

2017년 1월 1일 새벽, 나는 왕룡사로 차를 몰았다. 왕룡사는 경주와 포항 접경에 위치한 해발 250미터 남짓의 형산(兄山) 어깨 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포항 시내를 조망하며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몇 해전부터 일출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게다가 자비로운 미소 머금은 풍채 좋으신 갓부처를 모시고 있어 일출도 보고 소망하는 바 기도까지 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곳이다.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5시 반, 너무 일찍 왔나보다. 해가 뜨려면 아직 1시간 남짓 남은 셈이다. 편의점에서 온장고 캔 커피라도 하나 사올 걸 하는 후회가 곧잘 들었으나, 고작 그거 하나 사러 산을 다시 내려갈 수도 없는 일. 하릴없이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슬슬 동쪽 산등성이 너머로 옅은 빛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챙겨 차에서 내리니 목으로 선뜩한 찬 기운이 엄습한다. 얼른 옷깃을 당겨 여미고서 잰 걸음으로 전망대로 향했다.

부처를 향해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아주머니, 좀 더 높은 지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뜨는 해를 보려 바위를 타고 수풀을 헤치는 아저씨, 졸린 눈 비비며 엄마아빠 따라 나온 아이들.. 사람들은 해가 뜨는 방향으로 저마다 최적의 포지셔닝을 하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 외친다.

“어…저기 저기…해 뜬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들 일제히 핸드폰을 치켜든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일출맞이에는 똑딱이나 DSLR이 많았는데, 바야흐로 이젠 스마트폰이 대세다.

“찰칵, 찰칵”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화면 속으로 갈무리하는 새해는 저마다의 용도로 수집되거나 공유될 것이다. 구룡포 방향에서 뜨는 해는 어느덧 한 뼘 넘게 불쑥 올라와버렸다. 순식간이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무대를 뒤로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절정의 순간은 그렇게 짧다.
분주히 셔터를 끊으며 잠시 잊었던 겨울바람이 새삼 시리게 느껴진다. 옷깃을 당기며 일상의 땅으로 내려오기 위해 주차해 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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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시간이 참 빠릅니다. 벌써 3월이라니. 날짜에 불과한 해가 바뀜이 무슨 의미인가 하다가도 변화의 의지조차 없는 저의 모습을 이 사진과 글을 통해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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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포항으로 여행을 가면 새벽에 홀로 갈곳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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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월 1일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무슨 날 무슨 일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삽니다.
    좀 편할 줄 알았는데 무척 건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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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러내요. 벌써 3월입니다. ㅎㅎ
    뭐 하나 해 놓은 것 없이 벌써 3월을 맞이하는 건지 급 후회가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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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왠지 내년에는 저도 포항에서 해돋이를 봐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엄습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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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해 뜨는걸 본지 10년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덕분에 같은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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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40대는 날짜가 월수금 월수금 한칸씩 건너서 가더니 50대가 되니 월 월 월 월~~~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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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역시나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개인적 느낌이지만 몇몇 사진을 보면서 중국 느낌이 나는게 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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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 대한 이미지와 겹치는 컷들이 들어있나봅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오밀조밀 몰려있는 장면에서 그리 느끼신건 아닌가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라페스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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