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쏟아지던 트레킹


* 정확한 내용 전달을 위해 경어는 포기합니다.

2005년 인도에서 벌어진 일
더위를 피해 들어간 다람살라 , 그곳의 맥그로드간즈 라는 지역의 한국식당에서 벌어진 일
한국 여행자를 끌어들여 일 시키기로 악명 높은 D식당, 뭐 언제나 그랬듯 일 하고 있을 때였는데
(2주 정도 여기서 눌러붙으면서 먹고 일도 하고 뭐 그랬죠.)
같이 놀던 누나 한 명이 갑자기 왠 여자애 둘을 가리키며 나한테 이런다.
‘야~ 쟤들 이쁘네 함 꼬셔봐~ 남친 없대 둘다~’
이런 돌직구스러운 경상도 아가씨 같으니..
아무튼 그렇게 별거 아닌 기억으로 넘어가고 다음 여행지인 마날리로 몸을 날린다.
1살 많은 경상도 누나랑 1살 어린 동생 한명이랑 셋이서 버스 타고 마날리로 12시간의 버스 여행
마날리 도착 이틀째 한국 식당이 있다 해서 찾아가 보았다.
흥카페 (흥이 많아 흥카페는 아니고 흥선대원군 이라는 카페를 줄여서 흥카페라 했다.)
밥은 안시켜먹고 얘기 좀 나누다 고스톱이나 치자는 사장님의 제안에 훅해서 고스톱 치다 보니
왠 아가씨 두명이 합석 하게 된다. 바로 맥그로드에서의 그녀들 !!
고스톱 좀 치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고 어떻게 여행 하고 하던 와중에
흥카페 사장님이 발굴하려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한다.
왠 외국인이 가보고 나서 좋았었다고 그래서 루트 개척을 할 필요가 있을거라고,
그렇게 얘기가 오고가다 이 당돌한 두 아가씨가 나한테 그런다.
‘저희랑 같이 트레킹 가실래요?’
아…내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살아있네…라는 착각을 가득 안고
그렇게 출발 했다.

트레킹 루트는 대략 이렇습니다.
마날리 – 마니까란 (버스이동)
마니까란 – 깔가 – 키르강가 – 깔가 – 마니까란 (도보이동)
마니까란에서 키르강가까지 도보로 가서 거기서 다시 U턴해서 돌아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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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도착지 Calga (깔가)
사실 첫 도착지는 마니까란이라 표현해야 맞는데 버스 내리자마자 바로 쉬지 않고 이곳 깔가로 왔다.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대략 마니까란까지 6시간 그리고 깔가까지 걸어서 3~4시간 코스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도착해서 밥이라도 먹고 하루 잘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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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는 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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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묶은 숙소
숙소가 여기 하나였나? 그랬을듯…2층에 있는 방하나 빌리는데 50Rs
밤새 때고 자야 할 나무 한 짐 하는데 50Rs
나무를 왜 사야만 하는지 그날밤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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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동네 전경,그야말로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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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숙소에 있는 화덕에 불피워서 그위에 감자구워먹고 뭐 그랬다.
돌도 씹어먹을 나이들, 허접한 동네 식당에서 먹는 쵸면 이런걸론 배가 안차서
구멍가게에서 감자를 사와서 이렇게 구워서 먹는다.
나랑 같이간  K와 C는 두여인은 추워서 그런지 침낭속에 들어가서 얼굴만 내밀고
나는 감자 구워서 까주고….뭔가 큰그림에 당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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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참 잘탄다.
다만 아주 얇은 쇠판으로 만든 화덕이라 열 보존율이 최악이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또 불지피고 다시 잠들고..이걸 반복한다.
우리 어머니가 밖에 나가서 처음 보는 여자 조심하란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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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을 먹었던 동네 유일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서둘러 키르강가로 출발 한다.
히말라야의 숲은 정말 사람의 글자로 표현이 잘 안된다. 그냥 가서 한번 보는게 가장 정답.
제주도 사려니숲의 나무는 여기 나무에 비하면 불쏘시개 수준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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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흔하게 마주칠수 있는 산양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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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까란을 기준으로 키르강가까지 가는길은 흡사 타원형 코스라 보면 된다.
가운데 계곡을 중심으로 마니까란 기준, 오른쪽으로 가면 깔가, 왼쪽으로 가면 나탕 이라는 마을이다.
그렇게 깔가를 지나 키르강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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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설산을 어디서든 볼수 있다.
사실상 깔가에서 키르강가까지의 6시간 정도 트레킹 코스에서 두 여인의 노새 역할을 하다 보니
정작 키르강가에 왔을 때는 사진이고 뭐고 귀찮아졌다.
(돼지 얼굴 보고 잡아 먹는거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이 떠오르는 하루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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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강가는 한번쯤 가보길 권한다. 물론 사먹을곳도 거의 없고 잠자리는 최악의 컨디션 이지만
그래도 이런 오지 체험 이런데서 해보지 언제 또 해보나?
순례자들을 위해 만든 아쉬람에서 저녁에 공짜로 제공하는 저녁은 꽤 꿀맛이었다.
그리고 이곳 키르강가에는 노천탕이 있다.
여성용은 건물로 가려져 있어서 가보질 못했고(나는 남자니까)
남성용 노천탕은 오픈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원숭이 마냥 발가벗고 가면 안된다. 바지 하나 입자.
따뜻한 물에서 노곤하게 있으면 술생각도 나고 뭐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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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강가에서 지옥의 2박을 해보고
(난방도 안되는 나무 판때기 가옥에서 화덕 하나 침낭하나에 의존해서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밤을 이틀 정도 겪으면 사람이 정신이 나감)
4박5일 일정의 트레킹의 마지막밤 마니까란을 위해 부지런히 출발한다.
싸두가 있음을 알리는 삼지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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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트레킹 코스의 자연 경관은 정말 너무 황홀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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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로 한창 접어들던 6월의 꿀루 계곡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늦게 출발한것도 있지만 비까지 오니 등산화 신지 않은 두 여성은 길에 미끄러지고 이동속도가
전혀 나오질 않아 결국 예정에 없던 나탕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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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보리밭이 참 이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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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해서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와서 일단 비를 피하고 본다.
깔가에서의 숙소, 그리고 키르강가의 아쉬람은 호텔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에 그 흔한 화덕조차 없다. 내일 구안와사 올 것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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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없는 숙소, 어두우니 초라도 태워 본다.
25세 남성, 22세 여성 둘
전쟁터에서나 피어날법한 러브라인?
그딴거 없다. 서로 추워서 손을 초에 대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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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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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인께 부탁해서 저녁을 요청 했다. 외국인 여행자를 잘 안만나는 동네라 영어도  잘 안통하고
손짓 발짓으로 밥이랑 난이랑 달, 커리 이런거 있는대로 다 달라고 했다.
엄청난 양을 …
주인아주머니와 손짓 발짓으로 해서 50루피라는 가격을 확인 했는데
당연히 1사람당 가격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5명 정도가 먹을수 있는 밥과 짜파티
그리고 두종류의 달프라이와 야채볶음을 가져다 주셨고
너무 배부르게 먹었던 나는 150루피를 낼려고 했더니 50이라는거다 ㄷㄷㄷ
큰돈이라 부담스러워 하고 계속 안받을려고 하길래 표정연기로 최대한 얘기했다.
‘이건 너무 맛있게 먹은 나의 마음이니 받아줘요.’

너무 썩어서 만지면 녹아버릴거 같은 아주 두껍고 눅눅한 이불
하지만 얼어죽고 나면 무슨 소용일까 하고 배부른 상태에서 각자 침낭에 들어가서
냄새나는 눅눅한 이불을 위로 올리고 살기 위한 숙면에 들어간다.
그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장실에서 날 부르는거 같아 랜턴을 들고 너무 깜깜한 1층으로 내려가서 볼일을 보다가
남자라는 이유라서 집중하기 위해 랜턴을 끄고 스탠딩 자세로 있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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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내 입에서 무심결에 튀어나온 한마디
너무 많은 별들이 쏟아질거 같은 느낌으로 계곡 사이를 아주 빼곡하게 가득 채웠다.
너무 황홀한 느낌이라 자고 있는 두 여성을 깨우고 나도 디카를 가져와서 막 셔터를 눌러댔다.
(그래서 저렇게 나옴…카메라는 좋은거 쓰고 봐야함)
처음엔 잠깨워서 짜증 내던 K와 C도 놀라운 모습에 추위도 잊은채 별 구경을 하다가
다시 들어와서 잠이 들었다.
몸에 열이 많은 덕분에 비록 각자의 침낭이였지만 양옆으로 K와 C를 두고 내가 가운데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낳아주셔서 감사 합니다 부모님…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나는 그날밤 22살 어린 아가씨들의 이성과 본능의 경계에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으로 거의 잠을 못잤다.
추우면 굴러서 내몸에 몸을 기대다가 다시 좀 살만하면 몸을 뗐다가…
다시 추우면 몸을 쓰윽 기대고 (내가 무슨 핫팩이냐..)
양쪽에서 엇박자로 계속 그래서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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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오간 나탕의 하룻밤을 보내고 이제 마지막 종착지 마니까란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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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탕에서 마니까란으로 가는길
이 드넓은 인도 한복판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본다.
마찬가지로 남자1 여자2로 출발한 후발대를 만난거다.
창호녀석 고생 많았겠지…왕누님들 모시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한장 찰칵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길로 우리는 우리의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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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도 이 꿀루 계곡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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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직전 허름한 식당이 있길래 가서 요기를 해본다.
마니까란을 제외하고 모든 트레킹 코스에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아무리 억만 장자라도 돈이 남아 돌아도 돈쓸때가 없다는거다.
대부분 허름한 로컬식당, 파는건 짜파티 달프라이 쵸면 볶음밥
돈이 있어도 쓰고 싶어도 쓸수가 없다.
3명이서 3박4일동안 숙박비+식사비용으로 250루피? 정도밖에 안썼으니 말 다했다.
(당시 보통 일반적인 남성 1인의 하루 여행비용이 400루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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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돌아온 마니까란
이곳은 시크교의 여름 휴양지라고 한다.
그리고 성지이기도 하고 그래서 거의 대부분 터번쓴 시크교 아저씨들과 그들의 부인 아이들만 가득하다. 물론 시크교 휴양지라 육식을 정말 많이 할수 있다. 3박4일동안 아낀 여행 경비를 단 두끼 식사로 거덜냈으니 이해 될려나?
모처럼 침대가 있고 따듯하고 뜨거운물이 나오는 숙소에서 샤워도 하고
사람의 몸에서 시멘트물이 흐를수도 있는 경험을 하고 그렇게 다시 마날리로 왔다. 그리고 계속 여행을 하게 되었고 한국 돌아와서 그중 한명은 나와 연인이 되었다.
아직 나는 미혼이고
K와 C는 둘다 결혼해서 애낳고 잘살고 있다고 한다.
문득 그립다 이때의 추억이 그리고 이때의 설레임이..
너무 추웠지만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고 없던 감정도 생기던
순수했던 20대의 내가 이때는 있었나 보다.

벌써 추억을 그리워 할 나이라 하기엔 아직 젊은데..

All photo by Nikon F100 AF20-35 F2.8D

T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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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늘 추억은 그리운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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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멋진 곳이네요… 가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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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말에 좀 여유가 나서 찬찬히 집중해서 읽었더니~
    왠걸~ 젊은시절~ 잼있는 사연들이 녹아있네요. ^^;

    암쪼록 아직도 절므니이시기에~ 추억은 다시 찾아올 듯~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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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귀한 경험과 기록물을 마주하게 돼서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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