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2009. 2. 1 / 따리고성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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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신이 쑤신다. 눈꺼풀은 벽돌 서너 장이 올라앉은 듯 하다. 새벽시장을 볼 욕망으로 몸을 움직였다. 위대하다. 욕망아!

낯선 곳이라면 찾아야 할 곳은 시장이다. 시장엔 그곳의 질퍽함이 날것 그대로 묻어있다. 마다의 독특한 냄새는 그 사람들의 속살같다고 생각했다. 냄새들이 섞여 때론 역하기도 하지만 이것만큼 분명한 사람의 향기를 아직 알지 못한다. 시장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젊은 여자는 종종걸음으로 달리고 군복이 훈장처럼 자랑스러운 아저씨는 쓰레기차를 기다린다.

이른 아침이지만 시장은 대바구니 배낭을 맨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삼륜자전거와 삼륜차들이 한곳에 섞여 오도 가도 못하다가도 곤약미끄러지듯 저절로 풀어진다.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가 자리를 놓고 목청껏 다투고 있다. 아이를 둘러맨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크다. 이럴 땐 더 절박한 사람이 이길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머리채를 잡아챌 듯하지만 누구하나 싸움에 끼어드는 사람이 없다.

시장은 제법 구색이 갖추어졌다. 시장 가운데 하늘을 가린 곳으로 푸줏간과 생선가게들이 늘어섰다. 바닥은 질퍽하여 뒤꿈치를 붙일 수 없다. 핏물이 아직 덜 빠진 생선을 툭툭 내리치는 여자의 볼살이 연지화장을 한 마냥 붉게 상기되었다. 이곳을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허접한 공산품이 널려있고 또 한쪽으로는 야채행상들이 모였다. 어머니의 호수 얼하이에서 건진 물고기는 풍요로움 그대로다. 작은 트럭으로 가득 실어다 놓았는데 모두 생물이다. 금방 건져올린 것이 분명하다. 팔을 뻗으면 닿을 곳에 풍요로운 어머니의 호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붕어, 잉어…이름을 알 수 없는 민물생선이 지천에 가득하다.

시장의 제일 깊숙한 곳에선 김이 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닭을 잡아서 파는 곳이다. 젊은 남자는 한번에 두 마리씩 쉴 새 없이 닭을 목을 따서 드럼통으로 던져 넣고 있다. 피가 다 빠지고 나면 들어올려 던져둔다. 여자 두어 명이 달려들어 털을 뽑아낸다. 이채로운 장면이 넋이나가 있을 즈음 젊은 남자 녀석이 칼질인지 삿대질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몸짓을 했다. 사진 찍히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핏물이 뚝뚝 흐르는 녀석에게서는 야생의 몸짓이 베어같다. 사부작 자리를 피했다.

이곳의 주인 백족은 우리조상들의 풍속을 닮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조상들의 일부가 이곳으로 내려와 토착민들과 융화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느릿하게 시장을 느끼다 보면 풍문은 진실이 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백떡을 함지박에 담아내온 할머니가 낯설지 않다. 한입 베어보니 할머니 따라 떡국 빼러 갔다가 한덩이 얻어먹던 그 맛이다. 두덩 이를 샀다. 한 덩이는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시장기를 면하게 할 것이고, 한 덩이는 아직 이부자리를 떨치지 못한 아내 몫이다. 떡이 식을까 싶어 걸음이 바빠진다.

무겁던 몸이 그사이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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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백떡은 너무도 익숙한 맛이다. 담백의 맛은 이땅에서 느끼는 고향이었다. 아주머니 여럿이랑 한참 놀았다. 꼬질꼬질한 손으로 한귀퉁이 떼서 입에 넣어주고는 입을 가리고 웃는다. 옆에 있던 아줌마들의 웃음소리가 합창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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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닭을 사서 가져가면 잡아준다. 하얀모자를 쓴 젊은녀석이 닭목을 딴다. 한번의 칼질이면 두마리의 숨이 끊어진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몇 컷 눌렀는데 눈이 마주치자 칼질인지 삿대질인지 살벌한 몸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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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좌판과 다르지 않다. 여타 오지의 장터에서 느껴보지 못한 익숙함이다. 한참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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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일인지 이 친구들에게는 말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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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이 따로 없다. 죽여서 먹어야 살 수 있는 숙명은 거룩하다. 젊은 두 녀석의 칼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짐승을 잡는 족속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생김이나 복장이 여느 부족사람들과 다르다. 신강이나 위구르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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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 Hasselblad X-PAN + 45mm
BW : Leica M6 + Summicron 35mm 5th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 , ,

1개의 댓글

  1.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오일장(?)이 손안에 잡힐듯 싶습니다.
    무엇보다~ 말그대로 사람냄새나는 글과 사진들~ 제 맴이 녹아 듭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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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젠 사진 뿐 아니라 글에서도 냄새가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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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파노라마의 짙은 색에서 현장감이 그대로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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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핏물이 뚝뚝 흐르듯이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묵직한 사진들과 예의 글솜씨…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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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파노라마 하나 들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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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거리에서는 역시 눈치가 빨라야 봉변 따위를 피할수 있나봐요. 구랭이 담넘듯 사부작 피하시는 몸짓과 그럼에도 좋은 장면 놓치지 않고 담아내신 손짓에 경의를 표합니다. 글과 사진에도 질펀한 사람냄새거 배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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