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버스종점


2009. 2. 1 / 따리 2번 버스 종점마을 

남조풍정도에 들어가기까지는 한나절이나 남았다. 버스를 탔다. 명색이 배낭여행을 온 것인데 시내버스 정도는 한번쯤 타 줘도 좋겠다. 우리는 그들 속에서 관광객들과 격리될 필요가 있었다. 남은 시간도 죽여야 하지 않은가!

햇살을 따가웠으나 맑다. 터덜터덜 움직이는 버스에서 여행은 오히려 익었다. 너른 창으로 눈동냥이 즐겁고 어깨를 맞댄 그들 속에서 귀동냥이 즐겁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수다쟁이들이다. 시끄럽게 떠들고 호탕하게 웃었다. 달리는 버스 유리창에 머리를 묻었다. 편안하다. 세상의 일쯤은 놓아둘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는 반시간을 달려 종점마을에서 일행을 쏟아 놓았다. 더 달려도 좋았으나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제법 큰 마을이다. 선착장엔 고깃배도 유람선도 있다. 이곳 역시 이방인들의 발자국이 선명하였으나 도시의 그것은 아니다. 원주민 냄새가 물씬하다.

늘어지듯 천천히 걸었다. 호숫가 한쪽에선 흙자갈이든 자루를 쌓고 있고 그 끝에선 까맣게 그을린 참한 여자가 얼하이 수려한 물에 빨래를 한다. 늙은이 몇 명이 그 옆에서 곰방대를 물고 햇볕을 쪼이고 있다. 젊은이들은 바쁘고 늙은이들은 여유롭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냈다. 고개 숙여 인사하면 예외없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모두들 활짝 반긴다. 사진 한 장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다. 잇몸까지 드러내는 웃음으로 허락했다. 아름답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마을마다 신전(?)이 있고 이곳엔 어김없이 할머니들이 있다. 마을은 신이 지키고 신은 할머니들이 지키는 것이다. 향을 올려도 좋으냐고 물었다. 보내오는 눈길에 따스함이 한껏 묻었다. 조금 전 경계의 기운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환히 내어놓고 웃어주었다. 아내는 향을 올리고 할머니에게서 배운대로 절을 했다. 두툼하고 거친 손으로 아내의 손을 잡았다. 한참동안을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환영의 메시지가 담긴 호의였음을 느낄 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지탱해 가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아득하다. 마디가 뭉툭한 손으로 정성을 바치는 손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얼하이는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 타는 곳 입구 전통목선으로 대문을 올린 집이 눈길을 끈다. 민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의 사랑방도 겸하고 있나보다. 음식이 맛있냐고 물었다. 여자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들의 주방으로 안내되었다. 야채를 다듬고 고기를 두드리고 재료를 볶는 손들이 여럿이다. 우리는 서로 반가웠고 서로 신기했다. 한국여자들은 다 예쁘냐고 젊은 여자가 물었다. 너 보다 안 예쁘다고 대답했다. 도톰한 손으로 가린 입으로 그녀의 웃음이 세어나왔다. 음식을 내어오는 손길이 한결 부드럽다. 그들의 인심에 향기가 묻어있다. 한낮 종점마을엔 따끈한 여유로움으로 가득하다.

버스가 천천히 왔으면…….

.

.

MImg0304

[제법 규모를 갖춘 버스종점마을, 백족마을들이 그렇듯 다른 민족들의 마을보다 깨끗한 느낌이다. 평온하고 느린 하루가 익어가고 있다.]

.

.

IMG7894a

.

.

IMG7895a

[해변이라는 말이 불쑥불쑥 나올만큼 크고 너른 얼하이, 호수에는 포구마을이 여럿 있을 것이다. 제법 규모를 갖춘 포구엔 작은 고깃배도 있고 여객선도 있다.]

.

.

MImg0301

[오후에 들어갈 남조풍정도가 보인다. 아직까지 저곳이 남조풍정도인것을 몰랐다.]

.

.

IMG7884a

.

.

IMG7867a

.

.

IMG7869a

[얼하이 수려한 물에 아낙은 빨래를 하고 노인 몇 명은 곰방대를 물고 햇볕을 쪼인다. 멀리 고깃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더니 마주 흔들어 주었다. 빨래하는 아낙과 한참을 노닥거렸다.]

.

.

IMG7873a

[할머니께 배운 그들의 방식으로 향을 사르고 절을 했다. 마을마다 갖춰진 재실은 어김없이 할머니들이 지킨다.]

.

.

IMG7874a

.

.

IMG7878a

.

.

IMG7881a

.

.

IMG7882a

.

.

IMG7885a

.

.

MImg0332

[버스종점 옆 제법 큰 식당에서 느긋한 점심과 오수를 즐겼다. 너른 마당과 제법 깔끔하게 단장한 목조건물의 숙소를 갖춘 집이다. 음식걱정을 하고 있으니 서빙하는 젊은 여자가 주방으로 안내했다. 믿고 먹어도 된다는 표시였을 것이다.]

.

.

MImg0333

.

.

IMG7891a

.

.

img521

.

.

img515

.

.

img513

.

.

img514

.

.

img519

.

.

img527

.

.

img530

.

.

img528

.

.

Color : Hasselblad X-PAN + 45mm
BW : Leica M6 + Summicron 35mm 5th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1개의 댓글

  1.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Liked by 1명

  2. 그러니까~

    운남성 따리가 있고~ 따리에는 백족들이 모여사는데~
    얼하이라는 호수가 있고~ 얼하이 호수에는 남조풍정도라는 섬이 있다는 말씀 이시죠?
    헥~ 헥~

    잘 봤습니다.

    그곳 음식맛이 어떨런지도 궁금해졌습니다. ^^;

    Liked by 1명

  3. 모르겠어요.. 절터와 탑들이 가진 의미도 알겠고 소중하지만 역시나 사람사진이 더 좋다는 걸 느낍니다.
    어릴적 보던 삼륜차도 반갑고 시공을 초월한 다른 듯 닯은 삶의 초상들이 마음을 흔드네요..
    잘봤습니다..

    Liked by 1명

  4. 단렌즈 하나 들고 여행을 가볼까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물론 익숙해진 다음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난생 처음 가보는 곳도 한 번 그래볼까, 그런 생각인거죠.

    Liked by 1명

  5. 와우!! 멋지구리구리!!!

    Liked by 1명

  6. 저는 동생이 사천성에 있을 때 가보지 못한 것이 참 후회가 됩니다. 쭈욱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이미지들입니다 +_+

    Liked by 1명

  7. 저 분들과의 만남 생각할 수록 놀라운 인연이지요. 사진과 글을 보며 가슴만 콩닥거립니다.

    Liked by 1명

  8. 최근 글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읽고 있는데, 글도 재미있고 사진도 참 멋집니다. 잘 보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