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통영, 연대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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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누가 뭐라고 해도 봄이 좋다.

한 번이라도 남도의 봄기운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통영은 봄이면 찾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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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을 지내오는 동안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모든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는 듯 생명력이 느껴지는 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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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첫 관문은 뭐니 뭐니 해도 충무김밥이다.

통영에 갈 때면 늘 가는 집이 있었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이 가게로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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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 자리 잡고 있는 사진과 TV 출연 자료들.

빛바랜 사진만큼 세월을 견뎌온 내공이 있을까?

아련하다. 가끔씩 떠오를 때면 한 번씩 펼쳐보는 사진이 아닌 늘 눈앞에 놓여있는 화사했던 과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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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특미는 무김치와 오징어 어묵 무침 외에도 굴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당연히 “굴 주세요”

살짝 익힌 굴에 직접 만드셨다는 굴 소스를 비밀리에 바르고 계시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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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함께 오랫동안 운영해 왔고, 지금은 본인이 개발한 굴 충무김밥을 내놓으셨다는 사장님.

충무김밥집의 원조를 놓고 말이 많지만 처음 시작하셨다는 분들이 거의 돌아가신 지금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고르면 그만이다.

서글서글한 사장님의 인상에서 다음에 통영을 찾아도 다시 찾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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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김밥을 충무김밥집에서 먹는다면 당신은 아마추어.

김밥집을 나서는 순간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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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동광식당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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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과 볼락 매운탕이 충무김밥과 완벽하게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통영의 1차 관문을 제대로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업이 좋지 않은 관계로 멸치회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쉬웠지만 이대로도 충분했다.

오전 내내 뱃일을 하고 왔다는 선장 한 분이 이미 술이 취한 채로 들어오셔서는 또다시 소주를 들이키며 연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응 그렇지요. 이 집 도다리 쑥국이 정말 맛있는기라. 암. 소주도 맛있고”

그것은 우리에게 건네는 외로움의 하소연이었고, 또한 자신에게 바다에의 삶을 다짐하는 인내의 표식이었다.

외로운 바다와 남자. 고독한 고독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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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의 여독은 지역 막걸리로 푸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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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우리는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지방의 어시장들을 몇 군데 다녀봤지만, 통영 중앙시장의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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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칠지도 않고, 여유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거절 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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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에서 바라본 통영항과 서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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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지만 내심 욕심이 났던 28 Lounge.

어이, 거기. 다음에 온다면 그쪽 옥탑을 전세 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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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이 오고 있다.

지금 이 포만감으로는 그곳에 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곳에 가려면 부지런히 걸어서 허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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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부둣가의 풍경들이 정감이 간다.

불쑥 들어가서 기본 메뉴를 시켜 놓고는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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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둣가 쪽에서 바라본 중앙시장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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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가기 위해 일부러 걸어온 해저터널.

왕복해서 돌아오면 얼추 예약 시간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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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축복의 시간이 찾아왔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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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허기진 채로 그곳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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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내어온 안주로도 미션은 가능해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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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바닷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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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하신 백사장님~

방송에 나오셔서 조금 변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너그들 딱 생각난다” 하신다.

딱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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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에는 털게라며 해체 시범을 보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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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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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다시 오기로 하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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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연대도로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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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통영

날짜  :  2017년 3월

Camera  :  Ricoh GR

<다음에 계속…>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최고네요 당장 카메라 하나 들고 통영 내려가곱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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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은 털게가 제일 불쌍해 보였지 말입니다.

    흐릅~ 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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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포항여행의 바이블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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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통영다찌라니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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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물보라다찌 스페셜이군요. 저기 진심 가고 싶어요. 털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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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안녕하세요! 통영이 고향이지만 유년 시절에 떠나와 모습들이 가물가물한데, 오랫만에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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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기승전다찌 ㄷ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그곳에 가려면 부지런히 걸어서 허기져야 한다라고까지 하시나 했는데,
    하얗게 불태운 한상차림을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후르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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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분명 글의 마지막에 또 다찌가 나올거야.. 분명.. 이러면서 뒤로 가기를 누르고 싶었으나 알면서 당한 이 느낌은 뭐죠. ㅠㅠ
    아 봄에는 도다리죠. 털게도 통영에 가면 먹을 수 있군요. 아아 ㅠㅠ

    Liked by 1명

    • 역시 연재의 첫 편은 낚시가 제맛이죠 ㅎㅎ 진해 용인쪽으로 가면 털게가 많이 있습니다. 퐝에는 대게와 홍게가 넘쳐나니 굳이 털게를 안찾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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