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통영, 연대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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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전날 물보라 다찌 외에는 더 이상의 알코올 섭렵 활동이 없었기 때문인지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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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부족으로 인한 거부감도 없이 개운하다.

주저 없이 주섬주섬 챙겨 서호시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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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훈이 시락국.

조금 유명해져서인지 예전보다 사장님의 무뚝뚝함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반찬 가짓수는 여전히 하나씩만 맛보기에도 벅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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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의 목적(물보라 다찌, 훈이 시락국)은 다 이뤘으니 이제 섬으로.

배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으며, 2015년에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가 완성돼서 트래킹 장소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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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도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공원.

가운데 제일 높이 솟은 섬이 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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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항에서는 연대도로 들어가기가 불편하다.

연대도로 가기 위해서는 미륵도에 있는 달아항에서 작은 여객선을 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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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는 대양을 항해하는 항해사였겠지?

표를 받는 조수 외에는 모든 것을 혼자 움직이는 선장의 능숙한 솜씨를 보면서 잠시 마도로스의 과거를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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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보이는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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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이층 집에 짐을 풀었다.

방금 도착한 배에서 내려 분주하게 트래킹 코스로 이동하는 관광객과, 일상으로 바쁜 주민들의 동선이 이리저리 엉키면서 마치 약속된 군무를 추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관조할 수 있는 전망이 좋았다.

최백호의 도라지 위스키가 떠올랐다.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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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망중한을 즐기다 바다로 나섰다.

넓은 바다를 보니 안주거리를 직접 포획하고 싶은 야생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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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은 좌대낚시터에 도착해서 우리가 권하는 위스키를 사양하시며 연대도에서 크게 어장을 벌려서 잘 나갔던 젊은 시절, 그리고 다 날려버린 옛날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때의 위스키 이야기와 짧지만 꿈같은 인생 이야기도…

선장님은 그렇게 좌대 낚시터에 우리를 내려놓고 두 시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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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만선을 자랑하며 귀향하는 배를 바라보며 우리도 푸짐한 횟감을 꿈꿔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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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살생에의 커다란 의지가 없던 그들은 지지부진한 두 시간의 광합성 시간을 보내는 동안,

두어 마리 단촐한 횟감을 포획한 다음에야 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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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는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간이 횟집이 있다.

아주머니들은 양을 채우려면 참돔을, 아니면 제철인 볼락을 권했고, 우리는 볼락 세꼬시 한접시를 주문하면서 우리가 잡은 횟감도 부탁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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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테이블에 자리를 편 마도로스 형님들의 포스에 기죽지 않고, 15년 산 보모어를 들이켰다.

천국보다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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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신장군비석

정월 초순과 좋은 날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남해안 별신굿을 모시는 별신대라고 한다.

연대도는 임진왜란 때에는 왜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연대(봉화대)를 이 섬의 정상에 설치했고 그래서 연대도라고 불리게 됐다고 하며, 그 후 1665년에 충무공 사패지(임금이 내려주는 논밭)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소작농이 됐다고 한다.

1949년에 농지개혁이 일어났지만 일부 대지와 전답은 여전히 충렬사의 사패지로 남았으며, 1989년에서야 마을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한다.

그간의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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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오후에는 스릴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출렁거리는 출렁다리를 지나서 만지도 트래킹을, 다음날 아침에는 연대도 트래킹을 하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고립된 섬의 역사와 함께 육지와의 단절에서 오는 고독을 느끼고 싶다면, 통영 근처의 섬으로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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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통영

날짜  :  2017년 3월

Camera  :  Leica M-Monochrom (CCD), Ricoh GR

Lens : Ricoh GR Lens 28mm F2.8(M39)

<끝>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낯술 한잔 뜨뜻하게 들이키고 찍는 사진도 꽤나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날씨라면 더더욱이요.
    천국보다 낯술..저도 조만간 천국 한번 느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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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륵도 낮술님 표류기 잘읽었습니다.

    저도 육지와의 단절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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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선상 낮잠사진은 참 뽐뿌로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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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격하게 가고 싶다.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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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좌대사진에서 빵 터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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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 이런 여행은 언제나 부럽습니다.

    이러니 모분께서 낮술님을 총각으로 오해를..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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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각이고 싶네요ㅎㅎ 걱정은 갔다와서 하고 여행을 할 수 있을 때 하는게 정답이라는데, 이번 포항을 못가서 너무 아쉽네요. 저번엔 찍은 사진도 없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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