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 가는 길


2009. 2. 3 _ 리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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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삼륜차 매력의 백미는 단연코 스치는 풍경이다. 손끝에 닿을 듯한 풍경은 경이로움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가는 시작은 덜컹거리는 삼륜오토바이다. 4명쯤 타면 꽉 차는 객실(?)에 여섯쯤 탔을까? 기사어저씨 옆자리까지 보따리를 둘러멘 늙은 여자들이 익숙하게 타고 내렸다. 대리로 돌아 가려면 장웨이로 가야한다. 이곳 버스정류장은 정해진 시간도 지키는 사람도 없다. 기사와 차장이 호객이며, 발권이며, 관리까지 한다. 빈자리가 다 찰때까지 버스는 꼼짝하지 않았다. 출발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면 가고 서면 서고 싣고 싶으면 싣는다. 맘씨 좋아 보이는 차장 아줌마, 대충 만들어진 간이의자, 해맑은 아이, 닭이 담긴 바구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짐 꾸러미와 포대들, 그리고 이방인 둘. 이렇게 섞여서 덜커덩 달렸다. 이렇게 덜커덩 달려도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온다. 계획을 위한 계획이나 규칙을 위한 규칙 따위는 기능하지 않는다. 남조풍정도에서 장웨이로 다시 따리로 돌아왔다.

얼하이 어머니 호수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생선으로 한상 가득한 점심을 먹었다. 짐 챙기러 게스트 하우스에 들렀더니 남조풍정도에 함께 갔던 녀석이 걱정이 되었던 듯 활짝 반긴다. 리장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젊은 여자아이들과 노닥거렸다. 사탕 몇 개를 얻어 먹다가 덧 씌운 이 하나를 잃어 버렸다.

이젠 또 리장행 버스에 몸을 놓아야지. 13:30분에 따리를 출발한 버스는 18:00 현재 아직까지 달리고 있다. 북으로 북으로 간다. 도중에 길이 막혀 한참을 길에서 놀았다. 도로에 가득 차를 채워두고 사람들은 걷거나 먹거나 싸고 놀았다. 익숙한 일인 듯 짜증내는 사람 하나 없다.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들이 앞으로나 뒤로나 그 끝을 알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섰다. 이들의 여유가 포기인지 어쩔 수 없음의 수용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길바닥의 기운은 상그럽지 않다. 어쩐일이지 이런 헤프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일이다.

깜깜해서야 도착한 리장고성은 홍등과 많은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사람이 흐르는 것인지 홍등이 흐르는 것인지 분별할 수 없다. 고졸함을 기대했건만 길가의 많은 상점과 카페들은 이미 자본의 정점에 와 있었다. 반짝이로 만들어진 그들의 복장에서 이미 전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술과 돈과 분 냄새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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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지저분한 불편과 불쾌는 금방 사라져버렸다. 그들의 리듬에 몸이 제법 반응을 시작했다. 적응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기분이 좋다. 조금 더 덜컹거려도 좋다고 싶을 즈음 터미널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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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가는 버스풍경과 닮아있어 낯설지 않았다. 계집아이가 앉은 자리에 나도 앉아서 덜컹거렸었다. 겨울이면 엔진열이 구들장 같은 명당자리다. 완행버스의 전범으로 삼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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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내일 일찍 호도협으로 떠나야 했지만 고성을 잠시 걸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멀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 리장고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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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났던 촉촉한 돌길과 고색창연한 고졸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홍등과 사람들이 넘쳤지만 그늘이 드리워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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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은 며칠 후 다시 만날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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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리장고성에 흐르는 것은 사람이었는가 홍등이었는가~ ㄷㄷ
    딱 듀금 그 자체이지 말입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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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과 사진이 한 편의 시같은 느낌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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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결국 올해도 바오터우와 베이징을 돌아다니게 되었네요. 언제쯤 중국이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운남은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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