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길 #2


2009. 2. 5 _호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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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이들의 아침은 여유롭다. 해가 느지막이 올라오니 그렇게 서두를 것도 없을 것이다.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 마을을 다녔다. 히말라야 만년설을 머금은 새벽 공기는 쌉쌀 상쾌하다. 기웃거리는 사이 객잔 굴뚝에 김이 오른다. 부엌에서 작은아들 녀석이 반겨주었다. 죽통을 열심히 수석거리고 있었고 소박한 소반엔 김이 오르는 하얀 빵이 담겨있다. 한잔 해 보겠냐고 권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설사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 어미가 손짓 발짓으로 알려주었다. 야크나 양의 젖을 덩이로 만든 치즈(버터인가), 소금 그리고 찻닢 끓인 물을 긴 나무통에 넣고 펌프질 하듯 막대기로 수석거리면 뜨끈하고 걸쭉한 수유차가 완성된다. 사발같은 대접에 가득 부어 마시는데 몸으로 퍼지는 열기가 아주 죽인다. 뜨끈한 수유차 한잔은 굳은 몸을 충분히 풀어 놓았다. 건너 옥룡설산의 만년설을 퍼다 놓은 하얀 빵으로 그들과 아침을 함께 하였다. 따뜻함과 정겨움이 가득했던 그 맛은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어제 먹다 남은 백숙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해가 중천에 이를 무렵 어슬렁 다시 길을 나선다. 깊고 깊은 협곡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 협곡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이었다. 거대하고 장엄하다. 깊고 험준한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었다. 비탈마다 밭을 일궈 먹었다. 장대한 풍경앞에서 사람만이 위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나시족의 땅이다. 이들의 전통가옥은 이층구조다. 기둥을 세우고 벽체는 자갈을 차곡차곡 쌓았는데 이층엔 성근 벽을 만들고 곡식이나 고기를 말린다. 서까래 위에는 달랑 기와만 올리고 따로 난방시설은 하지 않는다. 숨이 턱에 차 헐떡일 무렵 나시족 전통가옥을 짓고 있는 목수할아버지를 만났다. 연장이라곤 도끼 한 자루가 전부다. 통나무를 도끼로 다듬어 가는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커다란 도끼를 들었다 놓으면 마치 자로 잰 듯 나무가 다듬어 진다. 한번 해 보겠냐고 하신다. 흔쾌히 몇 번의 도끼질을 했다. 엉뚱한 곳을 몇 번 찍었더니 기겁을 하며 말렸다. 민망한 표정과 황당한 표정이 맞닿을 무렵 사진 한 장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다. 활짝 웃어 보이는 너머로 깊고 아득하였다. 사람의 조상은 하나임이 분명하다.

깊고 깊은 길을 걸었다.  4시간을 더 걸어 목적지인 티나 객잔에 닿았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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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골에서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어 밭을 갈고 아이를 낳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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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끝은 천길 낭떠러지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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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었더니 1원을 달라고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나보다. 문명에 살면서 이들이 원시에 있길 바라는 나는 이율배반적이고 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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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무덤이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냥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흔적이 소박하게 남아있다. 저렇게 묻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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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은 깊고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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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말씀을 못하셨다. 팔을 잡아 당기면서 어디론가 데려가려 했다. 무슨 말인지 겨우 알아들었을 때 전율이었다. 일행이 힘들어 보였던 모양이다. 뭐라도 먹일 요량이었다. 또 모르지 먹고 나면 돈을 달라고 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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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명인 목수 할아버지, 오늘은 혼자 작업중이다. 엉뚱한 곳을 몇 번 찍었더니 화들짝 놀랐다. 그 표정이 아이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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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가?
-집에 가는데…
-얼마나 가야되는데?
-두 시간은 더 가야 돼
-지금 얼마나 걸었냐?
-두 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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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에서 맞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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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에서 맞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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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글거 같지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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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 Hasselblad X-PAN + 45mm
BW : Leica M6 + Summicron 35mm 5th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죽을 것 같지만 행복하다…언제 느껴보고 못느껴본 기분인지 아득하네요.
    일주일만 들어가 있어도 도시가 그리워지겠죠?
    그래도 깊은 곳에 들어가서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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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도끼파 할부지는 봇때적 철학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
    네~ 믿는 도끼는 배신하지 않는다~ ㄷㄷ

    그리고 경관속에 어우러져 틈틈히 박혀 사는 분들의 일상이 황홀하기 까지 합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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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저 곳을 직접 본 사람과 그렇지않은 사람 사이엔 큰 차이가 있겠군요!!!

    “Experience makes difference!” -PA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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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풍경과 버무려진 사람사는 이야기.. 참 좋습니다.
    애써 도끼자루 빌려준 아저씨는 ‘도끼질 하나 못해서 어디에 쓰나’라며 혀끝을 찼을듯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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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로망 속의 풍경들입니다. 두 눈으로 가슴으로 보았던 저 풍경들이 절대 잊혀지지 않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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