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스시


유난히 침대를 애정하게 되는 일요일 아침, 눈꼽 부비며 하릴없이 방 안을 어슬렁한다. 불룩한 아랫배는 아랑곳하지 않고공복감은 쓰나미처럼 잔인하게 밀려온다. 늘어날 대로 늘어난 티셔츠 속으로 주린 배를 어루만지며 아내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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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님: 오늘 뭐하노?

   아내: 하긴 뭐하노. 집 청소하고 밥 해무야지.

   .

   충분히 예상되었던 답이었으므로,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대화를 잇는다.

   .

   나님: 날도 좋은데 백화점이나 가보까?

   아내: 백화점? 흠… 안 그래도 방과 후 축구수업 때매 풋살화 사긴 사야되는데..

   .

   기회는 찬스라고 매가 생쥐를 낚아채듯 나는 좁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

   나님: 그라믄 백화점 지하에 칼국수나 한 그릇하고 신발 사오자.

   아내: 오냐 콜

   .

무료한 주말, 코에 바람이라도 좀 넣으려면 마음 바뀌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방 바닥에 뒹구는 옷 가지를 주워들어 팔다리 쑤셔넣고 모자 하나 대충 눌러썼다. 아이 옷까지 챙겨 입히고 현관문 앞 대기 완료! 아내 역시 모자 하나 눌러쓰고는 어기적 걸어 나온다. 미리 눌러놓은 엘리베이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는 싣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모든 게 순조롭다. 짭쪼름하고 뜨끈한 국물의 칼국수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도착한 백화점은 이제 막 오픈했다. 한가한 주차장 한 구석에 차를 박아두고 곧장 지하 식당가로 향한다. 평소 끼니때였다면 자리가 여의치 않았을 나름 맛난 이 곳 칼국수 집은 영업 준비로 직원들 만이 분주한 풍경이었다. 식사가 가능 함을 확인한 우리는 자리에 앉으며 두 그릇을 주문했다. 아점으로 먹기엔 적지 않은 양이었기에 아내는 아이와 함께 나눠 먹을 요량이었다.

프로외식러답게 셀프물을 뜨고 냅킨 위에 수저도 정갈하게 올려둔 후 경건한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둘러보니 주변에 간식거리가 좀 보이길래 칼국수만 나눠먹기 미안하여 아이에게 뭐 먹고 싶은거 없냐고 물었다. 아이 왈 국수집 바로 옆에 있는 스시집에서 초밥을 먹고 싶댄다. 속으로 ‘그래 아침부터 혼자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니’ 하며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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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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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걸이 손님으로 스시집에 앉은 10살 꼬마는 눈 앞을 경쾌하게 지나는 접시들을 보면서 뭐 먹으까 행복한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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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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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스시에도 당당한 그의 뒷 to the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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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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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참사(?)를 예상치 못하고 흐뭇한 웃음 장착한 엄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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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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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 중이신 초밥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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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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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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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을 아주 드링킹 중..

히익~

어느새  6접시 클리어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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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6, uc-hexanon 35/2, fuji acros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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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 앤 계산 플리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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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접시며 빨간접시 그리고 꽃무늬접시까지 모두 2만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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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엄빠는 국수 나부랭이로 대충 한 끼 때웠는데 아드님은 럭셔리하게 초밥으로 산뜻하게 하루 출발하셨다. ㅎ 뭐 사실 이 맛에 돈 버는거 아니겠나. 지 새끼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 만한 행복 없다는 어르신들 말 틀린 거 하나 없더라. 한 접시 두 접시 차곡차곡 테이블에 쌓일 때마다 아내와 나에게도 뿌듯함과 행복감이 높아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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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나서며 아내와 난 뜨거운 칼국수라 빨리 먹지 못한 우리 탓이라며 다음에는 냉면을 먹자며 다짐(?)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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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Eat, Essay, uncategorized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간밤에 스시 뽐뿌를 주시다니… 맥주라도 한 캔 따야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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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indly like, share, comment and follow back my blogs,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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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소소한 일상이 아름답습니다.
    전생에 우주를 구하신건가요?

    필름 두롤이면 럭셔리한 아침을 먹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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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침에 봐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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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소소한 일상, 사진으로 기록한 가족의 추억 한마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또 가장 잘 해야하는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막상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형수님도 의외로 털털하신듯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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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에서 10분거리 금척처럼.. 가까워서 언제든 손만 뻗으면 닿을 친근한것들에게 외려 소홀해지는게 우리 사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카메라가 가끔이라도 각성시켜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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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주아비님 아들내미도 제 아들만큼이나 스시를 좋아하나 보군요.
    따스한 사진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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