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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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쿄(東京)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혼슈(本州)의 북쪽 끝까지 달린 뒤 홋카이도(北海道)로 넘어가는 날입니다신아오모리(青森)역까지 신칸센(新幹線하야부사(はやぶさ),  신아오모리역부터는 특급 수퍼하쿠초(スーパー白鳥)로 하코다테(函館)까지 가는 859km, 5시간 15분의 코스입니다.

신칸센 덕분에 소요 시간은 길지 않지만, 거리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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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큰 역 답게 전반적으로 번잡한 인상이었습니다출퇴근하는 사람들, 여행객들, 배웅하는 사람들까지 섞여서 저마다의 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유튜브 영상에서 본, 신칸센 청소원 복장의 젊은이가 서 있었습니다하야부사가 도착하고 승객들이 내리자(영상에서 봤던대로) 청소원들이 들어가 순식간에 정리정돈을 마쳤습니다놀랍기도 하고,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여기로 가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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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는 여러 개의 매점이 있고, 각 매점에는 수많은 에키벤(駅弁)들이 가득했습니다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30 품목을 골랐습니다이름 그대로 30개의 반찬을 넣은 도시락입니다. 나중에 열어보니 정말 30가지가 들어있는데, 참 오밀조밀하게도 넣어 놓은 것이 일본인들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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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한시간 여를 달려 후쿠시마(福島)에 들어섰습니다원전사고가 난 곳으로부터는 160km 정도 떨어진 곳이었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쿄에서 같이 열차에 오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쿠시마역에서 내렸습니다. 어쩐지 난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작 아베총리는 이재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내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했습니다. 정치적으로나 해결하려는 발상인건지, 21세기에도 여전한 전제주의적 발상인건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차창밖으로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쁜 모습이 지나쳐갔습니다. 씁쓸한 심정으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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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부터 3시간, 신아오모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답게 역사에는 사과 마스코트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연결시간이 촉박해서 곧바로 수퍼하쿠초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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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하쿠초는 혼슈의 끝까지 달려 해저터널로 다가갔습니다.

시코쿠(四国)에서는 기차로 바다 위를 달렸었는데, 이번에는 바다 밑으로 달리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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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앞에서 붙어있는 안내도를 들여다봤습니다터널 전체의 길이는 54km지만, 실제 바닷속을 지나는 건 23km 정도로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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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에 들어가자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열차내 조명이 바뀌었습니다. 열차의 달리는 소리도 어딘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갱도에 갇히면 이런 기분일까, 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어쨌든, 우리의 동해에 해당하는 바다의 밑을 통과해 홋카이도에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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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갑자기 탁트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엉뚱하게도 설국(雪國)의 첫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설국에는 언제 가보나, 다시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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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북쪽의 나라답게 사나운 파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혼슈의 끝자락에서 내리던 비는 잦아들고 있었지만, 파도는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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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에 도착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는 제법 큰 도시이고, 일본의 주요 개항지 중의 하나라고 들었는데, 역이 생각보다 소박하고 어딘지 시골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한편, 화려한 역보다 이런 분위기에 마음을 뺏기는 걸 보니 아저씨적 취향인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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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해준 수퍼하쿠초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하코다테역 밖으로 나섰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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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홋까이도와 혼슈를 건너셨군요.
    해저터널은 무서버버리지만~ 신기하기도 하네요.

    저도 언젠가 한번 꼭 이용하게 될 것만 같은 노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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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전 다른 곳에 올린 포스팅에서도 이번 편이 젤 맘에 들었어요.
    설국 구절도 그렇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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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혼슈와 훗카이도가 지하터널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훗카이도는 언제쯤 가볼지. 다음편이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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