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엔양 가는 길


2009. 2. 6_위엔양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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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의 새벽은 꽤나 시리다. 여정의 시림을 통해 삶을 웅변하는 것은 여행의 미덕이다.]

저녁 9시. 다시 쿤밍으로 가야한다. 위엔양으로 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샹그릴라로 향할지 며칠을 고민하였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이미 계획된 일정이 3일 정도 어긋난 터라 처음 계획대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북쪽으로 길을 잡으면 다음 유혹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돌아가야 할 일정과 이틀 정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었다. 플랜 B를 가동하기로 했다.

쿤밍행 야간침대버스는 생경하다. 내일 아침에야 우릴 뱉어 놓을 테지만 버스 안은 하룻밤은 보내기에 만만치 않을 것 같다. 3열 2단으로 배치된 침상은 한사람이 겨우 칼잠을 잘 수 있을 법 하다. 발을 뻗으면 발쪽에 누운 사람의 머리에 닿을 것 같다. 발치에 신발을 담은 비닐봉지를 두고 배낭을 포겠다. 카메라가 든 배낭을 짐칸에 싫을 수 없어 기사 놈과 실갱이를 벌여 자리까지 가지고 왔으나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발 냄새, 사람냄새, 담배연기, 그리고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찬 객실은 쭝궈향기 물씬 풍기는 잠자리가 될 것이었다. 시끄러운 홍콩영화에서는 밤새도록 사방으로 총질을 했다. 오줌통이 터질 것 같았지만 뒤척이기만 했을 뿐 일어나지 않았다. 참을만 했던 것인지 버스화장실을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인지 꾸역꾸역 참아냈다.

버스는 어스름 해가 비칠 무렵 쿤밍에 닿았다. 눅눅하고 춥다. 결로가 비처럼 흐르는 창문을 손으로 훔쳤다. 사위는 아직 깜깜하다. 쿤밍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완전 낮선 곳이다. 출발할 때 그 터미널이 아닌 모양이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날이 밝길 기다릴 사람들은 그대로 차에 남았다. 밤새 굳은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얼른 내리고 싶었으나 쥐새끼 한마리 다니지 않는 길이다. 지난 여행동안 떠득한 것이 있다면 이럴 땐 날이 밝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웅크리고 마려운 것을 참았더니 하체에 감각이 없다. 쥐가 난 몸뚱이를 움직이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고통이 이 정도쯤 되려나 생각했다. 겨우 움직여 뻑뻑한 관절을 윤활시켰다. 몇시간 동안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은 두려움, 귀찮음, 찝찝함 따위의 감정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혓바닥에 텁텁함으로 쌓이는 것 같다.  팅팅 불어 피폐한 몰골은 또 어떤가!

위엔양으로 가려면 쿤밍짠으로 이동해야 한다. 리장에서 도착한 이곳은 어디쯤인지 짐작도 못하겠다. 고생하기로 작정한 여행인즉 시내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아직은 살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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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찾아보니 인산인해…널부러진 장면에 대한 기록이 없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은 컨디션 탓이었을 거다. 주머니 카메라로 눌러놓은 몇 컷 가운데 살아남은 장면이다. 울타리 밖은 그야말로 인간시장이다. 어쩌면 이들의 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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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들 밤을 보냈을 것이다. 비교적 깨끗하고 정돈된 일행의 모습이다.]

쿤밍역과 정류장 인근은 밤새 노숙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춘절(설날명절) 귀성 인파들이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우선은 벗어나야 했다. 씻고 싸고 먹어야 했으나 막막하기만 하다. 길거리 음식에 홀려 잠시 혼을 잃을 뻔 하기도 했으나 사람꼬라지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시끄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에 찬 사내의 시야에 멀리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가 들어왔다. 조식은 그다지 비씨지 않을 것이고 깨끗한 화장실은 씻고 싸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었다. 몰려있는 호텔 가운데 몇 곳을 수소문하여 미씨엔(쌀 국수)이 맛 나다는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단돈 38위엔으로 씻고 먹고 싸는 것을 해결하고 나니 흐뭇하다 못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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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엔양으로 가는 동안 여러번 쉬어 갔다. 가는 내내 호랑말코 같은 놈 생각이 나서 씩씩 거렸다. 누구하나 개입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삥 뜯긴 일본녀석은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10시 20분. 위엔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조폭 앞잡이 같이 생긴 녀석이 위압적 자세로 외국인들에게만 짐 값을 걷어갔다. 겨우 할 수 있는 반항이라고 해야 과표를 내 놓으라는 정도였으나 찜찜하다. 버스표 값과는 별도로 짐 값을 받아야겠다는 개뼈다귀 같은 이 놈에게 몸값의 반을 지불하긴 했으나 어쩔 수 없다. 터덜터덜 굽이굽이 위엔양으로 간다. 먼길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해가 길게 늘어질 무렵 위엔양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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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저도~ 한번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온몸이 경직이 됨서 말입니다. TT
    근데, 대륙의 저 린민복 훼숑은 언제나 봐도 적응이 좀 안 되네요. ㄷㄷ

    다음 여행기도 기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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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봇데님 처럼 야생인이랑 같이 있었으면 호랑말코 같은 놈에게 갈취당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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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제나 이런 하드한 여행을 꿈꾸지만, 이제는 체력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부러운 여행기예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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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여행의 난이도가 열대 밀림을 헤치며 나가는 클라스입니다. ㄷ
    제 내공으론 한참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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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아.. 사진을 보면 가고 싶은데 글을 읽고 나면 이 무슨 고행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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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내몽고에서 느려터진 네트워크로 간신히 읽고는 이제야 제대로 다시 보네요. 어쨌든 중국 도시의 풍경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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