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20150820-_DSC34671

후라노(富良野)에서 묵은 로그유카리게스트하우스(ログ由縁ゲストハウス)는 라이더들의 숙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산지가 많지 않은 홋카이도는 일본의 라이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라는데,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라이더 숙소’가 여기저기 있다고 했습니다. 로그유카리게스트하우스는 도미토리 기준 1인당 1,500엔에 불과하면서 공용 부엌과 세탁 시설, 심지어 욕탕까지 갖춘 통나무집이었습니다. 쾌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산속 깊이 위치한 덕에 무엇보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 속에서 묵는다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20150820-_DSC34811

오늘은 ‘해바라기의 마을’로 알려진 호쿠류초(北竜町)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타루(小樽)로 넘어가는 날입니다. 후라노역까지 태워준 게스트하우스 마스터에게 인사를 하고 한량짜리 열차를 타러 갔습니다.

20150820-_DSC34911

20150820-_DSC35131

20150820-_DSC35311

덜컹덜컹, 몇 정거장 달리지 않아 다키카와(滝川))에 도착했습니다. 플랫폼 사이의 육교를 건너, 수퍼카무이(スーパーカムイ)로 갈아타고 후카가와(深川)로 향했습니다.

20150820-_DSC35431

20150820-_DSC35432

20150820-_DSC35561

오전 11시가 다 되어 후카가와역에 도착했습니다. 호쿠류초행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남아있었습니다. 역 앞 빵집으로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20150820-_DSC35581

20150820-_DSC35582

젊은 여주인이 손수 만들었다는 소박한 빵과 함께 커피를 마셨습니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커피가 반가워 2잔 째를 청했더니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인근의 마쯔리(祭)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20150820-_DSC35650

20150820-_DSC35651

20150820-_DSC35721

20150820-_DSC35811

저녁에나 시작한다는 공지를 읽고, 아직 한산한 행사장을 구경하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20150820-_DSC35961

버스는 한가했습니다. 사진가로 보이는 일본인 청년들과 땋은 머리를 한 아가씨 외에는 주민 한 두분 뿐이었습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린 버스가 해바라기축제 행사장 입구까지 데려다줬습니다. 호쿠류초는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습니다.

20150820-_DSC36041

20150820-_DSC36051

20150820-_DSC36061

20150820-_DSC36101

도로에도, 표지판에도, 호쿠류중학교에도 해바라기 그림이 그려져있었습니다. 과연 해바라기의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50820-_DSC36111

버스에서 본 젊은 아가씨는 한국인이었습니다. 한글 책자를 들고 있길래 말을 걸자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함께 오기로 한 친구가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홋카이도(北海道)에 혼자 왔다고 했습니다. 잘 다니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씨익 웃음 짓는 얼굴이 좋았습니다.

20150820-_DSC36181

20150820-_DSC36131

행사장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함께 해바라기밭으로 향했습니다. 해바라기밭으로 들어서는데, 해바라기의 노란 얼굴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뿔싸, 후라노에서도 일주일 사이로 라벤더를 보지 못했습니다. 해바라기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20150820-_DSC36211

20150820-_DSC36291

20150820-_DSC36351

20150820-_DSC37231

남쪽으로 난 해바라기밭은 이미 대부분 져있었습니다.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혹시나, 멀리를 보니 노란 얼굴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동쪽 밭으로 향했습니다.

20150820-_DSC38501

해바라기의 마을(ひまわりの里)이라는 표지를 지나 활짝 핀 해바라기들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들판을 가득 메운 해바라기들이었습니다.

20150820-_DSC37480

20150820-_DSC37560

20150820-_DSC37561

20150820-_DSC37562

20150820-_DSC36602

20150820-_DSC37781

20150820-_DSC37622

넋을 놓고 해바라기에 취해있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해지고 있었습니다.

동행 아가씨가 옆에서 서성이길래, 들고 있는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기념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세팅해놓은 것을 보니 사진을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공을 물으니 신문방송학과라고 했습니다. 사진도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종업계네요. 언젠가 마주칠 수도 있겠어요.
언론사에서 일하세요?
네. 맞아요.

20150820-_DSC38811

20150820-_DSC38971

간이 식당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우동을 주문하고 생맥주를 사서 넓은 테이블 귀퉁이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삿포로(札幌)에 간다고, 어디로 가냐는 물음이 되돌아왔습니다.

오타루에 가요.
저도 모레 오타루에 가는데.
그래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요.
그렇군요.

20150820-_DSC39101

해바라기의 마을을 떠나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텅 빈 길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오르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시간을 알리는 듯한 오르골소리는 예스터데이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오르골 소리가 아련하게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20150820-_DSC39111

문득,
뜨거웠던 여름을,
져버린 해바라기의 풍경들을,
지나가버린 젊은 날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호쿠류초의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카테고리:Drifting태그:, , , , , , , , , , ,

1개의 댓글

  1. 이번 노래는 따로 입력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왜냐~ 딱정벌레의 어저께는 너무도 유명해서~ ㅋㅋ

    근데, 홋가이도의 여름은 어떤가요?
    왠지 비구름은 제법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원할 듯 싶기도 하구요.
    (사실, 한때 속초에서 지내던 시절~ 여름에~ 해변에서 놀 수 있을 법한 더위가 짧거나 거의 없었다는게 불만이었거든요.)

    좋아하기

  2.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해바라기 밭이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눈 쌓인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사진을 보면서도 홋카이도의 여름은 생경하게 느껴지네요. 🙂

    좋아하기

    • 여름이 무척 좋아서 (실제로 일본인들은 홋카이도는 여름에 가는 거라고 주장을;;;) 다시 간대도 여름에 가야겠다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내년 겨울에는 꼭 비에이에 서 있을 계획입니다.

      좋아하기

  3. 하늘색이이 엄청나네요. 이건 필름 때문이려나요..? 파랑과 노랑의 대조가 무척 쨍하게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뭔가 한적한 시골동네의 일상 같아서 여운이 잔잔히 남습니다:)

    좋아하기

    • 디지털입니다. 오히려 톤다운을 시킨 상황이구요, RVP 같은 필름이었다면 파란물이 뚝뚝 떨어졌을 거에요. ^^
      요즘처럼 복잡한 나날들에는 호쿠류초가 더욱 그립네요.

      좋아하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